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정은 아버지 원수님 고맙습니다”??
지난 6월 20일 김정은은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불패의 사회주의>를 관람했다.
<아리랑>으로 대표되는 대집단체조 공연은 지난 2002년 4월 김일성 90회 생일 및 인민군 창건 70주년을 기념하여 시작되었다. 당초 김일성의 생일(북한에선 태양절로 선전)을 고려해 <태양의 노래>로 했으나,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아리랑>으로 최종 확정됐다.
2002년 개최 후 2003, 2004, 2006년 수해로 중단된 것을 제외하고 2012년까지 매년 개최되었다. 2012년 9월 16일에는 김정은이 처음으로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2013년 공연 이후 한동안 중단되었던 아리랑 공연은 지난해 공화국 창건 70주년을 기념하며 <빛나는 조국>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올해는 <인민의 나라>라는 이름으로 지난 6월 3일 공연이 재개되었다.
이 공연을 관람한 김정은은 공연 내용과 형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질책했다. 그리고 약 20여일이 지난 후 <불패의 사회주의>라는 이름으로 개최됐다.
<아리랑>, <빛나는 조국>, <인민의 나라> 다음에 <불패의 사회주의>라는 이름으로 공연했지만, 앞으로 계속 이 공연명(名)으로 갈지, 아니면 이번 시진핑 방북에 맞춘 이름인지는 다음번 공연을 지켜봐야 명확히 알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이전 공연과 달리 약 1시간 30분의 공연 시간 동안 삼분의 일에 해당하는 구성을 음악공연으로 채웠다는 것이다.
공훈국가합창단, 국립교향악단, 삼지연악단뿐 아니라 모란봉악단 대표가수 류진아를 비롯해 김옥주, 박미경, 김설미, 청봉악단의 송영, 왕재산예술단 인민배우 황은미 등 현재 북한의 모든 악단이 총동원되었다.
음악 선곡은 <우리의 국기>를 제외하고 <붉은기 펄펄>, <공산당이 없으면 새중국도 없다> 등 모두 중국 노래다. 이번 시진핑 방북에 맞추어 내용을 수정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체제 결속과 대외 선전을 위한 목적의 이 공연은 실제 10만명 가량의 대규모 인원이 동원되는 행사로, 인권침해 논란이 늘 제기되었다.
2007년 기네스에 등재될 만큼 대규모 행사인 대집단체조는 공연 6개월 전부터 연습이 시작되어 각 학교 단위별로 어린이와 학생 등을 동원한다. 김정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며 북한체제의 결속력과 자신의 통치력을 보여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도 어린아이들의 인권을 말살한 동원체제는 정당화 될 수 없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잔인했던 장면 베스트 3을 선정해 보았다.
BEST 3
북한 군인들의 특공무술 시범 중 다른 군인이 오함마를 들고 내리찍는 장면이다. 특공무술시범에서 벽돌격파는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오함마를 내리찍는 곳은 다름 아닌 군인의 주먹이다. 팔꿈치를 세워 벽돌에 올려놓고 주먹을 대고 있으면 그 위에 오함마를 내리쳐 벽돌을 격파한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누워 있는 군인의 이마에 벽돌을 올려놓고 오함마로 내리치는데, 이 장면을 보면서 펑리위안 여사도 깜짝 놀라는 장면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힌다.
BEST 2
1,600명의 유치원 아이들이 만든 장면이다. 남자아이는 머리를 땅에 박은 채 물구나무를 서고, 여자아이들은 허리를 뒤로 젖혀 원을 만든다.
저 모양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로 아이들을 힘들게 했을까? 그리고 아이들은 다같이 외친다. “아버지 원수님 고맙습니다.”
BEST 1
김정은이 관람석에 입장할 때 화동들이 꽃다발을 안겨주는 장면이다. 시진핑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 리설주는 꽃다발을 받아들고 가볍게 아이들을 쓰다듬어준다.
그런데 김정은은 한참 동안이나 어린 아이의 양 볼에 얼굴을 비비고 이마에 입을 맞추기까지 한다. 만약 ‘후대 사랑을 몸소 실천하며 인민의 자애로운 어버이로서 그 정도야 할 수 있지’라고 말한다면, 그건 너무 관대한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요즘 할아버지가 지나가는 아이의 머리만 쓰다듬어도 아동 성추행으로 고소를 당한다. 저 아이가 내 자식이라 생각하면 절대로 그렇게 관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저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나라의 왕으로’라는 선전문구는 어쩌면 가장 잔인하고 참혹한 장면일지도 모른다. 지상낙원의 인민의 나라로 선전하지만, 정작 인민의 나라에 인민은 없다.
강동완 박사
부산 동아대 교수이다. ‘문화로 여는 통일’이라는 주제로 북한에서의 한류현상, 남북한 문화, 사회통합, 탈북민 정착지원, 북한 미디어 연구에 관심이 많다. 일상생활에서 통일을 찾는 ‘당신이 통일입니다’를 진행중이다. ‘통일 크리에이티브’로 살며 북중 접경지역에서 분단의 사람들을 사진에 담고 있다.
2018년 6월부터 8월까지 북중 접경에서 찍은 999장의 사진을 담은 <평양 밖 북조선>을 펴냈다. ‘평양 밖 북한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라는 물음을 갖고 국경 지역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 <그들만의 평양>을 추가로 발간했다. 이 책에서는 2018년 9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북중 접경에서 바라본 북녘 사람들의 가을과 겨울을 찍고 기록했다.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살아가는’ 평양시민이 아닌, 오늘 또 하루를 ‘살아내는’ 북한인민들의 억센 일상을 담아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