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태아였습니다” 헌재 앞 부모들의 ‘낙태’ 반대 호소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낙폐반연, 기자회견 열고 성명서 발표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이 18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혜진 기자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이 18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혜진 기자

낙태 처벌 조항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앞둔 가운데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이하 낙폐반연)은 18일 오전 11시 반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낙태죄 폐지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낙폐반연은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부모들의 자율적인 모임으로 시작된 시민단체다. 이들은 “태아는 생명이다. 태아를 살해할 권리는 누구에도 없다. 우리는 낙태죄 폐지를 결사적으로 반대한다. 이같은 뜻을 보여주고 우리의 결의를 다지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학부모들의 발언과 학부모 대표의 성명서 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은 어린 아이들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와 낙태죄 폐지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당신도 태아였습니다’라는 글이 적인 표지판을 들고 있는 어린 아이의 모습. ⓒ강혜진 기자
▲‘당신도 태아였습니다’라는 글이 적인 표지판을 들고 있는 어린 아이의 모습. ⓒ강혜진 기자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학부모 박현민 씨는 “낙태를 반대하는 우리와 낙태를 옹호하는 저들 중에 태아가 아니었던 사람이 누가 있나? 태아의 생명권을 박탈할 권리를 달라는 주장은 태아의 생명 뿐 아니라 나 자신도 소중하지 않다는 심각한 자기부정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으로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아이들처럼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귀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가르쳐달라. 낙태 합법화로 인해 우리 아이들이 살인이라는 죄를 짓지 않도록 우리 아이들을 보호해달라”고 강조했다.

낙태죄폐지반대 국민연합 소속 학부모인 송혜정 씨는 “낙태죄의 폐지를 요구하는 분들은 낙태죄 문제를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대립으로 규정짓고 여성의 인권과 태아의 인권 중 누구의 인권이 더 우선하는가 묻고 있다. 도대체 언제부터 태아와 모체가 이런 관계가 되었으며, 누가 이런 악한 프레임을 만들었는가? 태아가 생명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완전한 자기부정이다.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태아만을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생명 윤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낙태죄 존폐 여부는 낙태에만 제한된 것이 아니라 생명의 가치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아이가 경제적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낙태를 한다면, 나를 키워준 부모님도 나이가 들고 힘이 빠지면 경제적 부담만 지어준다며 버릴 것인가? 헌법은 국가와 국민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어야 한다. 법의 효능은 처벌이 아닌 예방이다. 낙태죄의 존치는 한 나라가 생명의 가치를 얼마나 존귀하게 여기는지 선언적 역할을 한다. 또 낙태죄는 여성의 출산권을 보호하고 있다. 낙태를 통해 아이를 몸에 지울 수는 있지만, 마음에서 지울 수는 없다. 누구보다 낙태를 경험해 본 여성들은 이것이 진실임을 알 것이다. 대한민국의 생명 윤리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가 9명의 헌법재판관에게 달려 있다. 부디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셔서 나라를 위기에서 지켜준 헌법재판관으로 남아달라”고 말했다. 

성교육 강사로 활동 중인 학부모 안양효 씨는 “저는 세 아이들 둔 엄마이다. 요새는 미디어가 성을 너무 가볍게 상품화하고 있다. 이제 ‘아기를 지우는 낙태는 죄가 아니’라고 하는 시대까지 왔다는 것이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국가가 올바른 성 가치관을 아이들에게 교육한다면 낙태를 왜 하겠는가?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면 낙태는 생각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미디어가 성을 재미있는 놀이쯤으로 가볍게 상품화했다. 아이들은 미디어를 통해서 성을 왜곡해서 배우고 있다. 학교에서조차 콘돔만 잘 끼면, 섹스는 사랑하는 아무나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는 실정 속에 이제는 ‘내가 내 몸 갖고 섹스하고, 내 몸으로 낙태한다는데, 내 인생이고 내 자유인데 국가가 무슨 상관이냐? 낙태는 죄가 아니니까 합법화시키라’고 주장한다. 과연 이것이 옳은 일인가? 성교육 자체가 잘못되어 있는데, 법까지 낙태가 죄가 아니라고 한다면, 누가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갖겠는가?”라고 외쳤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학부모와 아이들의 모습. ⓒ강혜진 기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학부모와 아이들의 모습. ⓒ강혜진 기자

