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운의 경제와 기독교: 법치] ‘할례법’의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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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기독교는 어떻게 세계종교가 되었는가?'라는 큰 주제를 놓고, 다짜고짜 법치 이야기부터 썼다. 그러다보니 '서론'을 빼먹고 '본론'으로 직행한 셈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바로 앞선 칼럼에서 '성경은 시장경제 교과서'라는, 내 칼럼의 서론에 해당하는 부분을 쓰게 되었다.

이는 짧지만 시장경제 이해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시장경제는 우리를 잘살게 하는 요인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 같은 요인은 성경에서도 발견된다. 그래서 나는 '성경은 시장경제 교과서'이고, 기독교는 세계종교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각에서 '법, 소유, 자유, 가족, 공평, 노동, 경제 등' 다양한 주제를 내세워 <박동운의 경제와 기독교>를 계속 써내려갈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아브라함이 하란을 떠나 가나안으로 왔다. 그 땅에 기근이 들어 아브라함은 잠시 이집트로 갔다가 돌아와 가나안에서 살고 있을 때였다. 하나님이 99세인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셨다.

"나와 너 사이에 내가 몸소 언약을 세워 너를 크게 번성하게 하겠다. .... 이제부터는 너의 이름이 아브람이 아니라 아브라함이다. .... 네가 지금 나그네로 사는 이 가나안 땅을 너와 네 뒤에 오는 자손에게 영원한 소유로 모두 주고,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될 것이다. ... 너희는 포피를 베어서 할례를 받게 하여라. 이것이 나와 너희 사이에 세우는 언약의 표이다. 대대로 너희 가운데서 남자는 모두 난 지 여드레 만에 할례를 받아야 한다."(창17:2-12)

그 날 아브라함은 자신이 앞장서고, 몸종 하갈이 낳은 아들 이스마엘과 집안의 모든 남종들이 할례를 받게 했다. 그 후 할례는 이스라엘 자손이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임을 인정받는 증거로 예루살렘 공의회가 열릴 때까지 존속했다. 세례 요한과 예수도 태어난 지 8일 만에 할례를 받으셨다.

할례는 율법의 한 조항이 되어 유대인은 누구나 할례를 받아야 했고, 그래서 유대인만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기독교가 이방인들에게 전파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방인들도 율법에 따라 할례를 받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하나님이 주신 법이 오히려 기독교가 세계종교가 되는 것을 막는 문제였다.

바울과 바나바가 2차 전도여행 중 안디옥에서 전도활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유대에서 온 몇몇 사람이 이렇게 가르쳤다.

"여러분이 모세의 관례대로 할례를 받지 않으면 구원을 얻을 수 없습니다."(행15:1)

이 문제를 놓고, 바울과 바나바 사이에 충돌과 논쟁이 벌어졌다. 안디옥 교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울과 바나바와 몇몇 신도를 예루살렘으로 보냈다. 그들은 예루살렘에 도착해 그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보고했다. 이어 일행 중 바리새파에 속했다가 신도가 된 몇몇 사람이 일어나 문제를 제기했다.
 
"이방 사람들에게도 할례를 행하고, 모세의 율법을 지키라고 명하여야 합니다."

이 문제를 다루려고 그 유명한 '예루살렘 공의회(公議會)'가 열렸다.(행15:5-6) 많은 토론이 이어진 다음에 베드로가 말했다.
 
"하나님께서 일찍이 여러분 가운데서 나를 택하셔서 이방인들도 내가 전하는 복음의 말씀을 듣고 믿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속을 아시는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주신 것과 같이 그들에게도 성령을 주셔서 그들을 인정해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보셔서 그들의 마음을 깨끗하게 하시고, 우리와 그들 사이에 아무런 차별을 두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러분은 왜 우리 조상들이나 우리가 다 감당할 수 없던 멍에를 제자들의 목에 메워서 하나님을 시험하는 것입니까? 우리가 주 예수의 은혜로 구원을 얻는다면 그들도 주 예수의 은혜로 구원을 얻는다고 믿습니다."(행15:7-11) 

그러자 온 회중이 조용해졌다. 이어 야고보가 말했다.

"예언서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뒤에 내가 다시 돌아와서 무너진 다윗의 집을 다시 짓겠으니, 허물어진 곳을 다시 고치고 그 집을 바로 세우겠다. 그래서 남은 사람이 나 주를 찾고, 내 백성이라는 이름을 받은 모든 이방인이 나 주를 찾게 하겠다.' 그러므로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이방인들을 괴롭히지 말고 다만 그들에게 편지를 보내서, 우상에게 바친 더러운 음식과 음행과 목매어 죽인 것과 피를 멀리하라고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행15:13-20)

교회가 안디옥으로 편지를 보냈다.

"성령과 우리는 꼭 필요한 다음 몇 가지밖에는 더 이상 아무 무거운 짐도 여러분에게 지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은 우상에게 바친 제물과 피와 목매어 죽인 것과 음행을 멀리하여야 합니다. 여러분이 이런 것을 삼가면, 여러분은 잘 행한다고 하겠습니다."(행15:28-29)

공의회가 안디옥 교회에 보낸 편지는 부도덕한 생활만 피하라고 했을 뿐 할례법 폐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주신 '하나님의 말씀'을 차마 사람의 입으로 '폐지'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할례법 폐지를 제안한 베드로와 베드로의 제안에 동의한 야고보의 '살얼음을 딛는 듯한 조심스러운 마음'이 성경 말씀의 행간(行間)에 가득히 배어 있다. 이를 계기로 율법의 한 조항인 할례법이 폐지되었고, 이방인들도 할례를 받지 않아도 구원에 이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할례법은 하나님이 주신 수많은 법 가운데 사람에 의해서 폐지된 유일한 경우가 아닐까. 할례법이 폐지되지 않았더라면 기독교는 오늘날 변방의 한 종교로 남아 있지 않을까. 할례법 폐지와 관련하여 하나님은 아무런 벌도 내리지 않으셨다. 오히려 하나님은 기독교가 세계종교로 가는 큰길을 열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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