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애국심 넘어 신앙인들이 순교의 피 흘리며 지켜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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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의 역할

▲1919년 배포된 독립선언서. ⓒ서지학자 이효상 원장 제공

▲1919년 배포된 독립선언서. ⓒ서지학자 이효상 원장 제공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3·1운동은 우리나라의 독립과 자주민임을 선언하고, 민족의 독립의지를 세계만방에 알린 역사적 사건이다.

1919년 3월 1일을 전후로, 시기는 그해 5월 말까지 또는 그 이듬해 3월 말까지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해외에 이주해 있던 동포들에게까지 확산되었던 운동이다.

50명 이상이 참여한 시위만 1,500여회를 넘었고, 참여 연인원은 202만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우리나라 인구가 1,800만 정도였으니 총 인구의 10%가 넘는 참여는 우리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었고, 우리 민족이 역사적 사건에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 근대화를 여는 시민혁명의 시작이라 볼 수 있다.

3·1운동은 한국교회의 적극적 참여로 이뤄졌다. 당시 총 인구의 1.5%에 불과하던 기독교인들이 총 피검자의 17.6%나 차지했던 것을 보아도, 얼마나 적극성을 띠었는지 알 수 있다. 한국교회는 이 운동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주동자가 되었으며, 지도력과 조직을 제공하고 통로가 되어 기여했다.

3·1운동은 한국교회가 현실참여를 위한 결단을 내린 사건이었다. 우리나라에 복음을 전한 선교사들이 교회가 정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게 하기 위해 ‘정교분리’라는 원칙을 세워 기독교인들의 현실참여를 막으려 했지만, 3·1운동에 참여한 기독교인들은 거의 모두가 신앙적 결단에 의해 참여하였다.

선교사들은 한국교회의 정치적 기능을 제거하려 했지만, 교회는 저항과 투쟁이라는 정치적 기능을 수행했다.

3·1운동은 이런 기독교적 ‘애국’, ‘애민’의 기초에 기인(起因)한다. 한국교회는 만세운동 이전에도 독립운동의 싹을 틔웠던 최초의 독립선언인 2·8 학생 독립선언을 후원했다. 3·1독립선언의 기초자인 최남선이 고백한 대로 3·1독립선언의 기초 이념도 기독교의 영향을 받은 바가 컸다.

3·1운동의 동력 또한 한국교회가 제공했다. 이렇게 3·1운동 전개 과정에서, 교역자들뿐 아니라 의식있는 평신도들에 의해 조직화돼 만세 시위를 벌인 경우도 적지 않게 발견된다. 운동의 초기 단계부터 모든 흐름에 직·간접으로 참여했으며, 전국적 확산 과정에서도 교회는 전국의 조직과 지도자를 제공하였다.

교회와 학교, 기독청년, 여전도회와 선교회 등 기독교 조직이 운동의 연락책과 동원책으로 활용됐다. 이러한 교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었더라면, 3·1운동은 그처럼 신속하게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오래 지속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3·1운동으로 인해 한국교회가 지불한 대가는 참으로 컸다. 교회는 평신도들을 포함한 목사, 장로, 전도사, 교사 등 교역자들까지 적극 참여하고 주동했으므로, 일제의 주목을 받아 그 핍박과 피해도 매우 많았다.

일제는 처음부터 평화적 만세시위에 헌병, 경찰과 군대까지 동원해 무력으로 무차별 진압함으로써 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체포, 구금, 고문했다.

이러한 탄압과 학살, 파괴, 방화 등 만행의 사례는 수없이 많지만, 대표적인 사례가 1919년 4월 15일 일어난 수원 제암리교회 학살방화 사건이다,

3·1운동 참여로 인해 한국교회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장로교는 체포된 자 3,804명(목사 134명, 관계 지도자 202명, 남신자 2,125명, 여신자 531명, 매 맞고 방면된 자 2,162명, 사살된 자 41명, 수감자 1,642명, 매맞고 죽은 자 6명)과 파괴된 교회 12개 등이다.

감리회는 목사, 전도사, 권사, 속장, 교사의 합이 160명이었다. 총 피검자 19,525명 중 기독교인이 3,426명으로 17.6%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직업적 종교인, 즉 목사를 포함한 교역자는 244명으로 천도교와 불교의 2배에 이른다.

특히 여성 피검자의 수는 총 471명이었는데, 그중 기독교인이 309명으로 65.5%나 차지하고 있다. 이는 구한말부터 여성 인권과 지위 향상, 계몽에 힘썼던 기독교의 영향이 3·1운동에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기독교가 이끈 3·1운동에서 역할 못지 않게 피해도 컸다. 이러한 피해는 교세에도 영향을 끼쳤다. 당시 장로교는 교회 수가 1,705개소, 신자가 144,062명이었으며, 감리교는 교회가 472개소, 신자가 35,482명으로 이 두 교파의 합이 교회 2,177개소, 신자가 179,544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러한 교세는 3·1운동의 피해로 전년도인 1918년에 비해 교회 수가 88개소, 신자 수가 22,409명이나 줄어들었다. 교인의 자연증가 추세까지 고려할 때, 교회는 3·1운동 참여로 엄청난 피해와 희생을 감수한 것이다. 그러기에 기독교는 항일 민족저항 운동의 한 방편이자 ‘민족교회’로 인식되었다.

3·1운동 당시와 지금의 한국교회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그러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당시 교회는 나라와 민족을 먼저 생각하고,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그 의무와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기에, 민족화합을 이루는 일에 적극적이었다.

우리 민족의 공공성에 대한 의무를 감당하는 일에는 교파를 초월해 타종교인과도 연대하고 협력했다. 그렇게 하면서, 복음과 정의를 위해 고난에 참여하는 것을 진정한 축복으로 여겼다.

이런 점에서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는 개인주의와 개교회주의로 변질돼 분열된 모습을 극복하고, 어떤 이유로도 하나된 모습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하겠다.

3·1운동의 바람이 다시 불어오도록, 한국교회가 나서야 한다. 아니, 3·1운동의 정신을 함양하고 고취시키고 계승하는 일에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

▲이효상 교회건강연구원장.

▲이효상 교회건강연구원장.

3·1운동의 정신은 단순한 애국심에서 비롯된 내용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다스리심을 갈망하던 신앙인들이 순교의 피를 흘리며 지킨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의 교회가 먼저 3·1운동의 정신을 새롭게 되살려내, 교회가 이 민족을 향해 어떤 희생을 치루며 민족 교회로 자리매김하여 왔는지를 정확한 메시지로 사회에 전달해야 한다. 그런 모습을 재현함으로써, 다시 민족 속으로 들어가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희생을 각오하고 민족의 독립과 자유, 정의와 평화 그리고 후손들의 행복을 위해 과감히 일어섰던 신앙의 선배들….

한국교회의 3·1운동 참여와 역할은 우리 민족 모두에게, 특히 기독인들에게 민족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봉사한 자랑스러운 전통으로 영원히 기억되고 기념돼야 한다.

한국교회와 연합기관, 그리고 각 교단이 하나된 모습으로 100주년 대회를 치뤄, 8천만을 섬기며 통일시대를 열고 다시 도약하는 기념비적 사건이 되기를 기대한다. 거룩한 교회로,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다짐하는 원년이 돼야 한다.

이효상 원장(한국교회건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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