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은 독신을 주장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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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 목사의 신앙문답]

본지는 [박진호 목사의 신앙문답]을 매주 1회 연재합니다. 미국 남침례교단 목사인 그는 멤피스커비우즈한인교회를 담임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의 글은 박 목사가 운영하는 웹페이지(www.whyjesusonly.com)에 그가 직접 쓴 것으로, 본지는 박 목사의 허락을 받아 이를 게재합니다. 아울러 필자의 요청에 따라, 글이 그의 웹페이지에 게시된 날짜를 맨 아래 밝혀둡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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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고전 7:10-12 말씀이 온전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바울은 독신을 주장했나요? 고린도전서 7장을 읽으며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10절에서는 "명하는 자는 내가 아니요 주시라"라고 적혀있고, 12절에선 "이는 주의 명령이 아니라"라고 말합니다. 특히 12절의 그 말이 어떤 의미로 사용된 것인지 살짝 혼란스럽습니다. 6절처럼 권면을 말하는 것인가요? 또 디모데후서 3장16절을 참조하여 넓은 틀에서 본다면 사도 바울의 권면은 사실상 하나님이 주신 계시, 즉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지요? 모든 말씀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쓰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이는 주의 명령이 아니라"라고 하니 무슨 의도로 적힌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답변]

이혼 금지의 강조

질문에 답하기 전에 우선 알아두셔야 할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성경에 간혹 괄호( ) 친 말씀이 나옵니다. 대부분의 고대 사본에는 없고 비교적 후대에 적힌 소수의 사본에만 있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원본에는 없었으나 후대에 첨가된 말씀이라고 추측합니다.

말하자면 후대의 필사자들이 원문대로만 옮겨 적으면 성경독자들이 잘못되게 혹은 부족하게 해석할 것을 염려하여 원문의 뜻과 상충되지 않는 범위에서 보충해놓은 것입니다. 독일의 구텐베르그가 1440년 경 금속 활판 인쇄술을 발명하기 전까지는 성경을 일일이 손으로 베껴서 썼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고전 7:10-12에 ( )가 세 번 나오는데 셋 다 그런 의미입니다. 따라서 우선 ( )가 없다고 가정해서 본문을 잘 읽어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 )의 말씀들과도 함께 읽어보고 서로 비교해 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앞뒤 문맥에서 말하는 내용과 주제에 비춰봐야 합니다. 먼저 ( )를 빼고 살펴봅시다.

"혼인한 자들에게 내가 명하노니 여자는 남편에게서 갈리지 말고 남편도 아내를 버리지 말라 그 남은 사람들에게 내가 말하노니 만일 어떤 형제에게 믿지 아니하는 아내가 있어 남편과 함께 살기를 좋아하거든 저를 버리지 말며."(고전7:10-12) 한마디로 그 뜻은 고린도 교인들에게 이혼하지 말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고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보충한 것으로 인해 더 혼란스러워졌습니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딤후3:16) 따라서 이혼해선 안 된다는 것은 비록 바울이 말했어도 질문자님이 지적하신 대로 성령의 영감을 받아 하나님의 뜻을 대언한 영적진리입니다.

그럼 각각의 괄호 안의 말을 추가시킨 의미를 추정해봅시다. 필사하며 그렇게 첨가했던 당사자가 그 이유를 따로 밝혀놓지 않았기에 후대 학자나 신자는 본문, 문맥, 당시 상황 등을 종합하여 개연성 있는 추측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10절에 "내가 명하노니(명하는 자는 내가 아니요 주시라)고 합니다. 아무리 사도라도 인간이 인간에게 명령할 수는 없다고 여겼을 것입니다. 그래서 비록 사도가 명한다고 말했지만 성령의 영감을 받은 하나님의 명으로 받아야 한다는 뜻을 괄호 안에 첨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 11절은 (만일 갈릴찌라도 그냥 지내든지 다시 그 남편과 화합하든지 하라)는 바로 앞 10절 후반의 "여자는 남편에게서 갈리지 말고"를 보충 설명한 것입니다. 여자는 능동적으로 나서서 이혼을 요구하지 말라는 뜻을 강조한 것입니다.

문제는 12절의 괄호입니다. "그 남은 사람들에게 내가 말하노니(이는 주의 명령이 아니라)"고 합니다. 동일하게 이혼하지 말라는 내용을 말하면서 앞선 10절에선 명하는 자는 내가 아니요 주라고 해놓고 이번에는 정반대로 말합니다.

이 또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첨가한 것으로 10절과 12절의 번역을 잘 보아야 합니다. 10절은 명하노니(command), 12절은 말하노니(speak)로 우리말(영어)로 번역되어 있는데 헬라 원어가 그렇기 때문에 그대로 번역한 것입니다.

