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교수의 아가서 강해(3)] 서론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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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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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아가서의 해석 이론들

아가서를 해석하는 이론들은 여러 가지가 주장되어 왔으나 그 중에서 네 가지 해석 이론이 대표적이다. 곧 문자적 해석, 풍유적 해석, 결합된 해석, 모형론 해석이 그것이다.

(1) 문자적 해석(literal interpretation): 아가서는 인간 사람의 찬가로서, 일반적인 결혼 혹은 사랑의 노래들을 수집한 것으로 해석한다. 아가서에는 어떠한 영적인 교훈이 없다고 보는 견해이다. 이 해석에 따르면, 아가서의 의도는 육체적인 아름다움과 성혼의 사랑은 그 자체가 좋고 온전하므로 천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데 있다. 그리고 인간의 사랑은 결혼에서만 그 모든 애정의 측면들이 올바로 성취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아가서는 우리들에게 사랑의 방법을 가르쳐주고, 인간의 육체를 지으신 하나님의 창조의 솜씨를 찬양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우리 부부들의 사랑에 흠이 많이 있음을 지적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견해에는 약점이 있다. 그것은 아가서를 단지 인간의 육적인 결혼이나 사랑만을 찬양하고 노래하기 위하여 기록되었다고 보는 점이다. 아가서는 인간의 깊고 순순한 사람을 통하여 도덕적이고 영적인 교훈을 주기 위하여 기록되었다고 볼 수 있다.
 
(2) 풍유적 해석(allegorical interpretation): 아가서를 순전히 상징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이다. 즉 아가서를 솔로몬과 술람미 여인과의 사랑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무시하고 단지 그 내용을 풍유적으로 비유하여 영적인 교훈을 얻으려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유대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해석이다. 유대인들의 풍유적 해석에 따르면, 아가서에 나오는 신랑은 여호와 하나님이시고, 신부는 이스라엘의 회중이다. 그러므로 아가서는 여호와 하나님과 선민 이스라엘 사이에 존재하는 사랑의 관계를 표현하는 노래이다. 하나님에 대한 언급이 8:6에 단 한번 나오는 아가서를 정경 속에 포함시킬 수 있었던 것도 유대인들의 이러한 풍유적 해석 때문이었다. 이런 해석에 근거하여 아가서는 유대인의 출애굽 사건을 기념하는 유월절 명절에 각 회당에서 낭송되었다. 이스라엘의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인 유월절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이 곧 남녀의 사랑으로 표현되었다고 여긴 것이다. 풍유적 해석은 오리겐(AD 186-254년) 이후 기독교 교회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기독교의 풍유적 해석에 따르면, 아가서는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의 교회와의 관계를 표현한 노래이다.

풍유적 해석에는 여러 가지 약점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아가서에서 보여주는 역사성은 그 내용을 풍유적 해석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도 생생하다는 점이다. 솔로몬 왕의 이름과 함께 왕의 침상에 대한 설명이나 이스라엘의 여러 지명들은 모두가 이가서의 내용이 솔로몬 왕의 생애와 관련된 것임을 보여준다. 무려 15번 이상이나 언급되고 있는 지명들은 실제 장소라는 점을 이 해석은 간과하고 있다. 또한 아가서의 내용 모두는 영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는 전제에 얽매여 있기 때문에 건전한 해석의 원리를 따르기 보다는 기발하거나 어처구니  없는 발상을 만들어 내는 경향이 있다. 과연 아가서에 나오는 식물이나 향초에 독특하고 중요한 영적인 교훈이 숨겨져 있다고 볼 수 있는가?

(3) 결합된 해석(combined interpretation): 앞에서 언급한 문자적 해석과 풍유적 해석을 조화롭게 결합시킨 해석이다. 아가서가 보여주는 인간의 순수하고 고귀한 사랑은 유혹이 많고 바른 결혼생활에서 멀리 떨어진 오늘의 세대에 큰 교훈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경에 포함된 아가서의 의도는 인간의 순수한 사랑만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더 차원 높은 순수한 사랑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즉 아가서는 그리스도를 바라보게 하며 인간의 어떠한 사랑보다 더 높은 그리스도의 구속적 사랑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솔로몬의 사랑을 노래하는 아가서의 역사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그 본문이 전해주는 도덕적이고 영적인 교훈을 충분히 고려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고 균형 있는 해석으로 여겨진다.

(4) 모형론 해석(typical interpretation): 이 해석은 아가서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건들이 어떠한 영적 진리에 대한 암시라고 이해한다. 그러나 풍유적 해석에서처럼 그런 암시들을 특정된 영적 진리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하지 않는다. 솔로몬과 술람미 여인과의 사랑은 여호와와 그의 백성과의 사랑을 예표적으로 보여주며 그리스도와 그의 교회와의 관계를 예표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모형론 해석은 아가서의 역사성과 영적인 교훈을 동시에 강조한다는 점에서 결합된 해석과 유사하다. 그러나 솔로몬과 술람미 여인과의 사랑이 단지 예표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9. 아가서의 목적

(1) 아가서가 보여주는 표면적이고 일차적인 내용은 인간 사이의 고귀한 사랑에 관한 것이다. 아가서는 인간의 사랑이 하나님의 위대하고 놀라운 선물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아가서는 확장된 잠언이라고 볼 수 있다. 때로는 금욕주의가 성에 대한 기독교적 견해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래서 하나님에 의하여 설정된 결혼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도 육체적인 사랑의 본질적 선함과 정당성이 거부되는 경향이 있었다. 아가서는 극단적인 성적 추구나 남용과, 금욕주의라는 또 다른 극단 사이의 건전한 균형을 대담한 언어 표현으로 제시하고 있다.

아가서에 등장하는 한 쌍의 연인의 사랑은 시작 부분에서부터 마지막 부분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강력하다. 그런 점에서 이 시의 힘은 절정 부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주제를 독창적이고 섬세하게 반복하여 묘사하는 데에 있다. 사랑하는 자는 떨어져 있을 때에도 상대방을 갈망하고(3:1-5), 함께 있을 때에도 완전한 즐거움을 누린다(7장). 왕궁의 찬란함 속에서도(1:2-4) 전원의 고요함 속에서도(7:11 이하) 사랑의 풍요로움을 경험한다. 사랑은 죽음같이 강하고 물도 그 뜨거움을 끄지 못하고 홍수도 엄몰하지 못한다. 그 사랑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긴 하지만 도저히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이다(8:6, 7).

(2) 아가서는 결혼한 두 부부의 육체적 관계를 포함한 인간의 깊은 사랑을 표현하는 데에 머물지 않고 더 높은 차원의 사랑을 제시하고 있다. 영(E. J. Young)에 의하면, "아가서는 단지 인간의 사랑의 순결성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경의 한 부분으로서 이 책은 우리 인간의 사랑보다 더 순결한 한 사랑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준다." 그것은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이상적 관계, 그리고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이상적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바울이 에베소서에서 부부간의 사랑을 설명하면서(5:22-33) 부부의 사랑은 곧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임을 밝힌 것도 이런 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래서 바울은 부부의 관계와 그리스도-교회의 관계를 큰 비밀이라고 천명하였다. "이 비밀이 크도다. 내가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하여 말하노라. 그러나 너희도 각각 자기의 아내 사랑하기를 자기같이 하고 아내도 그 남편을 경외하라"(엡 5:32-33)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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