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전광훈 목사, 이하 한기총)가 지난 5일 발표한 시국선언문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기총은 "종북" "주체사상" "사회주의 혁명" 등의 말로 현 정부의 정체성을 규정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연말까지 하야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내란선동적 발언" "예수를 팔아 예수를 욕되게 하지 말라" "종교인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막말" 등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기독교 내부서도 "(전광훈 목사의) 발언들은 기독교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건전한 상식에도 어긋나는 아주 수준 낮은 발언들이고, 참으로 부끄럽다"(손봉호 교수)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손 교수는 "기독교가 정치에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인권이나 정의, 기본적 복지나 평화 등 아주 보편적이고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그런 것에 국한해야지, 파당 정치에 관계된 모든 발언은 사실은 교회가 금해야 한다"며 "기독교 역사에서 그런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돼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한기총의 시국선언문을 두고 나오는 비판의 대부분이 손 교수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즉 "기독교인은 정치적 발언을 해선 안 된다"는 전제가 그 이면에 있다. '막말' '망언' 등의 단어로 비난하지만 막상 왜 막말이고 망언인지 따지고 들어가면 결국, 그런 전제와 만나게 된다.
한기총은 이번 시국선언문에서 정부의 정책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근거로 이에 대한 주관적 견해를 대체로 전달하고 있다. 만약 이런 주장이 틀렸다면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논거를 들어 비판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그 반대의 논거가 단순히 "기독교인은 정치적 발언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면, 이는 다시 생각할 문제다. '왜 기독교인은 정치적 발언을 해선 안 되는가?' '나아가 기독교 단체 역시 그래야 하는가?' 우선 이 질문에 답하고 그에 대한 납득할 만한 근거를 든 다음, 한기총의 시국선언문을 비판해야 옳다.
만약 기독교인이나 기독교 단체는 정치적 발언을 해선 안 된다면, 지난 2016년 "박근혜 대통령님의 하야는 국가를 위한 최선"이라고 공개서한에 썼던 홍정길 목사(기윤실 이사)의 그것은 무엇인가? 같은 해 "내 보기엔 박(근혜) 대통령은 혼에 병이 들었다. 죄송하지만 박 대통령은 금치산자(禁治産者) 같아 보인다"며 "자기 행위의 결과를 판단할 능력이 없으신 분 같아 보인다. 하야하시면 좋겠다. 하야하시게 하면 좋겠다"고 SNS에 올렸던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의 그것은 또 무엇인가?
기독교 안에도 흔히 보수와 진보가 있다. 그리고 이를 나누는 기준 가운데 하나가 소위 '사회 참여' 여부다. 그래서 진보 기독교 진영은 각종 정책이나 정치적 문제에 종종 '논평'과 '성명'을 내고 있다. 기독교인의 정치적 발언이 불가하다면 이런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
표현과 언론의 자유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소중한 헌법적 가치다. 한기총 시국선언문의 내용을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아닌, 단지 그 자체로 나와선 안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과연 이것이 우리의 헌법 정신과 얼마나 부합하는 것인지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