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교수의 아가서 강해(5)] 1장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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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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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솔로몬의 응답 (1:9-11)

1:9절부터 분위기는 목자들이 일하는 자연세계로부터 말을 자랑하는 이집트 바로의 장엄한 문명세계로 바뀐다. 분위기만 바뀐 것이 아니라 사랑의 행위에도 변화가 있다. 앞부분에서 보여주는 사랑은 상대방을 그리워하며 찾아가는 사랑이라면, 여에서의 사랑은 상대방의 모습을 높여 예찬하는 사랑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솔로몬은 술람미의 아름다운 모습과 순수한 성품을 높이 칭찬한다.

9절에서 솔로몬은 술람미를 '나의 사랑'이라고 부른다. 한글성경에서는 '나의 사랑'이라고 번역이 되었지만, 히브리어 원문의 뜻은 '동료, 친구'라는 의미이다. 이 단어의 어원이 되는 동사의 기본적인 의미는 '지키다' '돌보다' '기쁨으로 보살피다'이다. 동료나 친구가 된다는 것은 상대방의 행복이나 평안을 지켜준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호칭은 아가서 전체를 통하여 자주 등장한다. 아가서 전체에서 9번이나 반복하여 등장하는 이 표현(1:15; 2:2, 10, 13; 4:1, 7; 5:2; 6:4)은 항상 솔로몬에 의해 사용되고 있으며 술람미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솔로몬은 술람미의 아름다움을 '말'에 비유하고 있다. 여자를 말에 비유하는 것은 현대인들에게 별로 적합하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이 비유는 다양한 번역과 해석을 낳기도 하였다. 고대 근동지방에서 이집트산 말은 가장 뛰어난 품종으로 여겨졌다. 더구나 궁중의 말은 다른 모든 말보다 가장 뛰어난 품종이었다. 그래서 '바로의 준마'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솔로몬은 이집트의 말과 병거를 이스라엘 군대에 도입한 최초의 이스라엘 왕이었다. 고대 근동지방에서 말의 아름다움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여인의 아름다움과 우아함 역시 말과 관련하여 그렇게 표현된 것이다.

10-11절에서 솔로몬은 사랑하는 여인의 장식품들이 그녀의 빰과 목의 아름다움을 드높여 준다고 칭찬한다. 이것은 준마의 목에 달린 장식품을 염두에 두고 한 말임이 분명하다. 당시 사람들은 자신이 끄는 말들에게 여러 가지 장식을 달았다. 특별히 이집트 궁중의 말들은 바로의 권위와 부에 걸맞게 다양한 장식품들을 달았다. 말의 장식품으로서는 보석들, 값진 금속들, 깃털들, 다양한 색상의 가죽과 천 등이 있었다. 솔로몬은 말의 장식품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을 자신의 연인에게 돌리고 있다.

술람미의 두 뺨은 '땋은 머리털'로 아름답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땋은 머리털'로 번역된 히브리어 '토림'은 번역하기가 어려운 단어이다. 이 단어는 그 다음 절인 11절에서 '(금)사슬'로 번역되었다. 이 단어의 어원적 의미는 '회전, 전환'이라는 뜻이다. 에스더 2:12, 15에서 이 단어는 왕 앞에 나가기를 기다리는 처녀의 '차례'라고 번역되기도 하었다. 아름답게 꼰 자연의 머리털이 술람미 여인의 두 뺨을 덮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녀의 목에는  구슬로 만든 끈이 걸려 있었다.

그런데 솔로몬은 술람미에게 더 좋은 장식품인 은을 박아 만든 금 사슬을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은을 박아 만든 금 사슬은 당시 가장 값진 보석 중 하나였다. 이것으로 미루어 볼 때, 솔로몬이 술람미를 만났을 때 그녀가 지니고 있었던 장식품들은 시골 아가씨의 수수한 것이었다. 솔로몬은 그녀에게 더 값진 보석들을 장식품으로 만들어 그녀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여기에서의 강조점은 값비싼 장식품이 주는 매력이 아니다. 더 잘 어울리는 장식품을 만들어 줌으로서 그녀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겠다는 것이다.

