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교수의 아가서 강해(1)] 서론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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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1. 아가서 연구의 중요성

아가서는 성경 중에서 해석하기가 어려운 책 중의 하나이다. 아가서를 해석하기 어려운 책으로 여기는 이유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파악된다. 우선 아가서는 풍부한 상상들을 압축된 시적 언어로 표현한 서정시체의 책이다. 또한 아가서는 외견상 뚜렷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아가서는 배경이 되는 실제 역사적 사건들이나 경험들이 모두 내용 뒤에 숨어있고 단지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깊은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한 고백들이 대화형식으로 전개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아가서는 마치 단편적인 사랑 노래들을 모아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아가서의 압축된 시적 표현이나 일관성 없어 보이는 내용 전개 등은 이 책을 해석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역사적으로 아가서를 해석하는 여러 이론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아가서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여도 그 책이 정경 속에 들어 있는 책이기 때문에 아기서는 우리들의 신앙과 생활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그동안 주의 깊게 보지 못하였던 아가서 연구를 통하여 각자의 신앙 성숙은 물론 사랑이 넘치는 풍부한 삶을 회복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아가서는 특별히 부부간의 사랑을 노래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결혼의 중요성과 함께 결혼생활에서 부부간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달으며 그런 사랑이 회복되는 은혜가 있기를 기대한다.

유대인들에게 아가서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책이다. 그것은 아가서가 유대인들의 명절에 낭독되는 성경 다섯 권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가서는 특별히 유대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명절인 유월절 기간 동안 회당에서 낭독되었다.

참고적으로, 명절과 관련된 다섯 권의 책들은 아가서를 비롯하여 룻기, 에스더서, 예레미야 애가, 전도서이다. 유월절에는 아가서가 낭독되고 오순절에는 룻기가 낭독되었다. 초막절에는 전도서가 낭독ㄷ었으며, 에스더서는 부림절에 낭독되었다. 그리고 애가는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날인 아브월 9일에 낭독된다. 이 다섯 권의 책을 유대교에서는 특별히 '하메쉬 메길롯트' 즉 '다섯 개의 두루마리'라고 부른다.

아가서는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개역 성경의 순서에서 볼 때 전도서 다음에 위치하고 있다. 유대인들의 히브리어 성경에서도 아가서는 룻기와 전도서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전도서와 가깝게 배치되어 있다. 이가서와 전도서가 서로 가깝게 위치되어 있는 것은 이 두 권의 책이 우리들의 영적 생활에 균형을 이루기 때문일 것이다. 전도서는 우리들의 지성과 정신적 생활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 아가서는 우리들의 가장 중요한 감성 곧 사랑에 그 초점을 두고 있다. 전도서의 중심 메시지는 인생이 하나님을 위하여 살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점인 반면, 아가서는 주님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의 핵심임을 전해준다. 그런 점에서 전도서와 아가서는 우리들이 머리와 가슴을 다함께 하나님께 드려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2. 아가서의 명칭

우리말 개역 성경에서 '아가서'라고 번역된 히브리어의 본래 명칭은 '시르 하시림'이다. 그 명칭이 지니고 있는 의미는 '노래 중의 노래'라는 뜻이다. 이 표현은 '왕 중의 왕'이나 '만주의 주'처럼 최상급을 나타내는 히브리식 어법이다. 성경에 따르면, 솔로몬이 1005개의 노래를 지었는데(왕상 4:32), 이 많은 노래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노래가 곧 '아가서'이다.

아가서를 영어 성경에서는 'Canticles'라고 부른다. 이것은 라틴어 역본인 '불가타'의 'canticum canticorum'에서 파생된 명칭인데, 그 역시 '노래 중의 노래'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3. 아가서 내용의 특징

아가서는 성경의 다른 책들과 비교해 볼 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들을 지닌다.

(1) 첫째로, 에스더서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이라는 단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단지 8:6에서 단 한번 '여호와'가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아가서에서는 세속적 성격의 청춘 남녀의 사랑, 신랑 신부 사이의 대화들, 그리고 노골적인 육체적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와 노래 등으로 가득 차 있다.

(2) 아가서에는 계시와 관련된 어떤 내용도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리고 찬송, 기도, 회개와 같은 의례적인 종교적 언어도 찾아 볼 수 없다. 인간의 사랑을 통하여 그리스도와의 신령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3) 아가서는 신약성경 어디에서도 인용된 적이 없다. 그러나 아가서의 내용은 교회와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4) 아가서는 표현 속에서 강조된 세속적 성향 때문에 잘못 읽으면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13세 성년식이 있기 전에는 아가서 읽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4. 아가서의 문학적 특징

(1) 엄격한 의미에서 아가서는 지혜문학에 속하지 않는다. 아가서에서 가장 두드러진 양식은 교훈이나 논쟁이 아니라 사랑을 고백하는 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창조자의 선물로 생각하는 것이나 인간 생활의 중요한 규범으로 여기는 것은 지혜자들의 사상과 매우 유사하다.

(2) 아가서의 대부분은 사랑하는 자와 사랑 받는 자 사이의 대화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 중의 상당 부분은 상대방이 옆에 없을 때 상상으로 말하는 독백형식의 내용이다. 아가서 안에는 여러 종류의 사랑과 관련된 시들이 발견된다. 이들 대부분은 연인 각자가 상대방의 아름다움을 수사적인 언어로 묘사의 노래들이다.

(a) 남자가 여자에 대한 묘사(4:1-7; 6:4-7; 7:1-9)
(b) 여자가 남자에 대한 묘사(5:10-16)
(c) 여자 자신의 아름다움을 겸손하게 낮추는 자기 묘사들(1:5, 6; 2:1; 8:10)
(d) 사랑하는 사람의 옷이나 장신구 등을 예찬하는 찬탄의 노래(1:9-11; 4:9-11)
(e) 서로 떨어져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을 열망하는 갈망의 노래(1:2-4; 2:5,6; 8:1-4, 6, 7) 이런 노래들은 서로 떨어져 있음이 오히려 사랑하는 마음을 더욱 일으켜 줌을 강조한다.
(f) 두 차례에 걸쳐 등장하는 여자의 사랑하는 남자를 찾아다니는 이야기(3:1-4; 5:2-7) 이런 내용들은 여자의 강렬한 열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3) 아가서에는 그림 같은 풍부한 표현을 통하여 사랑의 따뜻함과 강력함을 보여준다. 연인들의 육체와 그들이 지니고 있는 정렬적인 욕망을 너무도 솔직하고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색정적이지는 않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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