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생명사랑 목회포럼 개최
한국생명의전화 주최로 제3차 생명사랑 목회포럼이 ‘한국교회, 자살 유가족의 상처 어떻게 돌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25일 여전도회관 2층 김마리아기념관에서 개최됐다.
남서호 생명사랑목회포럼 회장은 “인권은 날로 높아가는데, 생명의 가치는 줄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다원주의가 생산하는 문화는 시간이 갈수록 성경과 괴리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특히 “자살유가족의 상처는 그 어떤 슬픔과 심리적 갈등보다 특이한 것으로 나타난다”며 “자살은 매우 고통스러운 개인의 비극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와 교회 공동체에도 책임이 있다. 오늘 포럼을 통해 심한 실책과 죄의식으로 고통을 겪는 유가족을 어떻게 도울지 그 답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자살 유가족의 상처 어떻게 돌볼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기조강연한 이광자 박사(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는 2017년 자살자가 12,463명(2018 통계청), 자살 기도자 수 약 20만명, 자살자 유가족의 자살 기도자 수가 약 7만 5천 명이라는 우리나라 자살 현황에 대해 살피며 “유가족의 자살 시도는 일반인에 비해 6배 높은 수치다. 한 사람의 자살은 유가족을 비롯해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자살이란 개인적 행위지만, 또 다른 자살을 유도하고 생명 경시 풍조를 낳고, 공동체를 불안하게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사망원인 5위가 자살이다. 우리나라는 많은 나라들이 부러워하듯 경제는 성장했고 몸은 건강해졌는데, 영적 문제가 바닥을 치고 있다”며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 그럼에도 삶을 이어가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삶을 끝내는 사람이 있다. 그 중 살게 된 사람들의 대부분은 종교가 있다. 그냥 교회를 다니는 정도가 아니라 구원의 확신,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 왜 살아야 하는지, 왜 태어났는지,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면 견딜 수 있다. 어떻게든 살고 싶은 마음을 1%라도 올라가게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고 했다.
이 박사는 “자살자의 유가족은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배우자나 자녀의 자살을 마주하면 대부분 그 길을 따라가고 싶어한다. 위기가 6주다. 이 기간 동안 충분한 애도의 과정을 갖고 죄책감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를 찾고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며 “교회는 죄인, 문제 있는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곳이다. 반성하고 회개하여 이 힘든 영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길 바란다”고 했다.
주제강연을 맡은 황봉환 박사(전 대신대학교 신학대학원장, 부총장)는 “자살자 유가족들의 심리적 특성이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분석해 본 후 교회의 실천적 관점에서 몇 가지 방향을 제안해 보려고 한다”며 △충격과 심리적 외상 △외상 후 스트레스 △분노 △수치심과 원망 △죄책감 △잠재적 자살 심리 등 자살자 유가족들에게 나타나는 심리적 특징을 설명했다.
이어 “예수님은 형제에 대해 ‘라가(raca)’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혀가게 되고 ‘미련한 놈(you fool)’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될 것(마5:22)이라 했다. 편견과 비난으로 인해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를 비난하고 시기하고 무시하고 험담을 하는 것이 아닌 경청과 공감을 통해 함께 아파하고 함께 극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또 “자살자의 유가족들은 자살을 예방하지 못한 것에 대해 심한 죄책감을 갖고 있다. 따라서 교회는 자살자 유족들이 서로 포옹하고 용서하며 화해함으로써 상처를 치유 받고 새로운 은혜를 입도록 도와야 한다”며 “요셉은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자신의 아픈 과거를 재해석하고 하나님의 위로와 뜻을 발견하고 형제들을 용서하고 위로하는 사명자로 거듭났다”고 했다.
이밖에 △개인 상담과 다른 자살자 유가족들과 연합하여 집단 상담 접근 방법 △ 경제적 지원 △ 지속적 돌봄 △거짓된 믿음 체계 해제와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통한 치유 △쇠약한 육체 증상을 보일 때의 전문 요법 등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황 박사는 “인간적 방법으로 자살자 유가족의 상처를 완전히 치유할 수 없다. 인간은 치료(treatment)를 위한 방법론을 사용하지만, 하나님은 심리, 육체, 영적 고통과 상처를 치유(healing)할 수 있는 분”이라며 “학문적이고 이론적 접근에 대해 설명을 제시하고 탁상공론하는 것보다 상처받은 자들을 치유하는 일에 적극 참여하고 실천해주는 일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이후 논찬에서 김경수 박사(광은교회 목사, 총신대)는 자신 역시 자살자의 유가족임을 밝히며 “35년 전의 이야기지만 기억이 세록세록 떠오른다. 뜻하지 않은 죽음이 있다. 가장 가슴 아픈 기억”이라며 “성령 체험이 글로 정리가 되지 않는 것처럼, 자살자의 유가족이 겪는 정서직인 일도 결코 글로 정리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박사는 “홀아비, 미망인, 고아라는 표현이 있는데 자식을 잃은 부모에 대한 표현은 그 어디에도 없다. 어머니, 아버지, 남동생, 제가 무너져 가는 모습을 봤다”며 “이론은 알지만, 현실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유가족의 고통을 모른다. 자살자의 유가족은 교회와 친구의 냉대 등 사회, 신앙적 편견을 마주하게 된다”고 했다.
고유식 박사(돌본교회 목사, 감신대)는 “자살이 한국 사회의 커다란 이슈로 등장한 지 오래 됐음에도 점차 더 커져가는 이슈가 된 상황”이라며 “자살에 대해 욕구 충족, 불안, 속박으로부터의 자유라고 생각하는 자살자의 이기적 욕구로 인해 형성된 모든 것을 주변인들이 온 몸으로 받아내게 된다”고 했다. 이어 “자살위험군을 향한 돌봄도 필요하지만 유가족의 돌봄도 필요하다”며 “교회가 죄책감과 회개 사이의 심리, 신앙적 과정에 목회자가 해야할 일을 제시해주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박인순 상담사(한국생명의전화)는 “저는 이론과 학문보다 현장과 실질적으로 접하고 있다. 생명의전화와 인연을 맺고 10년가까이 되는 시간 유가족 상담 케어를 하고 있다”며 “모든 상담원이 날마다 ‘죽겠다, 지금 자살 시도하고 있다’는 전화를 받는다. 가슴이 출렁하고, 우리 유가족의 경우는 두 번, 세 번 반복되는 고통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박 상담사는 “초기 6주가 가장 극한 감정에 시달리고 혼란스러운 시기다. 그러나 5년, 10년이 지났음에도 2차 자살이 발생한다. 일시적인 돌봄이 아니라 다각적이고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하다”며 “특히 가족이 집안에서 자살한 경우, 집안에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쉼터가 필요하다. 이분들이 남들 앞에서 태연한 것 같아보일 수 있지만, 결코 괜찮지가 않다. 가면을 쓰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끝으로 “유가족 돌봄은 상처를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케어하고 상처 입은 치유자로 세울 수 있게 된다”며 “암울하고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고, 그 말씀이 선포되는 곳이 교회다. 인생의 길, 진리, 생명되신 예수 그리스도가 선포되도록 목사님들께 부탁드린다”고 했다.
한편 생명사랑 목회포럼은 지난 1월 창립예배를 드리고 월 1회 조찬 정기 포럼, 생명사랑 목회를 위한 주제 강연 및 토론, 생명사랑 의식 함양 교육, 생명사랑 밤길걷기 참여, 생명의전화 활동과 위기상담 등을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