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서 1장
서론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가서는 다음과 같이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1. 아가서 1:1-3:5 회상 형식의 솔로몬과 술람미의 구혼시절
2. 3:6-5:1 두 사람의 결혼식에 관한 내용이다.
3. 5:2-8:14 결혼 이후의 행복한 결혼생활
I. "솔로몬의 아가라"(1:1)
아가서의 첫 서두는 솔로몬의 아가서 저작을 소개하며 시작된다. 그런 점에서 이 서두는 아가서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소개는 솔로몬이 지은 잠언이나 전도서에 비하면 그 소개가 매우 간략하다. 잠언이나 전도서에는 '다윗의 아들' '이스라엘의 왕' '예루살렘 왕' '전도자' 등과 같이 솔로몬의 지위나 가문배경 등이 제시되어 있지만, 아가서는 그런 설명을 생략하고 있다. 일체의 배경이나 지위를 배제한 것은 오르지 순수한 사랑만을 강조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가'는 히브리어 '쉬르 핫쉬림'의 우리말 번역이다. 그 의미는 '노래 중의 노래'(song of songs)인데, 최상급을 표현하는 히브리어 구문이다. 그런 점에서 '아가'는 '최고의 노래' 혹은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뜻한다.
II. 술람미는 사랑하는 임의 매력 넘치는 모습을 회상하면서 볼품없었던 자신의 지난 시절을 추억한다(1:2-7).
1. 사랑하는 임의 매력 넘치는 모습(1:2-4)
술람미 여인은 아가서 내용의 첫 시작인 2절에서 사랑하는 임이 자기에로 와서 입 맞추어 주기를 갈망하고 있다. 이러한 갈망은 1:4절에서 그녀 자신이 신랑에게 이끌려가고 싶음을 고백하는 내용과 대조를 보여준다. 곧 사랑하는 임이 자신에게로 다가오게 하고픈 마음과 자신이 스스로 그에게로 가고 싶은 마음이 서로 평형을 이루고 있는 심정을 토로하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싶은 마음과 상대방의 것을 다 갖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1:2과 1:4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적 내용은, 사랑하는 임의 사랑이 너무도 아름다워 다른 처녀들도 임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고백이다. 이것은 두 남녀 간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아름다운가를 보여준다. 그 사랑이 너무도 아름다워 다른 여자들에게 그런 사랑을 빼앗기지 않을까 염려가 될 정도이다. 그만큼 사랑하는 임이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아가서 전체는 사랑하는 상대방에 대한 끝없는 찬사로 가득 차 있다.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이 포함되어야 한다.
술람미의 사랑하는 임에 대한 애절한 마음은 다음 세 가지로 표현한다.
(1) 포도주보다 진한 사랑: 성경에서 포도주는 인생의 기쁨이나 즐거움과 연관하여 자주 언급된다(삿 9:13; 시 104:15; 잠 31:6; 전 10:19). 당시에 가장 큰 즐거움은 포도주로 표현되었다. 그러므로 포도주보다 진한 사랑은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지고의 행복을 뜻한다.
(2) 향기롭고 아름다운 기름: 여기에서의 기름은 올리브기름을 의미하는데, 당시 올리브기름은 모든 향료의 기초가 되었다. 포도주가 내부에서 솟아나는 행복감이라고 한다면, 올리브기름의 향기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향기로움이라고 할 수 있다.
(3) 이름의 향기로움: 한 사람의 이름은 그 이름을 가지고 있는 자의 존재 자체를 의미한다. 술람미는 솔로몬의 명성과 놀라운 성품이 가는 곳마다 널리 퍼져 있음을 노래한다. 이것은 사랑하는 임의 인격과 품성의 아름다움을 의미한다.
2. "내가 비록 검으나 아름다우니"(1:5-6)
여기에서 '검다'는 말은 검은 피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햇볕에 그을려서 생긴 암갈색 피부를 의미한다. 비록 피부는 검게 그을렸어도 여인의 본래적 아름다움은 여전하다는 주장이다. 마치 흙속에 묻힌 진주처럼 고유한 미를 지니고 있다는 자기 확신이다.
술람미는 자신의 피부가 검게 그을린 원인이 자신의 오빠들(내 어미의 아들들)의 강요로 밖에서 포도원을 가꾸는 일을 하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외모를 돌볼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본래 가지고 있는 순수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확신한다. 자신은 비록 피부는 게달의 장막같이 검지만 솔로몬의 휘장과 같은 아름다움이 간직되어 있다는 것이다. 게달은 다멕석의 남동쪽에 위치한 지역으로서 이 지역에 살고 있었던 유목민족을 지칭하는 명칭이기도 하였다. 이들은 검은 염소 털로 유목민들의 천막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3. 임을 만나고 싶은 그리움(1:7-8)
술람미는 처음으로 임을 만났을 때에 그를 얼마나 그리워하였는가를 추억한다. 당시 솔로몬은 목자의 모습으로 그녀에게 나타났다. 그녀는 사랑하는 임이 양 돌보는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저녁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 오정 휴식시간에 그를 찾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그녀는 마치 눈을 가린 자처럼 사랑하는 임이 있는 곳을 알 수가 없었다.
술람미의 임을 만나고 싶은 그리움은 예루살렘 여자들의 합창으로 응답을 받는다(8절). 우선 예루살렘 여인들은 자신을 피부가 검은 여자라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술람미에게 여자 중에 가장 어여쁜 자라고 칭찬을 한다. 자기 겸손은 곧 남으로부터 높임을 받는 지름길이다. 그러면서 예루살렘 여자들은 술람미에게 양떼의 발자취를 따라가면 목자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해준다. 양들은 목자가 이끄는 선도 양을 따라 가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양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 반드시 목자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신앙적으로 성도들이 이전 믿음의 선배들의 경험을 따라 가는 것이 지혜로운 일임을 보여준다(히 6:10-12; 13:7).
"목자들의 장막 곁에서 너의 염소새끼를 먹일지니라"에서 '염소새끼를 먹이는 일'은 술람미가 하였던 일로 이해된다. 즉 목자를 만나기 위하여 너무 기다리는 것에만 몰두만 하지 말고 오히려 목자들의 장막 곁에서 자신의 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사랑하는 임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