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를 역임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석가탄신일 사찰을 방문해 ‘합장’과 ‘반배’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교 언론도 아닌 일반 언론들이 비판에 나섰다고 한다.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런 논란 자체가 거의 처음이라는 것이다. ‘기독교인’이라던 정치인들은 대부분 사찰을 방문해 떠밀리듯 ‘알아서’ 합장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반대로, 기독교인 정치인들이 ‘합장’하고 ‘참배’한 것이 기독교계에서 주로 논란이 됐다. 그리고 세상 언론들은 이를 ‘포용적’, ‘불심 달래기’ 등으로 포장했다.
심지어 대통령 후보로 나선 ‘장로’ 정치인의 아내가 불교도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법명’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사찰에 가서도 합장을 하지 않은 인물은 故 김영삼 전 대통령 정도다.
그러므로 각 교회는 정치인들에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신앙적 용기를 일찍부터 가르쳐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종교의 ‘예법’과 ‘신앙고백’은 구분해야 한다. 석가탄신일에 사찰을 방문한 것 자체가 이미 해당 종교를 존중하는 행위다. 기독교인에게 참배나 합장까지 요구하는 것은, ‘배교’하라는 것 아닌가?
본인이 기독교인이라 해서 기독교인들만을 위한 정책을 편다면, 유권자들이 그를 선택하겠는가? 애초에 과도한 걱정을 하는 것이다. 오히려 신념을 갖고 자신의 종교를 실천하는 정치인들일수록, 타종교도 순수한 마음으로 존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정치인의 종교관은 정책과 태도로 평가해야지, 길들이기성 신앙고백 강요 등으로 해선 안 될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합장은 하지 않고 목례로 대신했지만, 재임 중 승려들과 거리낌 없이 지냈고 지방 불교방송을 잇따라 허가하는 등 오히려 불교계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내 종교가 소중한 만큼, 남의 종교도 소중하다. 각 종교는 타종교인 정치인들을 존중하고, 관용적인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기독교인이든 불교인이든 천주교인이든,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다. 서로 존중하고 협력할 일은 협력하면서, 나라를 위해 각 종교의 역할을 다하면 족할 것이다.
언론들 역시 정치인들이 자신의 종교를 소중히 여기는 행위를 ‘종교편향’, ‘합장 거부’ 등으로 보도하며 인권을 침해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