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교수의 아가서 강해(12)] 5장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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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무관심으로 인한 사랑의 시련

아가서 전체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1:1-3:5까지가 구혼시절 즉 연애시절을 회상하며 부르는 노래라고 한다면, 3:6-5:1까지는 결혼식을 배경으로 부르는 노래이다. 아가서의 마지막 부분인 5장-8장은 두 남녀가 결혼한 이후 더욱 성숙해진 부부생활이 어떠한가를 보여준다. 결혼 이후에도 연애 시절과 다름없이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은 더욱더 이 깊어진다. 결혼이 사랑의 절정이 아니라 오히려 성숙함이 더해지는 시작점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자신들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무관심이 끼어들었고, 그런 이유로 인해 사랑이 단절되는 고통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 안에서 그러한 문제는 다시 해결되어 더욱 성숙한 사랑으로 승화되어 간다. 이런 교제의 단절과 그 문제의 해결을 보여주는 내용이 아가서 5장과 6장이다.

I. 신부의 무관심과 남편의 부재 (5:2-8)

새 가정에 문제가 생긴 것은 신부의 방심과 무관심이었다. 이런 방심과 무관심 때문에 남편과의 관계는 소원해진다. 술람미의 이러한 상태는 그가 꾼 꿈으로 표현되고 있다. 꿈속에서 남편은 문밖에 서 있었다. 남편은 밤새껏 긴 여행을 하느라 머리털에는 밤이슬이 흠뻑 젖어 있었다. 남편은 문을 두드리면서 "나의 누이, 나의 사랑, 나의 비둘기, 나의 완전한 자"라고 사랑하는 아내를 부르고 있다. 남편이 사용하고 있는 아내에 대한 명칭은 모두가 결혼식장에서 불렀던 사랑 노래 속에 등장하는 명칭들이다. 이것은 남편의 아내를 향한 사랑이 변함없이 여전히 뜨거움을 보여주면서 두 사람 사이에 생긴 문제는 아내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해준다.

술람미는 사랑하는 임의 간청을 냉담하게 대응된다. 술람미 여인은 예기치 않은 시간에 남편이 도착했다는 불평으로 문을 열어줄 수 없다고 냉대한다. 그녀는 이미 잠옷을 입고 있는데, 다시 겉옷을 일이 귀찮다고 대답한다. 낮에 묻은 발의 먼지를 깨끗이 닦았는데, 다시 더럽힐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하찮은 핑계인가. 사랑이 식어버려 상대방에게 무관심하게 되면 이렇게 냉담한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남편은 그런 냉담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밖에서 문을 열려고 애를 쓴다. 문틈으로 손을 들이밀면서 잠긴 문을 열려고 노력한다. 결국은 굳게 닫힌 문을 열지 못한 채 사랑하는 임은 떠나버리고 만다. 그때에서야 술람미 여인의 마음에 남편을 향한 동정심이 생겼다.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고 문을 열어주었는데, 기대하였던 임은 이미 다른 곳으로 가버린 뒤였다. 남편은 문을 열면서 문빗장에 몰약을 칠해 두었다. 성경에서 몰약은 때로 사랑을 증진 시키는 것에 사용이 되었다. 그래서 부부의 침대에 몰약을 뿌리기도 하였다(잠 7:17). 아마도 사랑하는 남편은 자신의 애정 표시로서 문빗장에 몰약 칠을 했을 것이다. 그 몰약이 술람미의 손에 묻게 된 것이다.

하지만 술람미의 응답은 너무 늦었다. 그녀는 밖으로 뛰어나가 남편을 찾아 밤거리를 헤맨다. 아무리 찾아도 그는 대답이 없고 어디에서도 그를 찾을 수가 없었다. 밤거리를 순행하는 순찰병들은 술람미를 범죄자로 오인하여 그녀를 때렸다. 꿈속의 순행자들이 그녀에게 보여준 그런 포악한 행동은 곧 남편을 무시하고 그를 떠나보낸 부끄러운 죄에 대한 벌이기도 하였다. 그것은 결혼 전 꾸었던 꿈속에서 그녀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순행자들과는 대조적이다.

마침내 그녀는 예루살렘 여인들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임을 만나고 싶어 병이 들게 되었음을 전하라고 부탁한다. 이제는 병이 들 정도로 사랑하는 임을 만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있게 된 것이다. 전에 갖고 있었던 무관심은 사라졌고, 임의 가슴에 안기고 싶은 열정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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