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 목사의 신앙문답]
본지는 [박진호 목사의 신앙문답]을 매주 1회 연재합니다. 미국 남침례교단 목사인 그는 멤피스커비우즈한인교회를 담임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의 글은 박 목사가 운영하는 웹페이지(www.whyjesusonly.com)에 그가 직접 쓴 것으로, 본지는 박 목사의 허락을 받아 이를 게재합니다. 아울러 필자의 요청에 따라, 글이 그의 웹페이지에 게시된 날짜를 맨 아래 밝혀둡니다.
[질문]
의지의 자유로 혼이 믿었던 것처럼 의지의 자유로 그 혼이 안 믿는다고 하면? 그리스도 밖으로 나가면? 구원 받는가 아니면 이런 죄는 못 짓는 것인가? 나갔다면 처음부터 안 믿는 것인가요? 어떤 분이 믿음은 평생 지속적이어야 하는데 신자가 얼마든지 그리스도 밖으로 나가는 죄를 지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믿다가 안 믿으면 어떻게 됩니까? 궁금합니다.
[답변]
이 문제를 두고 많은 신자들이 궁금해 하는데 사실 그 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극히 상식적으로 접근해도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말하자면 구원에서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인간의 자유의지의 관계 역할 등에 관해 신학적으로 복잡하게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측면에서 따질 수도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맥락에서 답변 드리겠습니다.
먼저 인간 사이의 믿음에 비추어 생각해봅시다. 한 쪽이 중간에 믿음 관계를 깨트리고 나가면 두 가지 이유뿐입니다. 처음부터 상대를 완전히 안 믿었거나, 처음에는 믿었는데 상대가 믿음을 배신하는 행위를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간끼리는 상대에 대해 100% 완전한 믿음을 갖는 것과 반대로 상대에게 그런 믿음을 주는 것 둘 다 불가능합니다. 약간의 의심이 있더라도 어쨌든 끝까지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노력을 하는 것뿐인데 아무리 그래도 상당한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신자와 하나님의 관계는 어떠합니까? 하나님은 신자에게 100% 완전한 믿음을 심어줄 수 있는 상대이고, 중간에 인간이 믿을만한 당신의 성품을 변화 파괴하는 일을 할 리도 전무하며, 하나님 쪽에서 신자를 먼저 내치는 법도 절대 없습니다.
그럼 인간이 그분을 끝까지 믿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 두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입니까? 신자가 처음부터 그분을 순전하게 믿지 못했거나, 여러 고난과 이해 안 되는 일이 생기자 그분을 깊이 알아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둘 다 하나님을 안 믿은 것입니다.
구원 즉, 신자가 믿음을 갖게 된 의미를 하나님 쪽에서 따지면 당신의 독생자를 십자가에 죽이시는 대신에 한 죄인을 당신의 자녀로 삼아주신 것입니다. 자연인인 상태에서 인간은 이 세상의 어떤 것을 동원해도, 아무리 경건하고 심오한 도덕과 종교라 해도 스스로는 자기 죄를 절대로 깨끗케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입장에서 다시 따져 봅시다. 그분이 당신의 독생자와 맞바꾼, 그것도 죄를 스스로 깨끗케 할 수 없어서 오직 은혜로 당신의 자녀로 삼아놓고선 다시 이런 저런 죄를 짓는다고 구원 밖으로 내칠 리는 결코 없습니다. 그럼 처음부터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낼 필요도 이유도 없지 않습니까?
요컨대 믿음과 구원의 관계를 인간 쪽 입장에서 파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원은 전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이 주관하십니다. 그럼 구원 받은 신자, 성령으로 거듭나서 주님 뜻대로 살기로 헌신한 신자는 완전한 그분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예수님의 보혈로 맺어진 부자(父子) 관계입니다. 그 관계는 세상 어느 것으로도 설령 아들의 계속되는 죄라도 끊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정말로 구원을 준 신자라면 제 발로 구원 밖으로 나갈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믿음과 구원을 인간 쪽 시각에서 파악하려니 자꾸 이런 의심이 생깁니다. 교회에 중직을 맡아서 오래 동안 아주 잘 믿고 주변의 칭찬과 존경을 한 몸에 받다가 갑자기 죄로 타락해 교회 출석도 그만두는 사람이 간혹 있습니다. 자신이 믿음을 건너 찬 것 같습니다. 스스로 믿음 밖, 구원 밖으로 나간 것 같습니다.
