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에르케고어를 만나다] 특별한 때를 위한 강화(1) 역사적 해설
키에르케고어에게 1846년과 1847년은 중요한 해이다. 일반적으로 키에르케고어의 작품을 전기와 후기로 나눈다면, 1846년까지는 전기에 해당되고 1847년 이후로는 후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원래 계획은 1846년 2월 27일에 출판된 <결론의 비학문적 후서(Concluding Unscientific Postscript to Philosophical Fragments)>와 함께 저작활동을 중단하고, 그 후에는 시골의 작은 교회에서 목사로서 활동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코르사르(Corsair) 사건이 터진다. 풍자 주간지인 ‘코르사르’의 한 편집인이 그의 저작 <인생길의 여러 단계(1845)>의 내용을 비판하자, 키에르케고어가 이에 대한 반박문을 쓰면서 싸움은 본격화되었다. 이 주간지는 키에르케고어를 ‘절뚝거리며 다니는 코펜하겐의 소크라테스’라고 비판했다.
이 공격 결과, 그는 다시 한 번 인생의 대지진을 경험한다. 그는 더 이상 거리에 지나다니지 않았고, 지나가는 행인들과 대화하지 않았다. 코펜하겐에 그의 마음이 통하는 장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걷는 대신에 코펜하겐 근처의 숲속에서 고독을 위한 강렬한 충동을 느꼈고, 1846년 5월에는 베를린에 2주간 머물렀다.
이 사건 이후, 키에르케고어는 중대한 변화를 겪는다. 그의 계획을 전면 수정하여, 다시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 사건은 일종의 태만 죄였고 행복한 실수였다. 그의 자기 지식(self-knowledge)과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력은 더욱 날카로워졌으며, 기독교 신앙을 세우기 위한 계획은 더욱 깊어졌다.
바로 이것이 그의 ‘두 번째 저술’이라 부르는 시기의 특징이다. <결론의 비학문적 후서>가 ‘전환점’이었다면, 코르사르 사건은 결정적 계기였다. 그리고 <다양한 정신에서의 건덕적 강화>는 두 번째 저술의 첫 번째 작품이다.
두 번째 저술을 뚜렷하게 특징짓는 하나의 실마리는 ‘기독교 강화(christian discourses)’라는 말이다. 이 말은 처음으로 이 작품에 등장한다. 3부 <고난의 복음>의 부제가 ‘기독교 강화’이다.
그는 <다양한 정신에서의 건덕적 강화>가 나오기 전까지 약 14개월 동안 엄청난 양의 글을 썼다. <두 시대(Two ages)>와 아들러(Adler)의 작품에 대한 ‘비평’을 완성했고, 소통(communication)에 관한 상당한 양의 일련의 강의들을 발전시켰다.
<두 시대>의 출판 후에,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 짧은 글들을 구상했다. 그 중 하나가 들의 백합화와 공중의 새였고, 1846년 초부터 ‘세 개의 짧지만 기쁜 강화: 우리가 들에 백합화와 공중의 새에게서 배우는 것‘ 다음으로 ‘고난의 복음’이라는 주제의 설교 모음집을 생각했던 것이다.
원래는 낮은 가격으로 각 부분을 출판할 계획이었으나, ‘작은 작품들(minor works)’이라는 제목을 붙인 ‘아들러에 대한 책(The Book on Adler)’을 포함하여, 네 개의 작품으로 묶어 출판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나중에는 계획을 다시 한 번 수정하여 ‘아들러에 대한 책’을 빼고 현재의 세 부분이 남은 <다양한 정신의 건덕적 강화>를 출판하게 된다. 작품의 관계로 보았을 때, ‘아들러에 대한 책’은 일종의 부록이었음이 분명하다.
하워드 홍(Howard V. Hong)에 의하면, 이 책은 그 당시 총 500부가 인쇄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판매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이 강화는 키에르케고어 생전에 다시 인쇄된 적은 없었다. 그는 이 때까지 자신이 출판인이었다. 그리고 이 강화 판은 Reitzel Forlag에게 사례비로 받은 출판물 중 첫 번째 작품이었다. 그는 1973년 미화로 환산할 때, 약 1,125달러 정도의 사례비를 받았다고 한다.
<다양한 정신의 건덕적 강화>는 총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는 내용이 가장 긴 글로, 두 마음을 품은 자에 대한 ‘도덕적’ 분석이고, 2부는 들의 백합화와 공중의 새에 관한 글로 세 편의 강화로 구성된 일종의 ‘심미적’ 묵상이다.
3부는 고난의 복음에 관한 글로 ‘종교적’ 고난이다. 2부와 3부는 이미 독자들에게 소개한 바 있고, 오늘부터는 가장 긴 글인 1부의 내용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미 키에르케고어를 애독하고 있는 독자들은 알다시피, 그는 인생을 3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심미적, 윤리적, 종교적 단계가 그것이다.
이 책 역시 1843년에 출판된 <이것이냐 저것이냐> 이후, 그 관계를 공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는 이 책을 출판하면서 자신의 일기에서도 이 관계를 언급하고 있다.
그가 말한 최고의 단계는 종교적 단계로, 이미 독자들에게 소개한 <고난의 복음>에 해당된다. 1부 내용은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면을 다룬다. 하지만 일반적인 윤리라기보다 기독교적인 면이 강하다.
1부의 작품은 다양한 정신들에 대한 설명이 있지만, 어떤 과정을 통해 기독교 정신(영, spirit)에 이를 수 있는지 독자들은 이 작품에서 그 백미를 알게 될 것이다.
이창우 목사(키에르케고어 <스스로 판단하라>, <자기 시험을 위하여> 역자, <창조의 선물>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