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현 감독이 전하는 영화 <아픈만큼 사랑한다>
임준현 감독은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원작 KBS ‘인간극장 백발의 연인’ 편을 비롯해 약 20여 편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베테랑 PD다. 그가 2012년과 2016년 KBS ‘인간극장’을 통해 소개한 故 박누가 선교사의 삶은 많은 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물했다. 그리고 이번에 이 작품을 영화화 했다. 바로 <아픈 만큼 사랑한다>.
임준현 감독은 “한 명의 선교사로서, 외과의사로서 그리고 목회자로서 한 삶을 불꽃같이 살다 가신 故 박누가 선교사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각박하게 느껴지는 삶 속에서 박누가 선교사의 이야기를 듣고, 본다면 마음 한 편이 따뜻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아픈 만큼 사랑한다>는 어떤 영화입니까?
“영화 <아픈 만큼 사랑한다>는 한 명의 선교사로서, 외과의사로서 그리고 목회자로서 한 삶을 불꽃같이 살다 가신 故박누가 선교사의 삶을 다룬 영화다. 박누가 선교사는 약 30년 동안 필리핀 오지부터 도시의 빈민가, 반군 지역 등을 가리지 않고 환자들을 치료하며, 항상 자기 자신보단 남을 먼저 생각하시는 분이셨다. 각박하게 느껴지는 삶 속에서 박누가 선교사를 만난다면 마음 한편이 따뜻하게 느껴지실 거라 생각한다.”
- 이번 작품을 기획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박누가 선교사가 돌아가신 후에 만드는 영화이기 때문에 왜곡과 과장없이 객관적인 시선으로 ‘인간 박누가’에 초점을 맞추도록 노력했다. 의사나 선교사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박누가’의 가치관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방송을 통해 두 번 소개했던 선교사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들려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일말의 후회도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 감독으로서 가장 고민한 지점은 무엇인가?
“2016년 12월 KBS ‘인간극장’에서 방송한 이후 박누가 선교사는 약 2년여 정도를 투병 생활했고, 2018년 8월 세상을 떠났다. 내용적으로 돌아가시기까지의 그 시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박누가 선교사는 평소 자기 자신을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과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활발하게 소통했다. 오지 마을로 봉사 활동을 가셨던 이야기, 항암 치료를 받으셨던 이야기, 집에서 요양하실 때 이야기 등 많은 부분을 대중과 공유했고, 때로는 감사 인사를 남기며 많은 분의 응원에 힘도 내셨다. 그렇게 기록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커뮤니티를 활용하여 이번 영화에서 그 시간들을 표현할 수 있었다.”
- TV 방영 당시 볼 수 없었던 이야기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후의 내용을 촬영하면서 힘들거나 어려웠던 에피소드 혹은 비하인드 스토리는 없는지?
“故 박누가 선교사에게 보물 1호라 불리는 것이 있다. 바로 메디컬 버스 1대이다. 깊은 오지부터 먼 섬 지역까지 선교사의 발과 병원이 되어주고, 숙소가 되기도 했던 메디컬 버스. 그 버스는 2016년 ‘인간극장’ 방송 이후, 조카 주희 씨가 틈틈이 관리 했지만 운행하는 사람이 없어 그 마저도 쉽지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타이어를 도둑 맞기도 했고, 파손된 부분이 늘어가면서, 박누가 선교사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덴시오 씨에게 버스를 맡기기로 결심했다. 차로 6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이동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출발 당일까지도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모두가 전전긍긍 했다. 하지만 정말 극적으로, 선교사의 첫 직원이었던 라피 씨가 버스원정대에 합류하면서, 버스를 무사히 덴시오 씨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 생전 박누가 선교사님을 어떤 분으로 기억하는가?
“故 박누가 선교사는 죽음 앞에서도 초연히 본인이 하던 일 계속 하셨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선 내가 있으나 마나한 사람이지만, 내가 필리핀 오지 무의촌에 가면 꼭 필요한 사람이 된다’며 의료 봉사를 멈추지 않았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故 박누가 선교사는 우리에게 ‘살아가면서 진정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지신 것 같다.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직업 등 이러한 것들이 진정한 삶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당장 앞에 있는 것들만 신경쓰며 살아간다. 그래서 이 작품 속 박누가 선교사를 보면서 ‘내가 진정으로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 이 영화를 반드시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객이 있는지?
“신체적으로 아프지 않더라도, 마음의 위안이 필요하신 관객들이라면 꼭 보셨으면 한다. ‘본인이 아파봤기 때문에 그만큼 남을 더 사랑하겠다’ 라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오신 분인 만큼, 박누가 선교사의 이야기가 많은 관객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