이는 둘로 나눠서 따져 봐야 합니다. 우선 그 사람의 평생을 어느 누구도 지켜볼 수 없습니다. 일시적인 나태 타락으로 언제 진심으로 회개하고 돌아올지 아무도 모릅니다. 교회 밖에 나가서도 정작 본인은 진심으로 회개하는 반면에 육신의 쾌락에 젖어 회개의 영이 완전히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자를 믿음을 걷어찼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둘째로 죽을 때까지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믿지 않은 것입니다. 온전한 믿음이 있다면 성령이 내주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죄 중에 있든지 시험에 들어 교회를 멀리해도 성령님의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심령이 눌립니다. 나아가 성령님이 강권적으로 역사해서라도 회개할 기회를 마련해 주십니다. 평생 안 돌아왔다는 것은 이런 역사가 전혀 없었다는 뜻으로 성령이 내주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처음부터 믿음이 없어서 구원 받지 않은 것입니다.
이런 식의 혼란은 '구원'과 '믿음'과 '경건한 교회생활' 셋을 완전히 동의어로 혼용하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입니다. 이 셋은 각기 다릅니다. 구원은 하나님만이 베푸시는 전적 은혜입니다. 믿음은 그 은혜를 입은 자가 평생토록 보여야 할 반응입니다. 믿음으로 구원 얻는다고 해서 그 둘을 같은 의미로 보시면 안 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구원 받은 후의 반응이 믿음입니다. 믿으면 구원을 얻는다고 해서 믿음이 구원의 전제 조건이 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인 구원을 받기만 하는 것이 믿음입니다. 그게 아니라 교리에 대한 인간 쪽에서 동의 분석 판단 결심 등을 거치는 과정은 사고활동 즉, 눈에 안 보이지만 행동입니다. 남은 못 믿었는데 자기는 믿었기에 인간 쪽에서 구원 받을 자격과 조건이 있는 행위 구원이 되어버립니다.
교회생활은 구원 얻은 후에 생긴 믿음으로 반드시 또 일차적으로 행해야 할 신앙 활동일 뿐입니다. 교회 활동이 구원과는 물론 믿음과 아무 연결 고리가 없는 신자도 꽤 많습니다. 엄격히 말해 신자(信者 believer)가 아니라 교회멤버(敎人)입니다. 예수님도 다시 오시어 쭉정이와 알곡, 불에 태울 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나눌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때까지는 아주 믿음이 좋고 구원 받은 것 같았는데 스스로 박차고 나가는 자들이 항상 있을 것입니다.
요컨대 믿음을 선한 도덕적 행위나 경건한 종교적 관습으로 측정 평가 판단해선 안 됩니다. 믿음은 방향의 전환으로 이해하셔야 합니다. 성품이 선하고 의로워지고 선행도 많이 해서 구원 받은 것이 아닙니다. 단순히 의롭다 칭함을 받아 그분의 자녀가 되었기에 죄의 본성이 남아 있고 계속 죄를 지을 수 있습니다. 기독교 신자의 경우 믿음을 가졌다는 것은 인간 중심에서 하나님 중심의 가치관으로 완전히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그에 따라 인생의 목적 삶의 방식이 이전과 정반대로 실제로 달라져 있는 것이 믿음입니다.
어떤 분의 신자에게 지속적인 믿음이 필요하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이미 방향이 완전히 전환되었기에 지속적으로 다른 가치관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또 정말로 구원 받고 믿었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 드린 대로 죄를 안 짓는 지속적 선행이 믿음의 뜻이고 그래서 구원 밖으로 나갔다는 식으로 설명한다면 틀린 것입니다.
한마디로 이 질문에 답변하자면 하나님이 구원 주신 자에게 취소는 없으며, 인간의 눈에 그렇게 보이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믿지 않은 것입니다. 엄밀히 말해 "믿다가 안 믿으면"이라는 말은 기독교 신앙에선 틀린 말입니다. 믿음이 구원을 얻는 전제 조건이면 성립되지만 믿음이 구원 주신 은혜에 대한 반응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는 따로 살펴볼 필요도 없는 질문인 셈입니다.
2017/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