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예배를 드리기 힘든 직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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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 목사의 신앙문답]

본지는 [박진호 목사의 신앙문답]을 매주 1회 연재합니다. 미국 남침례교단 목사인 그는 멤피스커비우즈한인교회를 담임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의 글은 박 목사가 운영하는 웹페이지(www.whyjesusonly.com)에 그가 직접 쓴 것으로, 본지는 박 목사의 허락을 받아 이를 게재합니다. 아울러 필자의 요청에 따라, 글이 그의 웹페이지에 게시된 날짜를 맨 아래 밝혀둡니다.

▲국내 한 교회의 주일예배 모습. ⓒ한교연

▲국내 한 교회의 주일예배 모습. ⓒ한교연

[질문]

서비스직을 하는 직업이다 보니 주일성수 지키기가 어려운데 참으로 애매하고 두렵습니다. 주위에 조언을 구하면 한쪽에선 주일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또 한쪽에선 유흥을 즐기며 놀기 위해 주일을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생업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니 개인예배라도 하나님 앞에 온전히 드려라 등등 제가 하나님 앞에 어떻게 서야하며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때론 격주로 주일을 섬기기도 하고 매주 주일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한데 목사님께 조언을 듣고 싶어 질문을 드립니다.

[답변]

오래 전에 제가 담임했던 미국 시골 주의 유학생교회에 심장병 의사가 출석했는데 항상 삐삐를 켜놓은 채 주일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위급한 환자의 호출이 오면 주일예배 중에도 병원으로 달려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저는 물론 교회 전체가 양해해 주었습니다. 주일성수보다 한 생명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이르시되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과 악을 행하는 것, 생명을 구하는 것과 죽이는 것, 어느 것이 옳으냐 하시니 그들이 잠잠하거늘"(막3:4) 예수님이 안식일에 치유를 행하시고 그를 비방하는 유대인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유대인들이 보기에 꼭 안식일에 안 고쳐도 되는 하루 더 있어도 당장 큰 위험이 없는 질병들도 고쳤습니다. 상기 말씀대로 선을 행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 이르시되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니 이러므로 인자는 안식일에도 주인이니라."(막2:27,28) 주님은 안식일에 일반 질병도 고치신 이유를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다고 풀어 설명해주었습니다. 또 '인자'는 예수님을 지칭합니다. 간단히 말해 안식일을 온전히 지키려면 율법보다 주님의 십자가 구원에 담긴 뜻대로 따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신약교회의 안식일은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일요일에 지키고 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 죽음에 여러 의미가 있지만 본주제와 연관된 의미를 들자면, 인간이 하나님께 바치는 정성에 따라 비례해서 복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떤 죄에 빠져 있어도 심지어 하나님과 원수 상태에 있어도 주님의 십자가 대속의 은혜를 진심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이면 다 용서해주시고 당신의 백성으로 삼아주신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신자가 주일 예배를 철저히 지켰다고 해서 따로 더 받을 복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십자가 대속 구원으로 그분의 자녀가 된 것만으로 신자가 받을 평생의 축복은 다 받은 것입니다. 아무리 의로워 보이는 종교적 경건 실행 업적으로도 하나님께 복을 받으려 거래하지 말라는 것이 십자가입니다. 역으로 말하면 주일 예배를 특별한 사정 때문에 못 지켰다고 해서 반드시 하나님이 벌을 주시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먹고 마시는 것과 절기나 초하루나 안식일을 이유로 누구든지 너희를 비판하지 못하게 하라."(골2:16) 율법으로 흠이 없었다고 자랑했고 예수님의 사도 중에 율법의 최고 전문가였던 바울 사도가 선언한 말씀입니다. 먹고 마시는 것은 정결법, 절기나 초하루는 제사법, 안식일은 십계명의 제4계명입니다. 율법의 핵심을 이루는 내용입니다. 그럼에도 혹시 개인적 사정으로 제대로 못 지켰다고 해서 결코 그를 비판하지 말라고 합니다.

바꿔 말해 충분히 주일을 지킬 수 있는데도 습관적으로 빠지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고 하나님의 징벌이 따를 것입니다. 아니 그 전에 온전한 믿음을 가졌다면 주일을 습관적으로 빠질 수는 없으며 그럼 사실상 믿음 자체가 없고 아직 구원 밖에 있는 것으로 봐야합니다. 질문자님처럼 사회구조적으로 빠질 수밖에 없음에도 이 문제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참 신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무슨 일이 있어도 주일 성수는 지켜야 한다는 말이 성립되려면 경찰관 소방관 군인이나 외딴 섬의 공무원 등은 근무지에서 이탈해야 합니다. 그럼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 할 길이 없어지며 무엇보다 평생 하나님께 계속 벌을 받아야 합니다. 이는 아예 말도 안 되며 그렇다고 하나님께 벌을 받는 법도 없습니다.