외적으로 매력 없어 보이는 자를 왕이 사랑한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다. 그런데 왕이 직접 더 좋은 장식품을 선물로 주어 더욱 아름답게 꾸며주겠다는 약속은 더욱 더 놀라운 일이다. 그것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하나님께 더 한층 아름답게 보이도록 더욱 풍성한 은혜를 내려주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IV. 술람미는 임에 대한 만족감을 독백 형식으로 노래한다(1:12-14)

술람미는 솔로몬의 자신에 대한 찬사를 기쁨에 겨운 독백으로 반응한다. 이 독백 형식의 고백 속에는 향유를 나타내는 세 가지 직유 곧 나도향, 몰약, 고벨화가 사용된다. 세 가지는 모두 술람미의 솔로몬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향료들이다.

(1) 나도향: 왕이 상에 앉았을 때에 술람미는 향기를 토해내는 나도향이 된다. 여기에서 나도향은 히말라야 지역의 식물에서 축출하여 만든 값진 향유다. 나도향은 먼 지역에서 수입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구하기가 힘든 것이어서 가장 값진 향유로 취급되었다. 어려운 형편에 있었던 술람미에게는 그런 값진 향유가 분명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임을 향한 마음속에서는 그런 값진 향유라도 아낌없이 쏟아 붓고 싶은 사랑과 헌신의 감정이 넘쳤을 것이다. 술람미의 마음은 신약에서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부은 여인의 심정과 같은 것이다.  

(2) 몰약: 술람미는 사랑하는 임이 자신의 가슴속에 안겨있는 몰약이라고 표현하였다. 자신이 값진 나도향인 것처럼 사랑하는 임인 솔로몬은 그녀에게 향기로운 몰약이었다. 몰약은 남부 아라비아에서 자라는 나무에서 축출하는 수지 성분의 나무진이다. 이것은 고대로부터 가나안에서 향유로 사용되었다. 몰약은 성막에서 사용되는 거룩한 기름에 들어가는 중요한 품목이었다(출 30-23-33). 그리고 몰약은 전통적으로 죽음과 관련된 향료었으며 특별히 미라를 만드는 데에 귀중하게 사용되었다. 액체 형태의 몰약은 나도향처럼 작은 병에 보관이 되기도 하였지만, 고체 형태의 몰약은 헝겁이나 향주머니에 넣어 옷에 붙여 두기도 하였다. 몸의 열기에 의하여 고체 몰약은 조금씩 녹아내리게 되는데, 이 때에 몰약에서 나오는 향기는 온 방안을 향기롭게 만들었다.

(3) 술람미는 사랑하는 자가 자기에게 엔게디 포도원의 고벨화라고 노래하고 있다. 여기에서 '고벨'은 히브리어를 음역한 것인데, 영어에서는 'henna'라고 번역하였다. '헤너'는 향기로운 흰 꽃이 피는 이집트 산 식물이다. 이 식물의 잎은 갈아서 오랜지 색의 물감을 만들어 머리를 염색하거나 손톱에 물을 들이는 것 등에 사용하였다. 그러나 고벨은 또한 향기로운 흰 꽃으로 유명하였기 때문에 고벨화는 꽃향기에 비유되고 있다. 특히 고벨화가 피는 장소는 엔게디이다. 이곳은 사해의 서쪽 해안에 위치한 오아시스로서 수천 년 동안 이곳을 지나가는 나그네들에게 즐거운 휴식공간을 제공하였다. 엔게디에서는 각종 열대성 혹은 준열대성 식물들이 자란다. 그러므로 엔게디의 포도원은 포도만 자라는 과수원이 아니라 각종 과일나무들이 자라는 동산을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엔게디에서 자라는 대표적인 식물로는 화장품과 향유를 만드는 여러 향 재료 식물들이었다. 1:9에서 언급된 이집트의 말처럼, 엔게디의 고벨화도 극상품 향수 원료임을 보여준다.

