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방문객> 박영철 감독과 임나경 작가
지난해 북한인권국제영화제에서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영화 <방문객>이 3월 27일 개봉했다.
연출을 맡은 박영철 감독은 지난 2011년 첫 장편 영화 <동학, 수운 최제우>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신예 감독이다. 당시 박 감독은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는 평과 함께 전찬일 BIFF 프로그래머로부터 ‘한 마디로 놀라운 영화’, ‘작품의 완성도가 돋보이는 영화’, ‘진정한 독립영화’ 등의 극찬을 받았다.
이번개 새롭게 선보인 영화 <방문객>은 탈북자 기자 故 이한영(본명 리일남)을 모티브로 한다. 장르는 ‘미스터리 드라마’. 예고편부터 예사롭지 않은 스릴과 긴장감이 흐른다. ‘반전’도 있다고. 이에 박 감독과 임나경 작가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영화가 ‘북한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언제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박영철 감독(이하 박): 제 첫 장편 영화 <동학, 수운 최제우> 이야기를 하면서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한영 씨가 북한 공작원에 의해 살해된 사실은 이미 김대중 정권 때 알고 있었지만, 사건이 잊혀지는 것을 보면서 한국 사회에 살아가는 이방인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자유를 찾아 한국에 왔고 성형까지 감행했지만, 방송인으로 근무하며 우리 일반 국민, 일반 기자들처럼 자유로울 수 없었고, 결국 신분이 노출되어 북한의 타깃이 됐죠. 한국 사회의 편견, 북한으로부터 느끼는 생명의 위협, 도피 생활을 마주하는 그 사람의 내면의 세계를 그리고 싶었어요. 모티브를 정하고 작가님께 시나리오를 부탁했는데, 표현을 정말 잘 해주셨어요.
- 지난해 북한인권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상영이 됐었죠.
박: 저희 영화가 10월 말에 완성이 됐는데, 영화제가 12월에 있었어요. 제일 마지막에 저희 영화가 초청됐어요. 북한 인권을 다룬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많은데, 저희 영화는 장르가 다르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시더라고요.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오셨어요.
임나경 작가(이하 임): 인권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런 행사가 활성화 됐으면 좋겠어요. 탈북자를 통한 메시지지만, 국민적으로 공감할 부분이 많아요. 소통의 채널을 만들고 싶었어요.
- 영화를 제작하실 때는 어떤 부분을 신경 쓰셨나요?
박: 전 감독이다 보니 시나리오 속의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연출할지 초점을 두죠. 영화 속의 배경이 도서관인데, 도서관이 한 달에 딱 두 번 놀거든요. 촬영 허가를 잘 안 해줘요. 그래서 추석 연휴를 활용해 정신없이 찍었어요. 보통 독립 영화 하면 배우 한두 명만 나와야 찍기 좋은데, 저희 영화에는 인물이 많이 나와요. 배우들도 현장 스태프도 제작 실장님도 다들 고생이 많았어요.
후반부에도 신경을 썼는데, 젊은 관객들 취향에 맞는 부분이 있어요. 또 제가 고전 영화 광인데요. 무성영화부터 80년대까지 고전 영화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찾아요. 다를 수도 있지만 버트 랑카스타가 출연한 <살인자들>(The Killers)을 참고했어요. 보신 분들 중에는 ‘후반부가 기억에 남아서 히치콕 영화 같다’고 하신 분도 있는데, 연출적으로 영향을 받은 거 같아요.
아쉬웠던 점은 표현하고 싶었던 게 많은데, 제작비가 좀 더 있었으면 했던 거예요. 소설이나 작곡은 혼자 하면 되는데 영화는 종합 예술이잖아요. 전부 자비로 하니 힘들죠. 그래도 영화를 통해 인권을 사랑하고 지켜주려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이 됐으면 좋겠어요.
임: 어떤 분은 ‘날것’ 같은 재미를 느꼈다고 하시더라고요. 투박하지만 맛있는 음식의 느낌이예요. 저 같은 경우엔 주인공이 하는 대사를 편파적으로 두지 않도록 했어요. 찾아오는 사람들의 관점, 탈북자의 입장에서 대한민국을 살아가며 힘든 점을 다 고루 이야기해요. 소통의 부재로 인한 이방인에 대한 편견을 실감할 수 있을 거예요.
