* 본지는 권혁승 박사(서울신대 구약학 명예교수)의 논문 <이스라엘의 삼대 명절과 안식일 이해>를 매주 1회 연재합니다.
5. 신약성서와 오순절
오순절에 대한 언급은 신약에 세 번 나온다. 사도행전 20장 16절과 고린도전서 16장 8절에서는 에베소를 지나 급히 예루살렘으로 가려는 바울의 여행계획과 에베소에 머물면서 더욱 전도하려는 바울의 사역과 관련하여 오순절이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사도행전 2장 1절 이하에 나오는 오순절은 교회탄생이라는 중요한 신학적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곧 교회는 모세시대 이후 신약에 이르기까지 지켜졌던 오순절의 역사적 의미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신약시대에 있어서 오순절은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살던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에게는 가장 성대한 축제로 여겨졌다. 그 이유는 지중해를 통한 해상여행이 유월절 기간보다는 5월 내지 6월 초순경의에 있는 오순절에 훨씬 더 안전했기 때문이었다. 이 절기에는 유대인들 뿐 아니라 유대교로 개종한 이방인들까지 함께 예루살렘에 올라옴으로 오순절은 더욱 성황을 이루었었다(행 2:9-11).
사도행전에서 오순절과 관련된 중요한 사건은 성령강림과 이를 통한 신약 교회의 탄생이었다.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하나님의 약속하신 성령을 받으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분부를 따른 제자들에게 오순절에 성령이 임한 사실은 오순절 자체가 성령을 부어 주시도록 계획하신 때가 찬 경륜이었음을 보여준다. 오순절의 성령강림은 곧 신약교회의 탄생으로 나타났다. 그날에 베드로는 그의 설교를 통하여 회심한 사람의 숫자가 삼천 명에 이르게 되는데(행 2:4) 그 중에는 유대인들 뿐 아니라 유대교에 입교한 이방인들도 포함되었다(행 2:1).
이것은 신약교회가 오순절의 역사적 의미 즉 시내산 계시와 율법을 통한 이스라엘 공동체 형성과 신학적 연관성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율법과 시내산 언약이 구약 공동체의 정체성(identity)이라 한다면, 신약교회 공동체에는 성령을 통한 일체감이 그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오순절의 명칭과 의미인 '맥추절' 혹은 '처음 익은 열매를 드리는 날'처럼 신약교회는 그리스도의 대속사역의 결과로 이 땅에 태어난 열매들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유월절의 구속에서 시작하여 초막절의 완성을 향하여 나아가는 과정에서 교회가 지닌 사명과도 관련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