V. 솔로몬의 술람미 칭송(1:15)

솔로몬은 다시 술람미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여기에서 그는 앞에서와 같이 '나의 사랑하는 자'라고 술람미를 부르고 있으며, 앞에서와 같이 그녀의 아름다운 눈을 비둘기에 비유하고 있다. 솔로몬은 술람미 여인의 눈에 매혹되었다. 여자의 눈은 곧 그 여자의 온전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신체기관이다. 창세기 29:17에서 라헬의 아름다움은 레아의 안력이 약함에 대조되고 있다. 유대교의 랍비들은 아름다운 눈은 곧 아름다운 인격을 의미한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마태복음 6:22에서도 "눈은 온 몸의 등불이니 그러므로 네 눈이 성하면 온 몸이 밝을 것이요"라고 하였다.

비둘기는 성경에서 죄를 모르는 것으로 상징된다. 술람미 여인의 눈이 비둘기의 눈으로 노래하고 있는 것은 곧 술람미 여인이 지니고 있는 순결함과 온유함의 깊은 신앙인격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순수하고 맑게 빛나는 술람미의 눈동자에 솔로몬은 매료되고 말았다. 그래서 그는 "네 눈이 비둘기 같다"고 노래하였다.

VI. 술람미는 멋진 야외에서 임과 함께 있는 즐거움을 노래한다(1:16-17)

술람미는 솔로몬이 자신에게 사용하였던 방식과 비슷한 어투로 그에게 화답한다. 그녀는 솔로몬과 함께 있는 한 상상적인 장소를 묘사하고 있다. 그곳은 풀과 나무들이 자라는 시원한 '푸른 초장'이다. 사랑하는 두 사람은 푸른 초장에서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고 마음껏 사랑을 나누고 있다. 그들이 사랑을 나누는 장소를 본문에서는 침상과 집으로 설명한다.

여기에서의 '침상'은 차양으로 두른 멋진 침대를 의미한다. 주변에는 장식들이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다. 이 침상은 푸른 것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푸르다'는 의미는 색갈이 푸른 것이 아니라 생명을 상징하는 빛깔로서 살아 있는 나무에 잎이 무성한 모습을 보여준다. 즉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침대는 정원의 아름다운 나뭇잎으로 둘러쳐져 있어 마치 살아있는 생명의 푸른 나뭇잎이 침대 위로 둥근 지붕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침상이란 안식의 처소요 두 부부가 사랑을 나누는 환희의 장소이다. 푸른 침상은 살아있는 생명의 침상이며 따라서 깨끗한 침상이다.

이러한 침상의 모습은 잠언 7:16-17에 나오는 음녀의 침상과 대조적이다. "내 침상에는 화문 요와 애굽의 문채 있는 이불을 폈고 몰약과 침향과 계피를 뿌렸노라." 음녀의 침상은 값진 재료로 꾸미고 향료를 뿌렸지만 그것은 사람을 악으로 유인하는 함정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가서의 두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침상은 푸르른 생명의 아름다운 향기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의 집은 백향목 들보와 잣나무 서까래로 만들어 졌다. 백향목은 레바논의 백향목을 의미한다. 이 백향목은 구약에 언급된 나무들 중에서 가장 강한 나무이다. 잣나무는 베니게 지방에서 자라는 일종의 향나무이다. 여기에서의 '집'은 단수가 아니라 복수형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사랑하는 두 사람이 벽과 문 뒤의 한정된 방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정원 전체를 돌아다니며 나무그늘 어디나 마음대로 사랑을 나누는 장소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초의 남녀가 살았던 에덴동산도 나무들이 많이 자라는 동산이었다. 그들은 그러한 동산 안에서 마음 놓고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살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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