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은 조화(弔花)보다, 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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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세습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김대중 전 대통령 영부인 이희호 여사 장례식에 국화꽃으로 만들어진 조화(弔花)를 보냈다.

조화를 가지고 온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은 상주를 직접 찾은 것이 아니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통일부 차관 등 장차관급 우리나라 인사들을 불러 조화를 전달만 하고 갔다.

우리 쪽에서는 판문각에서 장례식장까지 몇십km 거리 운반에, 고가 미술품 운반에 사용되는 ‘무진동 트럭’을 동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조화를 특수 화학 처리를 거쳐 김대중도서관에 영구 보존할 계획이라고 한다.

알고 보니 10년 전 김대중 대통령 장례식 때 북한에서 가져온 조화 역시 김대중평화센터에서 특수 처리해 영구 보존 중이라고 한다.

조화(弔花)가 기리는 사람은 가고 없는데, 기리는 도구에 불과한 생화(生花)를 조화(造花)로 만들어 영구 보존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조화를 장례식장에 직접 갖다놓지 않은 것도 정서상 이해가 안 가는데, 무진동 트럭 이용이나 특수 화학 처리라니. 독재를 반대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철지난 유물론 공산주의 독재국가의 철없는 우상화를 모방하는 꼴이 아닐 수 없다.

평생 인권을 중시해 온 기독교인 여성운동가 故 이희호 여사가 과연 이러한 조치를 원했을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지금 북한은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 함진우 기자, 한국 국적 탈북민 고현철·김원호 씨 등 탈북민을 포함한 억류자들을 아직도 고국의 품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억류 사실 자체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생사 여부도 당연히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이들은 명백히 현 대화 상대인 김정은이 지도자에 오른 뒤 납치된 우리 국민들인데,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는 이들에 대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이 보낸 조화에 들이는 정성의 반만이라도, 억류당해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쏟아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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