이어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가볍고 값싼 가치관에 휘둘리지 말아달라. 맘대로 성관계 맺고 낙태하는 것은 서구의 문화를 좇는 세련됨이 아니다. 서구에는 미혼모 보호법이 있어, 어떻게든 남성에게 책임을 지워 생명을 지키려 한다. 일례로, 진보적 성교육을 이행하는 캐나다조차, 10대 미혼모 부모가 미혼모를 도와 아이를 키우며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있으며, 국가가 이를 돕고 있다. 이처럼 서구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무조건적 낙태죄 폐지는 옳지 않다. 또 낙태죄 처벌은 인간의 가장 소중한 근본적인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여성의 인권을 짓밟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저도 여성이다. 제가 여성이고 한 가정의 엄마이고, 한 나라의 국민이고, 한 사람의 소중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낙태는 죄가 되어야 마땅하다. 낙태는 합법화 되어선 안된다. 헌법재판소는 이 가치를 정확하게 알고 낙태죄 합법이 유지될 수 있도록 힘을 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생명인권학부모연합 대표인 허은정 씨는 “저는 네 아이의 엄마이다. 우리가 지금 시간이 많아서 이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곳에 나와 있는 우리 아이들은 대한민국의 미래이고 기업이고 전부이다. 낙태는 생명을 죽이는 것이다. 지금 아이들 세워놓고 ‘낙태가 맞는 것이다, 필요한 것이다’라고 말하자는 것인가? 학생인권조례에서 학생들에게 임신·출산할 권리를 보장할 뿐 아니라 전국 중·고등학교 (가정.윤리.보건.도덕.기술) 81권 교과서에서는 50가지 성을 의미하는 젠더(사회.문화적 성)를 가르치고, 중1부터 12가지 피임 방법을 가르친다. 그러나 거기에서 오는 정신적인 피해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 지에 대해선 전혀 나와있지 않다. 이제 2019년부터 초등학생이 배우는 교과서에도 과도한 성교육을 넣고 있다. 생명과 윤리에 관한 바른 가치관을 배워야 하는 시기의 학생들에게 성해방 교육을 시키고, 급기야 낙태를 합법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지금,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 통탄스럽다”라고 외쳤다.

▲참석자들이 표지판을 들고 서 있다. ⓒ강혜진 기자
▲참석자들이 표지판을 들고 서 있다. ⓒ강혜진 기자

용인에서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현재 성폭행 등 원치 않는 임신, 엄마의 생명이 위태로울 경우 등 부분적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 법을 만들 때보다 지금이 훨씬 잘 사는데, 단순히 아이를 없애는 낙태죄 폐지가 정답인가? 이에 대한 포괄적 논의가 필요하다. 아이를 낳아 키우기 힘든 경제적 이유라면, 현실적인 사회보장을 갖춰야 한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이상한 성교육을 가르치지 말고, 건강한 가정을 꾸리는 방향의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면서 “낙태죄 폐지는 법의 퇴보이다. 헌법이 기준이 되는 만큼, 법이 산모와 아이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또 낙태를 전면 금지해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모든 생명이 더 잘 살도록 법 개정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후 학부모 대표 최은영 씨가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이들은 “우리는 낙태 숫자보다 낙태 자체에 관심이 크다. 우리는 태아를 생명으로 보기 때문에 그 숫자가 얼마인가와 상관없이 낙태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다. 자궁 밖으로 나왔든 자궁 안에 있든 태아는 세포덩어리가 아닌 생명체이다. 그래서 태아에게도 인권이 있다고 보며, 함부로 다뤄선 안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 존중, 사회·경제적 사유, 여성의 건강권 확보 때문에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태아의 생명권을 전혀 고려치 않은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동일선상에 놓고 저울질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불법적인 낙태의 책임을 남성에게도 동일하게 지워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 실제 우리 사회에서 낙태죄로 기소되는 예가 10건 내외로 매우 드물고, 기소되더라도 선고유예, 벌금 등의 경미한 처벌만 있다고 한다. 이미 낙태죄가 사문화된 조항이라 실효성 없기에 폐지 논쟁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견해까지 있지만, 낙태가 형사법상 범죄로 존속하는 것과 폐지되는 건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양심의 가책마저 사라진다면 낙태는 지금보다 더욱 성행하고 태아의 인권유린은 더욱 만연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부모 대표 최은영 씨가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강혜진 기자
▲학부모 대표 최은영 씨가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강혜진 기자

아울러 “우리는 기성세대는 물론 자라나는 자녀들에게 태아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올바른 길임을 가르칠 것이다. 낙태죄 존치를 위한 거룩한 싸움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태아살해로 인한 생명경시풍조는 결국 출산기피풍조를 심화시키게 된다. 저출산 국가부도위기를 고조시키는 낙태와 출산기피의 문화, 죽음의 문화를 강력 규탄한다. 이에 헌재 앞 일인시위와 ‘낙태죄 폐지 반대 서명’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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