요컨대 12절에는 바울이 분명하게 "내가 말하노니"라고 했기에 (주의 명령이 아니라고) 덧붙인 것입니다. 반면에 10절은 바울이 감히 명한다고 했으니 바울이 인간이 아닌 사도로서 성령에 영감에 따랐다고 해도 명령은 하나님만이 행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서두에 설명한 대로 그 세 ( )를 빼고 원문대로 읽어보십시오. 단순히 계속해서 자기 개인 의견이라고 말한 것으로 오해나 시비 거리가 없습니다. 실제로 "그러나 내가 이 말을 함은 권도요 명령은 아니라."고 7:6에서 그런 뜻을 본인이 먼저 밝혀놓았습니다.

독신주의를 주장하는가?

고린도전서 7장에서 세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 내용은 실은 따로 있습니다. "남자가 여자를 가까이 아니함이 좋으나"(1절)와 "내가 혼인하지 아니한 자들과 및 과부들에게 이르노니 나와 같이 그냥 지내는 것이 좋으나."(8절)의 두 구절입니다. 아무리 개인 의견이라고 해도 사도가 성령의 영감을 받고 성경을 저작했는데 가정 제도를 만드신 하나님의 창조경륜은 물론 예수님의 가르침과도 상충되는 것 같아 혼란스럽습니다.

자기 의견이라고 밝힌 7:6에서 "이 말을 함"이 앞의 1-5절 혹은 뒤의 7절 이하를 가르치는지 설왕설래가 있습니다. 대체로 7절 이하를 뜻한다고 보는데 둘 다를 지칭한다고 봐도 의미의 흐름에 무리는 없습니다. 어쨌든 이혼을 가능한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따져서 이혼을 강력히 금하고 있는 바울이 자기 의견과 반대되는 비혼(非婚)주의를 주장했을 리는 없습니다. 이 두 구절의 의미를 알려면 바울이 고린도전서 7장을 쓰게 된 당시 상황에 대해서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신약교회의 초기에는 예수님의 재림이 자기들 당대에 이뤄질 것으로 오해했습니다. 필연적으로 사도들은 주님이 오시기 전까지 모든 이에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재림이 임박한 상황에서 모두가 선교에 헌신해야 하므로 독신주의는 그런대로 합당한 가르침입니다. 그럼에도 독신주의는 하나님의 영적 진리와 모순된다는 점을 바울도 잘 알고 있기에 하나님의 명령이 아니라 자기 개인 의견이라고 밝힐 필요가 있었다고 해석합니다.

▲박진호 목사

▲박진호 목사

고린도전서는 고린도 교회 안에 발생한 여러 가지 실제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과 권면을 기록한 서신입니다. 그래서 성도의 이혼에 관해 가르치는 7장은 "너희의 쓴말에 대하여는 남자가 여자를 가까이 아니함이 좋으나"(1절)로 시작합니다.

"너희가 쓴 말에 대하여는" 즉, 고린도 교회가 바울에게 보낸 편지에 대해 대답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말 번역은 "쓴 말"이라고 해서 항상 그러하듯이 수(數)의 개념이 모호한데 원어로는 복수입니다. "쓴 말들"로 번역해야 뜻이 더 정확해집니다. 바울은 고린도 교인들이 질문해온 여러 문제들에 대해 7-16장까지 답변하고 있고 그 중에 이혼 문제를 가장 먼저 7장에서 다루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남자가 여자를 가까이 아니함이 좋으나"는 바울 개인의 의견이라고 보지 않고 고린도 교인들이 그 편지에서 사용한 말을 인용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신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김세윤 저작, 성서유니온 2008년 발간, P 69-70) 김 교수님의 해석을 간단히 발췌 인용해보겠습니다.

헬라적 이원론적 사고에 젖은 성도들이 구원 얻은 신자는 영혼의 정결함을 유지함이 중요하고 육체적 향락을 취하는 것, 특별히 성적 관계를 맺는 것은 더러운 것으로 여겼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 안에 이혼 운동을 주장하는 자들이 나타났고 1절은 그들의 구호였다는 것입니다.

바울은 그 말을 인용한 후에 "(그 말도 일리가 있을 수 있으나) 그러나"라고 하면서 그 오류를 고쳐주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음행이 조장될 우려가 많으니 결혼해야 하고, 결혼한 상태에 있는 자들은 헤어지지 말고 결혼 관계를 유지하라고 권면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따지면 더 일리가 있고 전체적인 논리의 흐름도 매끄럽게 보입니다.

어쨌든 1절을 재림에 대비한 바울의 개인 의견이었던, 고린도 교인의 잘못된 의견이었던 바울이 7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뜻은 동일합니다. 1) 임박한 재림을 대비하거나 영혼을 경건히 유지하고 주의 일에 헌신하려면 자기처럼 독신으로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2) 그러나 음행할 연고가 있으므로 결혼을 하는 것이 좋고 결혼했으면 헤어지지 말라는 것입니다. 요컨대 그는 절대적 독신주의나 절대적 경건주의를 결코 주장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2019/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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