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재단법인 이끄는 C3그룹 전영철 대표
아이들 돕는 최종 멘티는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이 됐으면
위기 청소년들 육신 챙기다 보면, 영혼까지 돌볼 수 있어
재단법인이 사업체 일정 지분 갖고, 청소년 돕는 시스템
지금은 화장지, 커피 등 ‘주는 전도’ 아닌 ‘받는 전도’ 해야
캥거루재단법인에서 10만여 명에 이르는 전국 위기가정 청소년들을 돕기 위한 ‘학교별 지부장’ 모집 설명회를 오는 28일 오후 2시 서울 상암동 YTN빌딩 1층 뉴스웨어홀에서 갖는다. 지부장으로는 주요 종교 성직자들을 모집하고 있지만, 사실상 목회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캥거루재단법인은 C3그룹의 ‘캥거루운동 시스템’의 중심에 있다. 각종 사업체를 운영중인 C3그룹의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 청소년 단체들을 통해 위기가정 청소년들을 직접 돌보기 때문이다.
재단 측은 지부 1만곳을 모아 지부장을 맡을 전국 개척(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자립을 돕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C3그룹 전영철 대표를 만나 구체적인 계획을 청취했다.
-재단 설립 취지가 궁금합니다.
“2009년 처음 아이들 돕는 일을 시작했지만, 2012년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아이들을 돕는 일을 멈출 수 없었기에, 전세금까지 빼서 10개월간 온 가족이 찜질방을 전전한 적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식구들이 힘들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사업부터 시작했습니다. 정부나 대기업에서 도와주지 않아도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사업 확장과 청소년 사역이 함께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아이들을 돕는 최종 멘티는 목회자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경제적 지원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목회자들이 아이들을 부모처럼 품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지역을 섬기다 보면, 선교도 자연스럽게 되고 교회의 재정 상황도 나아질 것입니다.
아이들을 돕는 일을, 쿠폰만 주고 끝내선 안 됩니다. 감수성이 민감한 아이들의 자존감도 생각해야 합니다. 지원 사실을 학원에서는 원장만 알아야 하고, 식당에서는 주인만 알아야 합니다. 식당에 이야기합니다. ‘가격에는 음식과 서비스가 포함된 것’이라고요. 그걸 강조하니 잘 해주십니다.”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셨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진 않습니다.
“캥거루운동은 사업체와 재단법인, 복지가 맞물리는 시스템입니다. 사업체(C3그룹)와 재단법인(캥거루)까지는 만들어졌고, 나머지 시스템을 위해 지부장을 모집하려는 것입니다. 저는 제 일을 할 뿐, 사람들이 믿든 믿지 않든 관계 없습니다. 사역이라는 게 그렇지 않습니까?
미자립교회들이 자립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는 것이 기독교 내 큰 이슈 중 하나입니다. 교단에서 다양한 대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돈으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캥거루운동은 목회자들이 지역에서 위기가정 청소년들을 돌보는 역할을 하자는 것입니다. 그들의 육신을 챙기다 보면, 영혼까지 돌볼 수 있습니다.
캥거루운동 시스템은 캥거루가 사랑하는 자식을 주머니에 품고 독립할 때까지 키웠다가 내보내는 데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소리도 없이 울고 있는 위기가정 청소년 10만여 명을 품어, 그들이 ‘점프’할 수 있도록 함께 돕자는 것입니다.
C3그룹은 이렇듯 ‘캥거루 가족’을 이루고 싶어하는 기업이 될 것이고, 그 혜택은 위기가정 청소년들에게, 그리고 수익은 목회자들에게 드릴 것입니다. 전국의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이 어려운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청소년 돕기는 이해가 되는데, 그것이 어떻게 미자립교회 지원으로 연결되나요.
“기업은 총판으로서의 수익이 있고, 지부장은 총판과 대리점으로서의 수익이 따로 있지 않습니까.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이 대리점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모든 일이 이뤄지기 때문에, 목회자들이 따로 움직일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들만 잘 도우면, 착한 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착한 기업이 되면 훨씬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학교마다 위기가정을 위한 지부를 두고, 목회자가 그들을 돌보면 교회와 기업의 이미지가 함께 좋아질 것입니다. 그러면 다른 기업들도 재단법인을 통해 일을 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럴 경우 기업에서는 일정 수익을 또 다시 지부로 기부할 수 있게 됩니다.
각 지역 학교들과 함께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수 있습니다. 한 예로 자동화재속보기가 있는데, 저희가 LG유플러스와 연계해 국내 최초로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화재가 발생할 경우 소방서와 지정된 전화번호로 즉각 연락이 갑니다. 이런 사업을 통해 목회자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미자립교회와 지역사회의 ‘접촉점’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많은 교회들이 대형교회를 지향하다 보니 전도법도 대형교회를 따라하려 합니다. 자꾸만 ‘주는 전도’를 합니다. 나라가 가난했을 때는 화장지도 커피도 주면서 전도했지만, 요즘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커피 한 잔 타 준다고 좋아할까요?
지금은 오히려 ‘받는 전도’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관계가 형성됩니다.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오히려 동네 식당에서 위기가정 청소년들을 위한 ‘한끼 기부’를 받아내면서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들은 주면서도 관계를 맺습니다. 돈을 받으면서 전도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복지에 마음을 쓰게 된 개인적 동기가 있으신지요.
“제가 위기가정 청소년 출신입니다. 그래서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셔서 창녀촌 내 방 한 칸에 살았던 적도 있습니다. 가난했지만,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습니다. 교회라는 공동체가 있었기에 왕따도 당하지 않았고, 탈선하거나 자존감에 상처를 받지 않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습니다.
15년 전인 2004년에 영어학원을 운영한 적이 있었는데, 어려운 가정 아이들이 자꾸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봤습니다. 한 부모님이 ‘돈이 없어서 아이를 더 이상 못 보내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냥 보내라고 했습니다.
그때 학원생이 총 180여명이었는데, 10명 정도에게 그렇게 했습니다. 물론 교사들 모르게 했지요. 아이들 부모님들이 좋아하셨습니다. 10명 정도 그렇게 한다 해서 학원 운영에 지장을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옆에 있던 수학학원과 입시학원에도 권유했습니다.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인근의 꽃집 주인에게 ‘그 아이 생일인데 꽃다발을 그 동안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선물해줄 수 있겠는가’ 요청했더니, 주인 분이 눈물을 흘리면서 동참했습니다.
목회자들도 이런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주보를 주면서 전도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지부장 설명회에서는 어떤 내용이 발표되나요.
“목회자들을 모아놓고 선교 전략이나 자립 선교 방안 등을 설명할 것입니다. 요즘 교회는 지역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면 설 자리가 없습니다. 인정만 받는다면, 재정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입니다.
저도 2012년 실패했을 당시, 사업이 어렵다고 다 그만두고 사역만 하려다 그렇게 됐습니다. 이번에는 다르게 가고 싶습니다. 조직을 움직여 지역사회와 함께하겠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