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석의 세상읽기] 한국교회가 바른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요즈음 나는 내가 목사인 것이 하나도 자랑스럽지 않다.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의 등불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한국 사회를 향해 바른 말을 해야 한다. 과거 김수한 추기경이 살아계실 때 나라가 어지러울 때마다 한 마디씩 하셨는데, 그 한 마디가 나라에 큰 울림이 되고 그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천주교인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 한국교회에는 김수한 추기경과 같은 지도자가 없다. 기독교 리더십이 교체되면서 한국교회를 대표할 만한 인물이 아직 부각되지 않아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바른 말을 하려고 애쓰는 분도 보이지 않는다.
요즈음 기독교 지도자들이 항상 하는 말이 ‘평화’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을 충실하게 지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된 것은 사실이다. 이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교회는 그것만으로는 안 되고, 보다 근본적인 성찰을 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해야 한다.
교회가 바라는 통일은 복음통일이다. 그렇다면 자유와 인권, 법치가 살아있는 자유통일이 되어야 한다. 그런 통일을 향해 가려면, 북한이 계속 변화해야 한다. 김정은의 비위만 맞출 것이 아니라, 북한의 변화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그런 노력은 하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은 공산통일을 지지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작년에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북자들이 북한을 향해 풍선을 날리려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절대로 하면 안 된다는 법안이다. 북한 정치범수용소, 김씨 왕조를 그대로 둔 채 통일하자는 것이다.
이 법안제출 이후 우파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의심은 훨씬 커졌다. 그런데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문재인 정권의 대북관계 개선은 찬양하면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침묵하고, 압제자 김정은과 관계가 개선되는 것을 평화로 보고 있다.
이것은 교회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교회는 남북관계 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더라도,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없고 인권이 철저하게 유린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반드시 말해야 한다. 이스라엘 백성을 바로 왕의 압제에서 해방시키신 하나님의 역사가 진정한 평화의 모습임을 알아야 한다.
또 기독교 지도자들이 한국의 안보가 해체되고 있는 것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는 것도 큰 문제다. 북한은 지난 5월 4일 이스칸데르 미사일 2발과 장거리 방사포를 기습 발사하여, 9.19 남북 군사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
9.19 군사합의로 한국은 공중정찰도 포기하는 등 방어훈련을 중단했는데도, 북은 대놓고 공격훈련을 한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미사일이라고 말도 못하고 규탄성명도 내지 못하고 있다.
남한을 겨냥하고 있는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패트리엇이나 사드로도 요격이 어려워, 한국 방위에 심각한 구멍이 뚫린 셈이 되었다. 이러한 현실에 우려를 표명하는 교회의 목소리를 나는 듣지 못했다.
김정은과 좋게 지내기만 하면 평화인가? 그것은 평화가 아니고 굴종이다. 확고한 안보태세를 갖추고 북핵의 위협을 완전히 제거해야 평화가 실현되는 것임을 왜 모르는가?
오히려 김정은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하면서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진정한 평화와 안전이 보장되고 담보된다는 철리를 명심하라”고 바른 말을 했다.
교회가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을 지지해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 완전한 비핵화를 주장하는 미국을 평화의 위협 세력으로 보는 기독교 지도자의 발언을 보면서 나는 너무 기가 막혔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위협을 감수하면서 북한 비위를 맞추며 살아가자”가 한국교회가 말하는 평화란 말인가?
또 이 나라 민주주의가 다 무너졌는데도,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눈에는 이것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언론의 자유가 완전히 무너져 모든 공영방송이 다 관변방송이 되고 사법부가 청와대의 하부기관이 되고, 검찰은 청와대의 사냥개가 되고 학생인권조례가 교육을 망치고, 경제는 폭삭 망하면서 우리 국민이 현 정권에 대해 ‘좌파 독재’라며 등을 돌리고 있는데도, 교회를 대표하는 교단이나 기구는 전부 침묵하고 있다. 그러면서 평화만 노래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일제시대에 3.1운동을 주도했고,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감옥도 갔다.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에도 독재에 맞서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고난을 당했다.
그런데 이런 기독교의 결기는 다 어디 갔는가? 교회가 바른 말을 해서 세상 사람들로부터 “믿는 사람들은 역시 다르다. 용기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지금 주류 교회는 거꾸로 문재인 정권 앞에 납작 엎드려 있다. 이러한 교회의 위축된 모습을 보면서 문재인 정권이 진짜로 독재 정권임을 실감하게 된다.
기독교는 예수 믿고 천당 가는 설교만 하면 안 된다. 기독교인이 진정으로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믿는다면, 하나님이 이 세상을 통치하고 계심을 믿는다면, 기독교인은 정의의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 결연하게 세상을 향해 바른 말을 해야 한다. 그래야 복음도 전파된다.
서경석 목사(선진화시민행동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