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알자 43] 인도의 어머니의 날

이지희 기자   |  

▲5월 둘째 주일은 어머니의 날이다. ⓒVincent Delegge on Unsplash

▲5월 둘째 주일은 어머니의 날이다. ⓒVincent Delegge on Unsplash

5월 두번째 주일은 어머니의 날(Mother's Day)이었습니다. 현재 알고 있는 어머니의 날은 미국에서 20세기 초 안나 자비스(Anna Jarvis)라는 여성에 의해서 제정이 되었습니다. 어머니를 기념하기 위해서 안나 자비스의 교회에서 성도들이 흰 카네이션을 달고 예배에 참석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서양인들의 관습은 이날 여성들이 남편이나 자녀들이 만들어 가지고 온 아침 식사를 침대에서 먹습니다. 이러한 관습은 문화인류학에서 '리미날 스테이지(liminal stage)'라고 부르며, 공동체(가정)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인도에서도 5월 두 번째 주일을 어머니의 날로 지키고 있는데요. 서양에서 유입된 외래의 전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시골 지역에서는 이러한 전통을 잘 모르지만 대도시에서는 어머니의 날이 점차 확산 되어가고 있습니다. 인도에서 어머니의 날이 쉽게 받아들여지고 인도의 기념일로 발전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첫 번째, 어머니의 이미지는 모든 인류가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년 열두 달, 하루 24시간 자녀들을 쉬지 않고 돌보는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을 기억하면서, 그날만큼은 남편이 또는 자녀들이 식사를 준비함으로써 감사의 표현을 하는 것은 아름다운 기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 학생들이 있는 학교에서는 어머니들을 초청해서 아이들이 시 낭송을 하거나 댄스경연을 하는 행사를 하면서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두 번째, 상업주의의 발전이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날엔 일반적으로 어머니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거나 감사의 카드를 선물하는데요. 안나 자비스 자신은 흰색 카네이션을 사용함으로써 흰색에 담긴 순결함과 진실성, 향기에 담겨진 어머니의 기도, 꽃잎이 떨어지지 않고 서로 껴안는 것을 통해 어머니의 사랑을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으로 인해 흰색 카네이션의 가격이 폭등하고, 흰색 카네이션이 공급이 잘 안 되자 장사꾼들은 빨간 색 카네이션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카드 제조업자들과 사탕류 생산업자들도 이에 한 몫을 더했습니다. 안나 자비스도 이러한 상업주의에 배격하여 힘겨운 싸움을 했지만, 거대한 돈의 힘은 순수한 전통을 밀쳐버리고 말았는데요. 힌두이즘의 전통이 경제와 깊은 연관성을 갖기 때문에 좋은 전통 속에 감춰진 상업주의의 흐름은 열렬한 환영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의 부모님들도 어버이날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현찰을 꼽았는데요. 돈의 힘은 종교를 넘어설 때가 있습니다.  

세 번째, 인도의 여신 사상 때문에 큰 환영을 받게 되는데요. 고대의 종교는 어머니 신, 곧 여신 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도의 가장 큰 축제 중 하나인 두르가 축제는 심판하는 어머니, 그리고 디왈리는 자애롭고 축복하는 어머니의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머니에게 사랑을 나타냄으로써 어머니로부터 오는 여신의 축복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날은 이러한 사람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는 조건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서양의 전통도 자신들의 것으로 전환시키는 인도 문화의 힘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도 학교를 다니는 한 한국 학생이 LG와 삼성이 한국 것인가, 인도 것인가 하는 논쟁을 해서 결국 인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인도 학생한테 패배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앞으로 어머니의 날에는 감사의 편지를 보내거나 부모님을 위한 기도회를 갖거나, 직접 만나 사랑의 만찬과 대화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성경의 가르침처럼 인도를 품고 섬기는 믿음의 어머니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기도도 부탁드립니다.

브라이트 리(Bright Lee)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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