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켈러센터’ 국내 최초 시청각장애인 지원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시청각장애인들의 설리반이 되어주길“

▲헬렌켈러센터 현판식. ⓒ밀알복지재단 제공

▲헬렌켈러센터 현판식. ⓒ밀알복지재단 제공

시각장애와 청각장애가 중복으로 있는 시청각장애인, 일명 ‘헬렌켈러’들의 ‘설리반’이 되어 줄 공간이 문을 열었다. 바로 국내 최초로 시청각장애인을 지원하는 센터 ‘헬렌켈러센터’다.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은 17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밀알아트센터에서 개소식을 가졌다.

일명 ‘헬렌켈러’라 불리는 시청각장애인은 시각과 청각을 중복으로 잃은 장애인이다. 우리나라에는 약 1만 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통수단으로 ‘촉감’밖에 사용할 수 없는 이들은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중증장애인이다.

볼 수도 들을 수도 없기에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은 상당하지만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법적 제도나 지원은 전무하다. 현재 설치된 시각장애인복지관이나 청각장애인복지관에서는 장애특성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어 의사소통의 단절은 물론 교육과 고용, 모든 기회를 박탈당한 채 골방에만 있는 실정이다.

2017년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표한 연구자료도 시청각장애인의 어려움을 반증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달 간 외출을 못한 시청각장애인은 전체 장애인의 3배에 달했고, 의무교육조차 받지 못한 시청각장애인은 33%로 이 역시 전체 장애인의 3배나 많았다. 이밖에도 시청각장애인 10명 중 7명은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시청각장애인 손창환씨가 촉수화로 소통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시청각장애인 손창환씨가 촉수화로 소통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이번에 문을 연 헬렌켈러센터 개소식에는 장애당사자와 전문가, 장애 분야 관련 인사 등 100여명이 참석한다. 시청각장애인 손창환씨가 시청각장애인으로서의 삶과 헬렌켈러센터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 헬렌켈러센터는 고립된 시청각장애인들을 발굴하는 일을 우선적으로 수행한다. 더불어 시청각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목표로 촉각수어, 촉점어 등 장애당사자의 특성에 맞는 언어교육을 제공하고, 시청각장애인의 눈과 입이 될 활동보조인과 통역사를 파견하는 사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연구사업으로 시청각장애인들의 권리,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할 수 있는 교재를 출간하고 외국사례 벤치마킹과 국내 욕구조사를 통해 장애당사자들의 욕구가 정책과 서비스에 반영되도록 할 계획이다.

밀알복지재단 홍정길 이사장은 “밀알복지재단은 헬렌켈러센터 개소를 시작으로, 관련 법 제정을 촉구하는 활동은 물론 대국민 인식개선운동 등을 전개해 시청각장애인들의 인권 보장과 사회통합에 앞장설 것“이라며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게 될 헬렌켈러센터에 많은 분들의 따뜻한 응원과 축하를 보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된 밀알복지재단은 지난 2월 발의된 ‘시청각장애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 일명 헬렌켈러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캠페인 우리는 ‘헬렌켈러가 될 수 없습니다’를 진행중이다. 이명수(충남 아산갑)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해당 법안은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정보접근 및 의사소통 지원, △활동지원사 및 시청각통역사의 양성 및 지원, △중앙시청각장애인지원센터 설치 운영 등이 주요 골자다. 밀알복지재단은 추후 캠페인을 통해 모인 서명을 국회로 전달해 법안 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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