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교수의 아가서 강해(17)] 8장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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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사랑의 본질과 위력

아가서의 마지막 장인 제 8장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부분은 7장과 계속 이어지는 내용으로 임과 항상 가깝게 있으면서 사랑을 구체적으로 나누고 싶은 술람미의 열정을 보여준다(8:1-4). 두 번째 부분은 아가서의 결론에 해당되는 부분으로 사랑의 본질과 위력이 무엇인가를 설명한다(8:5-7). 세 번째 부분은 아가서의 끝맺음(에필로그)으로 두 사람의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를 설명한다(8:8-14).

I. 술람미의 열정적 사랑(8:1-4)

1. (8:1) 술람미의 임에 대한 사랑은 사람들이 많이 있는 길거리에서도 입을 맞추고 싶은 마음으로 표현된다. 그래서 솔로몬이 차라리 오라버니였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당시 사회에서 공공연한 애정 표현은 가족 간을 제외하고는 지탄을 받았다. 오늘날에도 베두윈 유목민들 사이에서는 같은 어머니를 가지고 있는 남자 형제들이나 남자 사촌들만이 공중 앞에서 여자 형제에게 입을 맞출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그래서 술람미는 솔로몬이 오라버니가 되어 어디에서나 입을 맞출 수 있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만큼 자유럽게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열정이 술람미에게 있었다.  

2. 술람미 여인의 열정적 사랑은 임을 자기 어머니의 집으로 이끌어 들여 그에게 석류 즙으로 제조한 향기로운 술을 주어 마시게 하겠다는 것에서 잘 표현된다. 석류나 즙 등은 사랑의 중요한 상징들이다. 고대 이집트의 사랑 시에서는 사랑하는 여자의 가슴을 석류 열매로 표현하였다. 술람미는 임과 더욱 가까워지고 싶은 자신의 욕망을 매혹적이고 낭만적인 무드로 그려내고 있다. 이와 같은 그녀의 욕구는 3절에서 임의 팔에 안겨 함께 동침하고 싶은 마음으로 나타난다.  

3. 술람미 여인은 예루살렘 여자들에게 사랑하는 자가 원하기 전에는 흔들어 깨우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한다. 이 내용은 2:7과 3:5에서 이미 두 번이나 반복하여 언급되었다. 다만 여기에서는 '노루와 들 사슴'이 생략되어 있다. 이 부탁 속에는 두 가지 내용이 담겨있다. 하나는 사랑의 자연성이다. 사랑은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하거나 서둘러서는 안 되고 있는 그대로 마치 물이 흘러가듯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에는 그 자체가 사랑의 길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가장 완전하고 가장 좋은 길이다. 또한 이 부탁 속에는 술람미의 임만이 자기의 사랑을 흔들어 깨울 수 있다는 확신이 숨어 있다. 다른 어느 누구도 그녀의 사랑을 다룰 수가 없고 오직 솔로몬만이 자기의 사랑을 주관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II. 사랑의 본질과 위력(8:5-7)

지금까지 아가서 내용은 쉽게 구별되는 등장인물들의 사랑 노래와 예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결론 부분에 해당되는 본문에 이르러서는 그러한 구분이 무너지고 등장인물들의 대화도 그 템포가 빨라져 그 내용이 즉시 바뀌고 있다. 대화의 내용 역시 길지 않고 짤막하다. 이러한 인물들의 빠른 전환과 간략한 대화 내용들은 서로들 사이에 존재하는 일체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1. 8:5a 은 예루살렘 여인들의 질문이다. "그 사랑하는 자를 의지하고 거친 들에서 올라오는 여자가 누구인가?" 이 질문은 3:6에서 결혼행렬을 지켜보고 있던 자들이 던진 질문과 비슷하다. 그 때에는 시골마을에서 예루살렘 수도를 향하여 올라가던 신부의 행렬을 보고 던진 질문이라고 한다면, 여기에서는 왕궁을 떠나 시골 고향집으로 돌아오는 신부를 보고 던지는 질문이다. 결혼식을 위한 행렬에서도 그러했듯이 지금 역시 술람미는 사랑하는 솔로몬의 품에 안겨있다. 결혼식 때와 유사한 상황을 설정하고 있는 것은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 결혼식 때나 상당한 시간이 지난 지금이나 변함이 없음을 보여준다.

2. 8:5b은 솔로몬이 자기 아내에게 한 말이다. 여기에서 솔로몬은 자기 집 근처에 있는 사과나무 아래에서 잠들어 있는 술람미를 깨워주었던 일을 상기시키고 있다. 아마도 이것은 솔로몬이 술람미를 처음 만났던 때를 회상하는 내용일 것이다. 첫 사랑이 잉태된 곳은 그들의 사랑이 신실하게 지속되는 한 언제나 친근하게 기억되는 곳이다. 신앙적으로도 영적인 고향이 있다. 그리스도와 만났던 장소, 그곳이 항상 우리들의 신앙을 새롭게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사도 바울에게 있어서 영적 고향은 다메섹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 길에서 그는 그리스도를 만나 복음의 사도가 되었다. 사도행전에는 세 번이나 다메섹 도상에서 그리스도를 만난 사건이 반복하여 소개되고 있다. 이것은 그 만큼 그리스도를 만난 사건과 그 장소가 바울에게 소중하였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3. 8:6-7은 술람미가 결론적으로 고백하는 사랑의 본질과 위력에 관한 것이다. 이 내용은 아가서 전체의 요약이자 절정이다.

(1) 솔로몬을 향한 술람미의 요구(8:6a): "너는 나를 인 같이 마음에 품고 도장 같이 팔에 두라" 술람미는 솔로몬이 자신이 최대의 보물이 되기를 소원하고 있다. 구약시대 인장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귀중한 소유물에 대한 소유권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솔로몬의 인장과 같이 마음에 품고 팔에 두어달라는 요청은 곧 솔로몬의 생각(마음)과 행동(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유물이 되기를 바란다는 요구이다.  

(2) 사랑의 위력 (8:6b-7a): 사랑은 죽음같이 우주적이고 저항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랑은 배타적이고 소유욕이 강하다. 마치 무덤이 모든 것을 쓸어가듯이 사랑하는 이의 질투는 대적할 상대가 없다. 그래서 사랑의 투기는 무덤 같다고 하였다. 질투는 임의 사랑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을 절대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사랑은 타오르는 불처럼 격정적이다. 사랑은 많은 물과 강처럼 정복할 수 없고 끈질기다.

(3) 사랑은 값을 매길 수 없다(8:7b). 그러므로 사랑은 온 가산을 다 주고도 살 수 없다. 오히려 돈으로 사랑을 사려는 어떤 행위도 비난을 받게 된다. 사랑을 돈으로 살 수 없다고 한다면, 사랑은 어떻게 얻어지는 것인가? 사랑은 주어지는 것이다. 사랑은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지는 선물이다. 술람미 여인에게 솔로몬의 사랑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어진 은혜요 축복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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