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윤리를 걱정하는 기독교계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낙태죄 폐지’ 헌법재판소 결정을 앞두고 성명을 발표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운 사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온라인 홈페이지 진정서 양식의 ‘성별’ 란에 ‘남과 여’ 외에, ‘지정되지 않음(직접 기입)’을 넣기로 한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원래 ‘성별’ 란에 ‘남과 여’ 외에 ‘남(트랜스젠더)’, ‘여(트랜스젠더)’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국가기관에서 ‘남과 여’로 고정돼 있는 성별에 대해, 무슨 근거로 아무런 사회적 통보도 없이 ‘트랜스젠더’ 항목을 추가한 것인가. 2006년 대법원에서 성전환 수술에 의한 성별 정정을 이미 허용한 상황에서, 성전환 후 굳이 괄호 안에 ‘트랜스젠더’를 추가로 넣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인권위 측은 ‘지정되지 않음’을 넣기로 한 이유에 대해 “(성별을)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 없다'는 진정이 접수돼 심의를 거쳐 해당 항목을 만들었다”고 한다. 남자와 여자뿐 아니라 트랜스젠더까지 선택 가능했는데, 무슨 선택지가 더 필요했다는 것인가.
인권위 측은 “제3의 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했다는데, 이미 ‘지정되지 않음’을 만들기로 해 놓았기에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다.
더구나 인권위 관계자는 다른 언론을 통해 이번 조치에 대해 “해당 부서는 진정서 양식에 써 있는 ‘남, 여, 남(트랜스젠더), 여(트랜스젠더)’ 등 4개 성 외에 다른 성이 있을 수 있다는 진정 내용이 타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올 초부터 독일과 뉴욕시 등에서 ‘제3의 성’을 공식 인정한다는 뉴스가 알려진 적이 있다. 찬반을 떠나, 이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진 다음 결정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인권위는 아무런 사전 논의도, 통보도 없이 이런 일들을 자행하고 있다.
인권위는 곧 한동대나 숭실대에서 그랬던 것처럼, 행정관청이나 학교 등 여러 기관을 향해 민원을 이유로 이를 ‘권고’할 것 아닌가? 그리고 불응하면 이런 여론화시켜 반인권적이라는 프레임을 씌우지 않으리라고 보장할 수 있는가?
‘남과 여’로 성별을 나누는 것을, 어찌 자연의 순리가 아닌 ‘이분법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거창하게 성경과 신학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상식 선에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다.
인권위는 절대 다수의 남성과 여성의 인권, 특히 ‘성적 감수성’을 침해한 이번 사건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