- ‘인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박: 기독교 사상으로 보게 되면, 특히 예수께서 보여준 아가페라고 봐요. 제가 처음 영화에서 다룬 동학사상으로 보면 인내천. 인간을 하늘처럼 소중하게 대하는 인권. 누구나 다 똑같이 평등하다는 거죠.
북한은 전체주의라 종교의 자유도 없고 표현의 자유 등 자유가 없잖아요. 어쨌든, 이한영 씨는 한국 사회로 왔는데 이방인으로 사는 거예요. 그 문제를 건드리고 싶었어요. 이한영 씨가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가 됐지만, 탈북자 외에도 이방인이 많아요. 편견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탈북자분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분들의 생각을 보면 복잡해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요. 한국 사회는 탈북자들에게 정착금도 주고 국민으로 받아들인 거잖아요. 그러면서 탈북자들을 외국인 취급하고 사회 저변에 뒤처진 아웃사이더로 대하면 안 된다는 거죠.
사실 기독교 단체나 사회에서 대한민국을 찾아오는 탈북자들의 인권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유독 개신교인들이 한국 사회 탈북자 인권에 대해 포용하고 있는데, 참 고무적이면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이한영 씨가 한국 사회에 와서 개신교를 믿고 개신교를 통해 평온했다고 하는데, 새 삶을 찾은 거겠죠.
임: 사실 탈북자라고 하면 특정한 프로그램 외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데, 탈북자 분과도 만나고, 시나리오라는 과제를 맡고 여러 일들을 보면서 제가 편견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건 저뿐만이 아니겠죠. 영화 <방문객>이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통로가 된 거 같아요. 사람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중요한 거 같아요.
제 생각엔 기독교가 인권을 이끄는 주요 리더로 실천하시는 거 같아서 격려해드리고 싶고, 용기 있는 길을 가고 계신다고 생각을 해요. 앞으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해요.
또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홍보 영상이 사라진 적이 있는데, 故 이한영 씨에 대해 소개한 글이 있었어요. 왜 삭제됐는지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아직 답이 없어요. 헌법에 보장된 권리엔 다른 사람의 자유와 행복을 침해하지 않는 데서, 문화예술인의 창작 권리가 있잖아요. 이 영화는 좋은 취지로 제작된 데다가 故 이한영 씨의 이야기가 모티브가 되었지만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새로운 전개거든요. 심지어 이미 <의형제>라던가 故 이한영 씨를 모티브로 한 영화들이 있는데, 왜 이런 제재를 하는지… 해명을 요구하는 긴 글을 올렸는데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 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감사하더라고요. 자유 대한민국이고 민주주의 사회인데, 자기만의 방식으로 모든 것을 재려는 불합리한 행태, 편견, 헌법에 보장된 자유와 권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영화이기에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고요.
- 한국에 온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서 적응을 못하는 문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신분 노출을 꺼리는 것 같은데요.
박: 그건 국가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들도 국가가 권리를 보장하도록 만들어줘야죠. 미국, UN이라든가 행정부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걸 보면, 미국은 제3자이고 우리가 당사자인데, 우리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해요. 어쩌면 미국은 청교도 사회, 기독교 사회니까 더 인류애가 있는 것도 같아요.
임: 북한 인권 관련 프로그램을 봤는데,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따뜻한 분들이 많이 계세요. 민간에서도 노력을 해야 하지만, 형식적 체제를 만들 수 있는 정부도 더 합리적 지원을 하면 좋겠죠.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박: 독립 영화다 보니 개봉관 잡기가 힘들었어요. 저녁 시간대에만 있는데,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 와서 영화를 봐주시면 감사하죠. 큰 울림이 됐으면 하고. 이 작품을 통해서 다큐멘터리가 아닌 좀 더 좋고 다르게 해석되는 극 영화, 장르 영화, 탈북자 영화, 인권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영화 <방문객>은 4월 1일 (월요일) 오후 6시, 4월 2일 (화요일) 오후 6시, 4월 3일 (수요일) 오후 6시 40분 명보아트시네마(구 명보극장)에서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