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소유 프롤로그'에서 대표적 자유주의·시장경제 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기독교는 출발부터 '소유'를 지지했기 때문에 세계종교가 될 수 있었다고 시사했음을 언급했다. 그러면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최초의 소유권 인정'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아브람(주: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사라' 이름을 주시기 전 이야기임)과 그의 조카 롯의 분가(分家)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창12:1-13:18)
어느 날 하나님이 아브람에게 나타나서 말씀하셨다.
"너는 네가 살고 있는 땅과 네가 난 곳과 너의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보여주는 땅으로 가거라."
아브람은 75세 때 하나님의 언약을 믿고 아내 사래와 조카 롯과 하란에서 모은 재산과 거기에서 얻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가나안 땅으로 갔다. 그 땅에 심한 기근이 들었다. 아브람은 이집트에서 얼마 동안 몸 붙여 살려고 이집트로 내려갔다. 아브람은 이집트에서 아내를 누이로 속인 바람에 이집트 왕으로부터 큰 낭패를 당할 뻔했다. 아브람과 사래는 실제로 이복 남매였다. 이집트 왕은 아브람에게 모든 재산을 거두어 아내와 함께 이집트를 떠나라고 명령했다.
아브람은 롯과 함께 모든 소유를 챙겨 이집트를 떠나 네겝으로 갔다. 아브람은 집짐승과 은과 금이 많은 큰 부자였다. 그는 네겝에서 얼마 살지 않고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다가 베델 부근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땅은 그들이 함께 머물기에는 너무 비좁았다. 그들은 재산이 너무 많아 그 땅에서 함께 머물 수가 없었다. 아브람의 집짐승을 치는 목자들과 롯의 집짐승을 치는 목자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곤 했다. 어느 날 아브람이 롯에게 말했다.
"너와 나 사이에, 그리고 너의 목자들과 나의 목자들 사이에 어떠한 다툼도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한 핏줄이 아니냐! 네가 보는 앞에 땅이 얼마든지 있으니 따로 떨어져 살자. 네가 왼쪽으로 가면 나는 오른쪽으로 가고, 네가 오른쪽으로 가면 나는 왼쪽으로 가겠다."
롯은 요단의 온 들판을 가지기로 하고 동쪽으로 떠났다. 아브람이 조카 롯의 소유권을 인정한 결과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떨어져서 살게 되었다.
롯이 아브람을 떠나간 뒤에 하나님이 아브람에게 나타나서 말씀하셨다.
"너 있는 곳에서 눈을 크게 뜨고, 북쪽과 남쪽, 동쪽과 서쪽을 보아라. 네 눈에 보이는 이 모든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아주 주겠다. .... 너는 가서 길이로도 걸어 보고, 너비로도 걸어 보아라."
이렇게 해서 아브람은 헤브론의 마므레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아브람과 롯은 자신들이 '소유한 땅'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 무렵 시날 왕 아므라벨을 비롯한 네 왕이 소돔 왕 베라를 비롯한 다섯 왕과 전쟁을 벌였다. 다섯 왕이 패했다. 네 왕은 소돔에 살고 있는 아브람의 조카 롯도 사로잡고, 그의 재산까지 빼앗아갔다.(창14:1-12) 이 소식은 들은 아브람은 "집에서 낳아 훈련시킨 사병 318명을 데리고 네 왕을 뒤쫓아 가 '조카 롯과 그의 재산과 부녀자들과 다른 사람들까지 되찾았다.' 아브람이 '소유가 있었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 이야기에는 소유와 관련하여 두 가지 중요한 내용이 들어 있다. 하나는, 아브람이 어른답게 조카 롯에게 원하는 대로 땅을 먼저 갖게 함으로써 롯의 소유(또는 소유권)를 인정해 주었다는 점이다. 요즘 말로 소위 '분가'다. 다른 하나는, 아브람이 롯에게 땅의 소유를 허가하자 하나님도 아브람에게 땅을 갖게 하심으로써 아브람의 소유도 인정해 주셨다는 점이다.
(하나님의 이 같은 언약이 있은 지 얼마 후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세 가지 언약을 주셨다. '너의 자손이 저 별처럼 많아질 것이고, ... 430년 동안 다른 나라에서 종살이를 할 것이고, ... 너의 자손에게 땅을 이집트 강가에서 유프라테스에 이르기까지 준다'는 것이었다.(창15:5-18)
아브람과 그의 조카 롯의 '분가' 이야기는 성경에 맨 먼저 등장하는 '하나님의 소유권 인정' 이야기다. 아브람의 아버지 데라가 죽은 해가 기원 전 2090년경이라고 하니 아브람과 롯의 소유 관련 이야기는 약 4천 년 전쯤에 일어난 이야기다. 이처럼 기독교는 하이에크의 주장대로 출발부터 소유를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세계종교가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