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초막절과 관련된 풍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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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는 권혁승 박사(서울신대 구약학 명예교수)의 논문 <이스라엘의 삼대 명절과 안식일 이해>를 매주 1회 연재했습니다.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4. 초막절과 관련된 풍습들

초막절 역시 다른 명절들과 마찬가지로 유대인의 역사 속에서 다양한 풍습들을 발전시켜 왔다. 더구나 추수감사의 즐거운 명절이라는 점과 시기적으로 소망의 신년을 기대한다는 점에서 초막절은 더 없이 큰 상징적 의미와 희망의 산실이 되었다. 초막절과 관련된 유대인의 풍습을 정리하면 다음의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초막 짓기

초막을 짓는 일은 절기의 명칭이 보여 주듯이 초막절 행사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초막이라는 것은 집밖에 짓는 조그만 간이천막으로서 4,5인 가족이 들러 앉을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다. 요즈음처럼 단독주택이 아닌 여러 층의 아파트의 경우에는 베란다에 초막을 짓기도 한다. 유대인 경전인 미쉬나에 의하면, 초막은 집안이나 나무 밑 같은 그늘진 곳이 아닌 하늘을 향해 열린 장소에 지어야 했다. 특별히 중요한 것은 초막의 지붕 만드는 일로서 나무 가지나 짚 등으로 덮어 밤에는 하늘의 별이나 달이 보여야 하며, 비가 올 경우에는 그 비가 새어 들어 오도록 허술하게 지붕을 지으라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에 사면 벽은 밀폐시켜도 무방하며 주로 천 종류로 벽을 만든다. 초막 내부에는 초막절 절기의 즐거움을 표현키 위하여 여러 가지 장식으로 치장하기도 한다.

초막절 기간 중 저녁식사 만큼은 집밖의 초막에서 전 가족이 함께 나누며 초막절 의식을 거행한다. 과거에는 초막에서 잠을 자기도 했지만, 요즈음은 어린 자녀들만 초막에서 밤을 지내는 경향이 있다.

대체적으로 초막절이 시작되기 일주일 전부터 이 초막을 짓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가장인 아버지와 자녀들이 서로 도와가며 함께 어울리는 일로서 초막 짓는 것 자체가 명절의 한 즐거움을 나누는 계기이기도 하다. 요즈음에는 편의를 위하여 조립식 초막이 상품화되어 시장에서 팔리기도 하지만, 별로 큰 인기는 없고 매년 직접 전 가족의 손으로 직접 초막을 짓는 것이 전통적으로 지켜지고 있다. 이것은 명절의 근본적 의미를 잊지 않고 지키려는 유대인들의 독특한 정체성 의식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2) 물 붓기 의식

이 의식은 제 2성전시대에 예루살렘 성전에서 지켜졌던 초막절 행사 중 하나였다. 이 의식이 지닌 의미는 새해에 많은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는 일종의 기우제였다. 특히 신약시대이기도 했던 제2성전 후기에는 이것이 초막절 행사의 대표적 것으로 간주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사두개파 유대인들은 이 의식이 모세 오경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고 하여 거부하였다.

유대인의 미쉬나 경전에 의하면 유대인들은 이 물 붓기 의식을 '심하트 베트 하쇼에바' (the rejoicing of the place of water drawing)라 불렀고 초막절 기간 중 매일 예루살렘 성전에서 거행되었다. 이 의식이 시행되는 과정과 내용은 초막절 기간 중 아침마다 지명된 제사장이 큰 금잔을 가지고 실로암 못으로 내려가 물을 담아오며 이 물을 전달받은 성전의 제사장은 제단 주변을 돌면서 그 물을 제단 위에 붓는 것이었다. 이때에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은 나팔을 불면서 물을 가져오는 제사장을 수행하며, 이사야 12:3의 "너희가 기쁨으로 구원의 우물들에서 물을 길으리라"를 찬양하였다. 또한 절기를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에 올라온 유대인들은 실로암에 이르는 길과 제단 주변에 둘러서서 '호산나(주여 우리를 구원하소서)'를 외치며 이 행사에 동참하였다. 따라서 이 행사와 의식을 '호산나 라바' (the Great Hoshana)라고 부르기도 했다. 요한복음 7장에서 예수께서 초막절 마지막 날 유대인들을 향해하신 "목마른 자는 다 내게로 오라"고 설교하신 것은 초막절의 물 붓기 의식과 관련지어 볼 때 그 의미가 더욱 분명해진다.

