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이란 무엇인가?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2019 기독교생명대학 봄 학술세미나 개최

▲2019 기독교생명대학의 첫 봄 학술세미나가 개최됐다. ⓒ김신의 기자

▲2019 기독교생명대학의 첫 봄 학술세미나가 개최됐다. ⓒ김신의 기자

2019 기독교생명대학 봄 학술세미나가 23일 저녁 한양대학병원 3층 강당에서 개최됐다.

‘나의듦과 죽음의 준비’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날 세미나에선 박상은 원장이 좌장을 맡고 함준수 교수(전 한양대학병원장,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대표), 엄주희 교수(국가생명윤리연구원), 최화숙 교수(전 이화여대)가 발표하고 홍순철 교수(고려대), 이명진 소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이상원 교수(총신대)가 각각 토론했다.

죽음에 대하여

함준수 교수는 “현재 여러 나라에서 판례나 법으로 엄격한 요건 아래 존엄사와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고령화 사회로 변하고 있는 우리 사회적 측면에서 매우 현실적 문제로 특별히 가족들 간의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지난 2009년 서울 지방법원이 식물인간 상태에 있는 노인에게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최종 판결을 내리며 논란이 됐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관련 제도를 마련하기 시작했고, 보건복지부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세부 내용을 규정한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을 마련했다. 이제 연명의료결정법이 본격 법제화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큰 고통만 안겨주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적인 죽음을 받아들이는, 즉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지만, 본 목적과 다르게 남용될 수 있음으로 ‘무의미한 진료의 중단’에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 한해 허용되어야 한다”며 “진정한 생명의 존엄성을 인식하는 의사라면 죽음에 임박한 모든 단계의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의학적으로 임사체험(Near Death Experience)을 경험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사랑했는지 주어진 사명을 잘 감당했는지 두 가지 질문을 만나는 것이었다”며 “죽음에 대해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것이 있다. 한 번 죽음은 정해진 것(히 9:27)이고 돌아가는 것(시 90:3)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지혜는 사랑(요13:1)이다. 그리고 주 안에서 죽는 자는 복이 있다(계14:13). 그러므로 죽음은 마지막으로 전도하는 기회이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신앙을 고백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왼쪽부터) 함준수 교수, 최화숙 교수, 엄주희 교수, 박상은 원장. ⓒ김신의 기자

▲(왼쪽부터) 함준수 교수, 최화숙 교수, 엄주희 교수, 박상은 원장. ⓒ김신의 기자

그리스도인의 웰다잉과 연명의료결정제도

엄주희 박사는 “오늘날 사람들은 되도록 죽음을 외면하고 회피하려 하지만, 죽음은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하며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사는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은 그렇게 낯설지 않은 삶의 과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죽음이 천국으로 들어가는 관문이고 하나님을 다시 만나는 통로이자, 먼저 천국에 가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죽음은 오히려 반갑고도 기대할 만한 것이 된다”고 했다.

이어 “때문에 이른바 의사조력자살, 안락사와 같이 즉각적이고 손쉬운 죽음의 방식을 택하는 것은 곤란하다. 두려워하는 사람들, 특히 사회적으로 약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두려움 가운데 방치되게 하거나 그들이 돌봄도 받지 못하고 죽음으로 내몰리게 해서도 안 된다”며 “즉각적인 죽음의 선택이나, 타자에 의한 죽음의 강요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고 했다.

특히 엄 박사는 “지난해 2월부터 우리나라에도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임종기의 마지막 선택과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연명의료결정법에서 정하는 선택지는 임종기에 맞는 연명의료와 호스피스에 대한 선택”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그리스도인들이 분명한 신앙적 가치관에 기초하여 죽음에 관한 의사결정을 선택하고 하나님께서 옳다고 하시는 생명 중심의 선택인지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죽음에 관한 성경적·기독교 윤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연명의료계획서, 호스피스완화의료와 같은 현행 연명의료결정제도의 내용들 이외에도, 세계 속에서의 사례들(end of life care), 죽음과 죽어감(death and dying) 에 대한 이해, 상실수업, 엔딩노트와 버킷리스트, 죽음 준비 교육 등으로 그리스도인의 웰다잉으로서 살펴볼 수 있다”며 실제 교회에서 있었던 ‘웰다잉 특강’ 후기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전했다.

그러면서 “하늘나라에 가는데 순서가 없듯, 웰다잉에 대한 묵상은 노년의 삶에만 필요한 것도 아니고, 젊은이나 나이든 사람이나 누구나 매일의 삶을 믿음으로 잘 살아내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며 “모두가 믿음 안에서 이 땅에서 주어진 마지막 시간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웰다잉과 웰빙의 삶을 보여주는 모델들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2019 기독교생명대학 봄 학술세미나 현장. ⓒ김신의 기자

▲2019 기독교생명대학 봄 학술세미나 현장. ⓒ김신의 기자

아름다운 죽음

최화숙 교수는 “임종의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예측하지 못한 사망의 경우, 예측 가능한 경과를 걸쳐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사망하는 경우, 특정 질병으로 주기적인 위기를 마주하다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경우다. 여기서 예측하지 못한 사망의경우가 30%”라며 “20년 넘는 시간 동안 말기 환자를 돌보며 임종과정에 독특한 변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갑작스래 돌아가시는 분이나 시간을 두고 돌아가시는 분이나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마치 필름, 파노라마가 돌아가듯 과거를 돌아본다는 것이다. 마치 심판대 앞에 서기 전 자신의 인생을 마지막으로 돌아보는 것 같은 모습을 보았다”며 히브리서 9장 27절을 언급했다.

이어 최 교수는 “임종을 앞둔 환자들은 병원으로부터 해줄 것이 없으니 집으로 돌아가라는 권유를 받는다. 그런데 집에 가면 가족들의 지식이 전무하니 대부분의 환자들이 방치된다. 이러한 이유로 19세기에서 20세기 종교계를 중심으로 호스피스가 시작됐다”며 “그러나 아쉽게도 국내 환자들이 호스피스 병동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야 2주다. 삶을 마무리 하기 위해선 적어도 1개월의 여유가 필요하다. 그 미만이면 타인과의 새 관계를 맺을 여력이 없어 호스피스 케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또 호스피스에 대해 “인간다움을 가지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신체적 증상, 통증을 조절하고 정신, 영적 문제를 해결하도록하는 토탈 케어, 초점이 다른 의료가 시작되는 것이다. 또 사별 관리 단계 까지를 호스피스 완화 의료라고 부른다”고 설명하면서 “죽음을 아름답게 맞이하기 위해선 본질적으로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생각해야하는 깊은 철학적 문제가 있다. 증상과 통증 조절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정서적, 영적으로 삶을 돌아보고 이웃과 가족, 하나님과 화해하고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성산생명윤리연구소는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와 지난 3월부터 기독교생명대학을 개강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는 성산 장기려 박사의 뜻을 기리는 의료인과 생명윤리 저문가들이 주축되어 1997년 설립됐으며,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낙태반대운동연합, 성산생명의료윤리연구소, 한국창조과학회, 한국기독간호사회, 한국기독의사회, 한국누가회, 한국호스피스협회 8개 단체를 주축으로 2001년 설립됐다. 기독교생명대학의 내년 봄 학술세미나는 5월 28일 저녁 7시 한양대병원 3층 강당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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