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운의 경제와 기독교: 법치] 법치 국가 로마

|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기독교는 어떻게 세계종교가 되었는가?'를 놓고, 기독교의 우수성을 떠나 법치 국가 로마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말라기 선지자의 사역을 끝으로 구약시대가 막을 내리고 '신구약 중간시대'가 시작했다. 신구약 중간시대는 기원전 약 400년부터 예수가 탄생하신 기원전 5년까지로, 이 기간 동안에 일어난 사건은 성경에 기록은 없지만 기독교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신구약 중간시대 400여 년은 기원전 400∼331년간의 페르시아(바사) 시대, 기원전 331∼63년간의 그리스(헬라) 시대, 기원전 63년 이후 로마 시대로 나뉜다.

로마 시대를 보자. 로마 장군 폼페이우스는 기원전 63년 유대를 공격하여 예루살렘을 정복했다. 그 후 로마 황제가 '유대인의 왕'으로 추대되자 헤롯이 기원전 37년 예루살렘을 통치하기 시작했다. 로마는 유대로부터 조공을 받으면서 유대인의 종교의식은 허락했다. 로마는 '법치국가'였고, 로마 시민은 로마의 황제법정에서 재판받게 되어 있었다. 이방인 전도를 꿈꾸던 '로마 시민권자' 바울이 로마 법정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어 기독교는 세계종교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법치 국가 로마 이야기는 중요하다.

로마는 기원전 753년 로물루스가 3천 명의 라틴인들과 함께 건국한 나라다. 그 후 로마는 줄리어스 시저(기원전 102∼44)가 암살당한 후 기원전 27년 권력을 이어받은 옥타비아누스(황제 아름은 아우구스투스)가 제국으로 발전시켰다. 로마제국의 멸망은 395년 로마 분할, 476년 서로마제국 몰락, 1453년 비잔티움제국 멸망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어떻든 로마는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천 년 이상을 통치한 나라다. 그 비결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로마가 자랑으로 내세운 '법치'를 이야기한다.

로물루스는 건국 초 왕・원로원・시민회의로 구성된 삼권분립 체제를 도입했다. 왕은 세습할 수 없도록 시민회의가 선출했고, 왕은 원로원의 자문을 받아 통치했다. 왕정(王政)은 7대 왕까지 244년간 지속되었다. 그 후 브루투스 집권으로, 임기 1년의 2명의 집정관이 통치하는 공화정(共和政)이 450년간 이어졌다. 이어 로마제국의 설계사 줄리어스 시저가 기원전 49년 정권을 잡았다가 암살당하자 옥타비아누스가 아우구스투스 황제에 오르면서 로마제국의 제정(帝政)이 시작되었다. 성경에 나오는 '가이사'는 '줄리어스 시저'의 '시저'(Caesar)를 뜻하고, 성경에서 시저 이후의 모든 황제는 '가이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로마는 출발부터 '왕'의 나라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 곧 국가'인 나라였다. 로마는 건국 직후부터 영토와 인구를 넓혀갔다. 따라서 로마는 건국 초기부터 민족과 문화가 다양해질 수밖에 없었다. 로마는 민족과 문화의 다양성에서 오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정책을 활용했다. 하나는 개방이고, 또 하나는 법치였다.

개방을 보자. 로마인들은 항상 밖을 향해 조직을 개방했다. 이것이야말로 로마를 로마답게 한 특색이었다. 로마의 강함은 귀족의 아성이었던 원로원을 평민에게도 개방하고, 로마연합에 패한 자에게도 로마시민권을 주었으며, 도로망을 깔아 로마연합 내부에서 사람이나 물건의 흐름을 활성화시켰다. 관련된 정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법치를 보자.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이렇게 썼다."인간 행동 원리의 규범을 종교에서 찾은 유대인, 철학에서 찾은 그리스인, 법률에서 찾은 로마인. 이 한 가지만으로도 이들 세 민족의 특징이 떠오를 정도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이 종교가 아니고 철학이 아닌, 법에 따라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하려고 한 것은 로마인 특유의 정신세계인 '패자도 동화시킨다'는 특징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법이란 같은 신앙을 갖지 않아도, 같은 지적 수준이 아니라도, 지키기만 하면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규칙이다. 로마는 건국 직후부터 다양한 민족을 로마에 불러들여 함께 살았다. 거기에는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마찰이 있었을 것이고, 종교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로마는 처음부터 '법'이라는 규칙을 필요로 했고, 그 필요성은 다문화·다민족의 로마제국시대에 접어들면서 더욱 커졌다.

'로마법'은 인종, 종교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고 평등한 권리를 보장했기 때문에 로마는 오래 동안 존속할 수 있었다. 이는 법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사례다.이 같은 법치국가 로마의 도움에 힘입어 바울은 이방인 나라 로마에서 전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전도에 성공하여 기독교는 마침내 세계종교가 될 수 있었다. 바울 이야기는 <법치> 마지막인 다음 칼럼에서 다룬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김정석 감독회장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서울시청 합동분양소 조문

김정석 감독회장, 무안공항 사고 조문으로 새해 시작

방명록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 기도와 지원에 최선 기울일 것 사회 주요 문제 적극 나서겠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김정석 감독회장과 본부 임원들, 그리고 부장들은 을사년 새해 첫 날인 1월 1일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희생당한 179명의 합동분향소가…

3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관저 주변 상황.

“현직 대통령 체포 시도, 운동권 출신들의 폭거”

내란죄 확정도 안 됐는데 공공연히 확정범? 고도의 통치 판단인지 헌재 결정 기다려야 대행의 대행도 탄핵 압박, 헌법재판관 임명 대통령 체포 영장에 ‘법 예외’ 적시 기막혀 대통령, 직무 정지됐으나 ‘현재 국가 원수’ 체포 동조하는 세력, 민주주의 죽이는…

엔딩 파티

살아 있는 사람 위한 장례식 ‘엔딩 파티’, 긍정적 인식 높아져

건강한 장례문화 확산을 위한 ’엔딩 파티(Ending Party, 餘生宴)’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엔딩 파티’란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장례식’으로, 죽음을 앞둔 이가 지인들을 초청해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자리다. (사)하이패밀리가 지난 12…

세이브코리아(SAVE KOREA) 국가비상기도회

“기도로 세워진 대한민국, 다시 기도로 일어나자”

대한민국이 헌정질서 붕괴라는 초유의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이를 기도와 행동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세이브코리아(SAVE KOREA) 국가비상기도회가 오는 11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사당대로에서 시작된다. 이 기도회는 이후 매주 토요일 여의도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 박종호 목사

수기총‧세이브코리아 “‘내란 수괴’ 단정? ‘무죄추정’ 따르라”

세이브코리아, 수기총을 비롯한 1200여 시민단체들이 최근 대통령 탄핵 및 내란죄 논란과 관련해 국회와 언론, 공수처의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들은 국회가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으며, 언론이 확정되지 않은 ‘내란죄’ 프레임을 그대로 받아쓰…

WEC 국제선교회, OW, 오퍼레이션 월드

‘세계 기도 정보 결정판’ 오퍼레이션 월드, 출간 60주년

“세계 기도 정보의 결정판”으로 불리는 ‘오퍼레이션 월드’(Operation World, 이하 OW)가 출간 60주년을 맞았다. WEC 국제선교회(WEC International)의 패트릭 존스톤(Patrick Johnston) 선교사가 1964년에 발행한 초판은 불과 32페이지로 구성돼 있으며, 여기에는 손으로 그린 지…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