(3) 네 가지 식물

레위기 23:40에 근거하여 초막절 기간 중에는 네 가지 식물인 나무실과와 종려가지, 무성한 가지와 시내버들을 취하여 초막절 의식을 거행하였다. 요즈음에는 이 네 가지를 한데 묶어 손에 들고 흔들며 회당에서 기도하는 것이 풍습이다. 이 네 가지 식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종려가지와 나무실과인데, 종려가지는 잎이 피어나기 직전의 것이어야 하는데 이것을 히브리어로 '루라브'(lulab)라 불렀다. 또한 이 '루라브'는 네 식물들 중 가장 길고 모양도 아름답기 때문에 전체 네 가지 식물 묶음을 의미하는 명칭이 되기도 하였다. 종려가지와 함께 중요한 나무실과는 아름다운 향기가 나는 노란 색깔의 '에트로그'(Etheog)가 사용되었다. 이것은 레몬모양의 열매로서 영어로는 'citron'이라 부르고, 우리말로는 '구변열매'라고 번역한다. 초막절이 시작되기 전 위에서 언급된 두 가지 식물을 매매하기 위하여 특별시장이 개설되기도 한다. 마음에 드는 종려가지 루라브와 나무열매 에트로그를 고르는 유대인들은 확대경까지 동원하여 새롭게 돋아나는 종려가지 싹에 무슨 흠집이 없는가를 정밀하게 조사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진다.

성서에서 네 가지 식물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나오게 한 것은 초막절의 즐거움을 표현케 하려는 것이 일차적인 의미였다. 그러나 유대인 랍비들을 이 네 가지 식물이 갖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찾는 일에 유별한 관심을 보이기도 하였다.

(4) 심하트 토라(Rejoicing in the Torah)

초막절의 첫날과 마지막 날은 다른 날들보다 더 큰 강조가 있는 날로서 큰 성회로 모이는 날 일 뿐 아니라 안식일처럼 지켜야하는 날이었다. 이 중에서 마지막 날인 제 8일은 '쉐미니 아제레트'(the 8th Solemn Assembly)라 하여 당시 유대인들은 초막절 내에 있는 또 다른 명절로 여겼다. 요한복음 7:37에서는 이 날을 "명절 끝날 곧 큰 날"이라고 불렀다. 이 날에는 그 동안 매일 거행하였던 물 붓기 의식이 마지막으로 종결되는 날이었다. 또한 탈무드 이후 시대부터 시행된 관습이긴 하지만 '심하트 토라' 의식이 있었다. '심하트 토라'는 회당에서 매년 한차례씩 완독되는 공식적 토라읽기(Torah Reading)의 마지막 부분이 종결되면서 새로운 시작 부분이 읽혀지는 의식이었다. 토라의 마지막 부분을 읽는 자를 '하탄 토라'(토라의 신랑)이라고 부르고, 토라의 새로운 부분을 읽는 자를 '하탄 브레쉬트'(창세기의 신랑)라 부른다. 토라 읽기를 마친 다음 '하탄 토라'와 '하탄 브레쉬트'는 전체 회중을 축하연으로 초대하여 함께 즐기게 되는데, 이 때 회당에 보관되어 있는 두루마리로 된 토라 사본을 꺼내어 회당 내와 회당 밖에서 원형을 그리며 노래와 춤을 춘다. 이것은 토라 완독에 대한 자축연이면서 또한 토라에 대한 그들의 사랑을 표현하는 중요한 풍습이다.

5. 마치는 말

추수감사절의 의미를 갖고 있는 초막절은 이스라엘 명절 중 가장 즐거운 분위기의 절기였다. 또한 구원역사의 의미에서 볼 때, 유월절이 구원의 시작과 관련이 있다고 하면 초막절은 이런 구원의 완성을 의미하는 절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초막절은 종말론적 경향이 강했던 제2성전시대에 다른 어느 명절보다 중요시되었다. 이것은 이스라엘이 자연 주기의 순환적인 의미를 역사와 신앙으로 받아들인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다른 명절에서도 찾아 볼 수 있는 것처럼 초막절 역시 절기를 지키는 의미가 가정과 회당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특별히 초막 짓기를 통한 어른과 아이들의 격 없는 어울림은 명절의 즐거움과 함께 신앙산실로서의 가정이 지닌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켜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회당 중심의 예배와 마지막 날의 '심하트 토라' 의식은 이스라엘 전체의 신앙공동체 의식을 견고히 다져주는 역할을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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