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이 헌재 판결 직전 실정법령에 특정 입장 지지?
판결에 정치적 영향 미칠 우려
사실상 '삼권분립' 위반 아닌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낙태죄(형법 제269조 제1항 및 제270조 제1항) 위헌 여부 판결을 앞두고 헌법재판소에 "낙태죄는 위헌"이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인권위는 이 의견서에서 "낙태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 생명권, 재생산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고, 최영애 위원장은 이런 사실을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밝혔다.
낙태죄에 대한 견해는 현재 매우 분분하다. 인권위처럼 이 법이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하기에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 생사를 결정할 수 없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이 법을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개인마다 그 입장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국가기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권위는 대통령이 그 위원장을 직접 임명하고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엄연한 국가기관이다. 한때 '헌법 기관 격상' 여부가 논란이 됐을 정도로 현 정부에서 그 위상이 결코 작지 않다.
그런 곳이 아직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특정 입장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는 공무원의 정치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낙태죄에 대한 견해 표명을 과연 정치운동으로 볼 수 있느냐는 물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같은 법 제56조는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낙태죄는 아직 위헌 결정이 나지 않은 실정법령이다.
여기에 인권위가 특정 입장을 나타냈다는 건 국가기관이 '법치'를 흔든 것이며, 사실상 사법부와 입법부의 영역을 침해한 '삼권분립' 위반이다.
인권위가 헌재에 "낙태죄 위헌" 의견서를 냈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 수장인 최영애 위원장이 마치 보란듯 언론과 인터뷰하며 이를 공개했다는 것은 더 어처구니가 없다. 판결에 정치적 영향력을 미치려 한다는 합리적 의심을 충분히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이야말로 사법농단이자 직권남용이 아니고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