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 때쯤이면 해외 유명 신학자들이 국내 대형교회나 신학회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아 강연을 전하고 우리 신학자들과 의견을 나눈다.
올해도 본지 6월 5일자 지면에 본지에 소개된 인물만 3명이다. 새문안교회에서 지난 5월 25-26일 케임브리지대 사라 코클리 석좌교수가 제12회 언더우드 국제심포지엄 강사로 나섰고, 고려대 학생들 주도로 5월 28일 올해 두 번째 열린 2019 베리타스 포럼에는 ‘예전 3부작’을 쓴 미국 칼빈대 제임스 K. A. 스미스 교수가 강연했다.
또 6월 1일 C. S. 루이스 컨퍼런스와 3일 조나단 에드워즈 컨퍼런스에서는 13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영국 옥스포드대학교 알리스터 맥그래스 교수가 잇따라 강연했다.
이 외에도 5월 31일 선교신학자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테오 순더마이어 교수가 올해 84세의 고령임에도 에큐메니칼 선교포럼에서 특강을 전했고, 존 스토트의 뒤를 잇는 신학자이자 구약학자인 영국의 크리스토퍼 라이트 교수도 6월 중순 방한해 성서유니온 등에서 특별강좌를 연다.
지난 2월에는 93세의 위르겐 몰트만 박사가 초청받았고, 이전에는 <알라>, <배제와 포용> 등으로 유명한 예일대 미로슬라브 볼프 교수와 복음주의권을 대표하는 ‘디자이어링갓’ 존 파이퍼 목사와 ‘센터처치’ 팀 켈러 목사 등도 한국을 찾았다. 아예 미국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과 제휴를 맺고 매년 6월 총장을 비롯한 현지 교수진을 초청해 심포지엄을 열고 목회자 재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한신교회(담임 강용규) 같은 경우도 있다.
이러한 해외 석학들과의 교류는 130년 짧은 역사를 가진 한국 기독교가 오랜 전통의 서구 기독교의 지혜와 최신 논의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방한하는 석학들이 국내 사정을 잘 알지 못해 주최 측이 짜놓은 행사와 시간표대로 움직인다는 한계도 물론 있지만, 책으로만 접하던 신학자들을 직접 만나 소통한다는 것은 한국 그리스도인들에게 축복이다.
차제에 눈을 넓혀, 주최 측이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했으면 좋겠다. 이미 번역해 놓은 원고를 단순히 읽어 내려가는데 시간과 수고를 들이기보다, 참석자들과 적극 대화할 뿐 아니라 반대 입장을 가진 국내 신학자들과의 날선 토론이나 국내외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 등을 통해, 활자로는 만날 수 없는 그들의 ‘지적 재산’을 더 많이 얻어내야 할 것이다.
그들을 초청하고 행사를 개최하는데 적지 않은 재정이 소요되는 만큼, 이왕 초청한다면 더욱 알차고 값진 컨텐츠를 끌어내면 좋지 않겠는가.
뿐만 아니라 초청 측 사이의 조율을 통해, 방한하는 해외 석학들 간의 토론이 이뤄질 기회도 만들면 좋겠다. 올해도 제임스 스미스와 맥그래스, 사라 코클리 교수가 함께 같은 주제를 놓고 한국 신학자나 학자들과 동시에 토론을 펼쳤다면 얼마나 흥미로웠을까.
앞으로도 해외 석학이나 목회자 초청이 계속 이뤄질텐데, 꼭 한 번 고려할 만한 컨텐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중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한국교회를 위해 활용하지 못하고 매년 관성적으로 ‘내 교회 중심적’ 행사로 일관한다면, ‘해외 석학 초청 무용론’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여기에 해외 학자들에게 쏟아붓는 정성 이상을, 국내 신학자들과 학계에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