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추감사절(맥추감사주일) 유래는 구약 맥추절? 잘 알고 지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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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보리 농사 짓던 문화에서 만들어진 절기

많은 사람들이 한국교회가 매년 7월에 지키는 맥추감사절이 구약의 맥추절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교회가 지키는 맥추감사절은 구약의 맥추절(칠칠절, 오순절)에서 유래한 것일까?

교인들이 맥추감사절을 구약의 맥추절로 오해하게 된 배경에는 한글 성경이 출애굽기 23장 16절을 오역한 것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맥추절을 지키라 이는 네가 수고하여 밭에 뿌린 것의 첫 열매를 거둠이니라 수장절을 지키라 이는 네가 수고하여 이룬 것을 연말에 밭에서부터 거두어 저장함이니라(개역개정판).”

여기서 ‘맥추절’로 번역된 말을 원문으로 보면 ‘하그 하카치르’다. 이 말은 문자적으로 ‘수확의 절기, 수확절, 추수절’이라고 번역해야 옳다.

새번역과 공동번역도 이를 동일하게 ‘맥추절’로 오역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영어 성경에서는 ‘feast/festival of harvest(수확의 절기)’라고 번역하고 있다.

이런 오해를 낳은 또 다른 이유는 개역개정판 출애굽기 34장 22절을 오역한 데 있다.

“칠칠절 곧 맥추의 초실절을 지키고 세말에는 수장절을 지키라”.

여기에서 ‘맥추의 초실절’이라는 말이 잘못된 번역이다. 원문을 보면 ‘밀의 초실절(비쿠레 커치르 히팀)’이라는 뜻이다. 대부분 영어 성경에서는 ‘wheat harvest(밀 수확)’로 번역하고 있다. 새번역과 공동번역은 이 구절은 올바로 번역하고 있다.

“너희는 밀을 처음 거두어들일 때에는 칠칠절을 지키고…(새번역)”.
“밀 곡식을 처음 거두어들일 때 추수절을 지켜라…(공동번역)”.

한국교회가 지키는 맥추감사절과 구약시대의 칠칠절(오순절)을 연관지어 생각하게 된 이유로는 한국어 성경의 잘못된 번역이 결정적인 것 같다. 또 수확 시기를 보더라도, 한국의 맥추감사절이 구약의 칠칠절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이스라엘 땅에서 칠칠절에 수확해서 헌물로 드린 것은 보리가 아니라 밀이었다(주로 5월 중순). 이스라엘 땅에서 보리 수확의 첫 열매를 드린 절기는 유월절 이후 첫 안식일 다음 날이었다(주로 3월 중순에서 4월 중순)(O. Borowski, ‘Agriculture,’ ABD 1:97).

칠칠절이란 말도 바로 이 날로부터 계산해 정확히 7주간이 지난, 안식일 다음날 밀 추수한 것을 하나님께 드린 데서 유래했다.

사실 오순절이라는 말도 구약의 용어가 아니다. 이는 신약성경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오순절은 정확히 유월절 다음 날인 안식일에서부터 계산해야 7주 후 안식일 다음 날에 하나님께서 밀 수확을 드린 날과 일치한다(레 23:15-22).

오늘날 구약의 칠칠절을 맥추감사절로 지키면 더 심각한 해석학적 문제가 생긴다. 이스라엘 3대 절기는 의식법에 속한다. 이는 그리스도께서 오심으로 완성되었고, 문자적인 준수는 폐지되었다. 맥추절을 지키면, 유월절과 초막절도 지켜야 할 것이다. 이는 심각한 해석학적 오류이다.

그렇다면 한국교회에서 맥추절을 지키는 풍습은 어디서 온 것일까? 이는 한국산이다. 한국에서는 보리 추수를 주로 6월 중순이나 말경에 한다. 보리 추수를 끝낸 이후 하나님께 수확의 감사를 드리는 절기로 지킨 것이 한국 교회의 맥추감사절의 유래이다.

그래서 주로 7월 첫 주일을 맥추감사절로 지킨다. 물론 용어는 한국어 성경의 오역에서 빌려왔을 수도 있다.

11월에 있는 감사절이 청교도들에 의해 유래된 것과 같이, 보리 농사를 짓던 한국의 문화에서 만들어져 지키게 된 절기가 한국교회의 맥추감사절일 것이다.

그러면 오늘날 맥추감사절을 어떻게 지켜야 할까? 추수감사절과 마찬가지로 맥추감사절도 농경문화에서 유래했다. 지금은 농촌 지역 외에 대부분 직장 생활이나 사업을 하기에 월수입으로 살아가는 사회가 됐다. 십일조나 감사 헌금도 주로 월 단위로 하고 있다.

농경 사회에서는 가을 추수감사절이나 여름 맥추감사절이 교회 재정 충당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매월 드리는 헌물이 있기에, 가을 추수감사절에 1년을 돌아보며 하나님께 감사드리듯이, 맥추감사절에는 지난 반년을 돌아보며 감사드리는 게 합당치 않겠는가?

어떤 사람들은 헌금을 드리는 것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네 마음이 있는 곳에 네 물질도 있다”는 주님의 말씀을 잊지 마시라.

일부 교회는 돈이 많아 돈을 마구 쓰는 것이 문제이지만, 80%에 가까운 교회들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도들이 정성스럽게 드린 헌물들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 귀하게 사용되리라 믿는다.

구약 시대 이스라엘 백성들이 3대 절기에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와 레위인을 기억하고 도왔듯이(신 16:16-17), 맥추감사절이나 추수감사절에 사회 속의 빈자나 약자를 기억하는 것이 감사드리는 자에게 더욱 합당한 자세가 아니겠는가?

*이 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2018년 <성경원문연구>(제43호)에 실린 필자의 글 ‘맥추절 (hāg hāqāṣir) 용어 번역의 문제’를 참고하길 바랍니다.

김진규
백석대학교 기독교학부 구약학 교수

▲저자 김진규 교수.

▲저자 김진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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