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운의 경제와 기독교: 소유]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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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 사람들에게 환심을 사게 하셨으므로 이스라엘 백성은 출애굽 때의 긴박한 상황에서도 이집트 사람들의 '은붙이와 금붙이와 옷가지를 챙겨가지고 떠나갈 수 있었다.'(출12:36) 하나님이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면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 생활을 하는 동안 성막 제작이나 타민족과의 거래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또 하나님은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만나와 메추라기'를 주셨다. 하나님이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면 2백만여 명(주: 이는 필자의 추산으로 후에 논의함)에 이르는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굶어죽고 말았을 것이다. 이는 성경에 나타난 '소유의 중요성'에 관한 예다. (주: 여기에서 '소유(property)'란 사적 소유, 소유권(property right), 이익, 물질적·금전적으로 '가진 것' 등을 뜻한다.)

시장경제는 국가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저절로 생겨나' 우리를 잘살게 해준 경제체제다. 시장경제의 기본인 시장이 생기려면 적어도 '자발적 교환'과 '사적 소유', 두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만일 조폭이 시장 입구에 서서 사람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다면 시장은 생길 수 없다. 설사 시장 진입이 자유롭다 할지라도 '자발적 교환'이 이익, 곧 사적 소유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시장에 진입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자발적 교환'과 '사적 소유'가 보장된다면 누가 명령하지 않아도 시장은 '저절로 생겨난다.' 이렇게 볼 때 '소유', 곧 '사적 소유'는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사회주의가 70여 년간의 실험 끝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이유는 '사적 소유'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는 따지고 보면, 자유를 얻기 위한 투쟁의 역사다. 그래서 자유는 소중하다. 그런데 세상에서는 소유가 있어야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예수는 '과부와 고아를 도우라'고 강조하셨다. 과부와 고아는 자유가 있다 할지라도 돌볼 사람이 없어, 곧 '소유'가 없어 자유를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유는 중요하다.    

교역자들은 '소유' 이야기하기를 꺼린다. 소유는 욕심이 바탕이 된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따지고 보면, 기독교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도 다 그러하다. 그러나 모든 종교가 중요시하는 '신앙 공동체'는 '소유' 없이도 그 운영이 가능할까? 인가에서 멀리 떨어진 허허 벌판에다 천막을 쳐놓고 목회를 할 수 있을까? 성경은 이곳저곳에서 소유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대표적인 자유주의·시장경제 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기독교가 '소유'를 인정했기 때문에 세계종교가 되었다고 시사한 적이 있다. 그는 89세 때인 1988년에 '치명적 자만-사회주의의 오류(Fatal Conceit-The Errors of Socialism)'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은 하이에크 사상의 알맹이를 담고 있는 대표작이다. 1978년에 파리에서 '사회주의는 오류였는가?'라는 주제로 학회가 열렸는데, 이 학회에서 하이에크는 자유주의를 대표해서 사회주의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그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된 책이 앞에서 언급한 책이다. 이 책에서 하이에크는 어떤 종교가 세계종교로 발전하게 되었는가를 다음과 같이 썼다.

"지난 2천 년 동안 종교 설립자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소유와 가족을 반대했다. 그러나 오직 살아남은 종교는 소유와 가족을 지지한 종교뿐이다(주: 이탤릭체는 원문대로임)."

하이에크는 본래 '소유와 가족을 반대하는 공산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앞에서 언급한 책을 썼다. 그런데 "오직 살아남은 종교는 소유와 가족을 지지한 종교뿐이다"는 주장에서 하이에크는 '살아남은 종교'가 기독교임을 시사했다. 하이에크는 기독교가 '소유'를 지지했기 때문에 세계종교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을 밝혀준 셈이다.

앞선 주제 '법치'에 이어 이제는 성경에 나타난 '소유' 관련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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