남은 문제는 질문자님 같은 경우에 예배에 빠져도 양해가 가능한 특별한 개인적 사정에 해당되느냐 여부입니다. 지금은 사회구조와 직업종류가 예수님 당시와 비교해서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삼차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제일 많습니다. 서비스업이란 다른 사람이 쉴 때 일해야 하는 직업이라 주일을 지키기가 구조적으로 힘듭니다. 이런 상황에 처한 교회와 신자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긴 합니다.

그러나 생업이란 자신과 가족의 의식주 즉 생명을 유지하는 일입니다. 주님이 안식일에 죽을병이 아닌 일반 질병까지 고친 것은 그 때문에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지 못할 뿐 아니라 생업에도 지장을 받기 때문일 것입니다. 교회가 성도더러 생업에 지장을 받더라도, 질문자님 같은 경우는 주일 하루 일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해고당할 것이 거의 확실한 사람까지 무조건 주일예배를 엄수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이 문제는 종교적 계명을 문자적으로 엄격히 준행해야 한다는 의무로 강요할 차원이 아닙니다. 주님처럼 열린 마음으로 안식일 계명을 주신 하나님의 뜻에 맞추어 접근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본인이 주일을 빠져야 한다는 부담감 죄책감으로 계속 괴롭다면 하루 속히 주일을 지킬 수 있는 직업으로 전업하시면 됩니다. 그 동안에는 어쩔 수 없이 빠지거나 혼자서 따로 혹은 인터넷 예배라도 드려야 할 것입니다. 그럼 간단히 해결됩니다.

현실적으로 그럴 형편이 도무지 안 되는 경우는 다른 종업원들과 사장과 의논하여 주일에 당번제로 근무하는 것입니다. 경찰, 소방관, 의사 등이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습니까? 교회도 그런 어쩔 수 없는 형편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미국교회가 그러하듯이 주일 낮 시간 말고 다른 시간에 예컨대 토요일 저녁이나 일요일 새벽 예배를 따로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는 것은 일주일 중 따로 하루를(현재는 주일 중의 특정시간대이지 주일 전체가 아니게 되었음) 따로 떼어서 주님과 온전한 교제를 하면서 다시 헌신 결단하라는 뜻입니다.

▲박진호 목사

▲박진호 목사

여러 현실적 대체 방안이 가능한데도 그런 길은 모색하지 않고 주일에 빠지면 수입이 적어지니까 혹은 주일에 일하면 수입이 더 좋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빠지는 것은 당연히 금물입니다. 바꿔 말해 주일에 근무하지 않아도 해고되지 않는다면 주일예배를 위해 하루 치 임금은 마땅히 희생할 가치가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주일 근무를 하지 않으면 해고된다면 먼저 고용주에게 주일에 쉬는 것을 양해를 간곡히 구해보거나, 순번제 근무를 모색하거나, 다른 직장으로 전업을 강구해야 합니다. 그 모든 방안이 현실적으로 도무지 불가능하다면 혼자 예배를 봐도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께선 이미 순번제로 주일 근무하고 있다니까 동료 종업원과 주인에게 사이가 더 나빠지지 않는 범위에서 완전한 주일휴무를 진심으로 겸허하게 요청해보십시오. 그랬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혼자 예배를 봐야 합니다.

단 그런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반드시 출석교회의 담임목사님께 상의를 드리십시오. 먼저 주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사정을 말씀드려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또 교회 안의 동일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토요일 오후나, 가능하면 일요일 이른 새벽 예배를 따로 드릴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십시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정말로 현실적 모든 대책이 불가능하면 격주로 출석하거나, 혼자 따로 예배를 드려야만 합니다. 그럴 때에도 (어쩌다) 교회 출석이 가능한 날에는 평일이라도 교회모임과 성도들의 교제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십시오. 이 또한 목사님의 사전양해를 구해서 말입니다. 하나님은 모든 신자를 조직체 지역교회로 부르셨습니다. 신앙생활이 주일 예배만 드리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서로 믿음으로 위로 격려 권면 도전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동역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201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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