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직업을 서원해도 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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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 목사의 신앙문답]

본지는 [박진호 목사의 신앙문답]을 매주 1회 연재합니다. 미국 남침례교단 목사인 그는 멤피스커비우즈한인교회를 담임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의 글은 박 목사가 운영하는 웹페이지(www.whyjesusonly.com)에 그가 직접 쓴 것으로, 본지는 박 목사의 허락을 받아 이를 게재합니다. 아울러 필자의 요청에 따라, 글이 그의 웹페이지에 게시된 날짜를 맨 아래 밝혀둡니다.

▲ⓒPixabay

▲ⓒPixabay

[질문]

제가 아는 분은 헌금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서원했습니다. 그 분은 군대에서 무사히 전역할 수 있도록 돌보아 주시면 교도관이 되어 교도소에서 전도하는 일을 하겠다고 서원하셨습니다. 저는 그 분과 친하지는 않았는데 군에서 그 분을 만나고 저와 비슷한 비전을 가지고 있던 탓에 그분과 가까워졌고, 그분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자신이 무사히 전역했으니 하나님께 약속드린 서원을 지켜야 한다면서 교정직 시험을 응시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 년 째 1차 시험에서 낙방만 하고 계신 상태입니다. 저는 그 분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머리가 나쁜 분인지라 절대 붙지 못할 것임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년을 낙방하고 있으니 그 서원은 지킬 수 있는 상태가 아님을 인정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지만 죽을 때까지 최소한 노력은 해 보아야 한다면서 하나님께서 자신이 포기하는 것을 서원을 이해하지 않는 불순종이라고 생각하실 것이 두렵다면서 끝까지 교정직 시험에 응시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 이 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닌지라 답답한 마음입니다.

서원에 대하여 지킬 수 없을 때는 그것에 대하여 어느 정도까지 노력을 했을 때 그것을 지키지 못했음이 죄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까요?

[답변]

미숙한 서원

자발적으로 행한 서원은 원칙적으로 최선을 다해 지켜야 합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나 신앙적 죄의 문제를 떠나서 자신에게 충실하여 자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앞선 질문에서 이미 살펴 본대로 서원을 도무지 지킬 수 없다고 해서 죄가 아니며 또 하나님의 벌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서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신자는 모두 어쩔 수 없이 못 지키는 경우입니다. 지금 이분도 나름대로 자기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지 않습니까?

만약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잘못된 서원을 아무 생각 없이 남발했거나 이루려는 노력도 등한히 했다는 뜻입니다. 그런 자야말로 하나님께 징계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엄격히 따지면 그렇게 된 경박하거나 미숙한 신앙 자체가 근본 문제이지 서원을 위반한 것은 부차적 간접적 결과적 잘못입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은 신자가 어쩔 수 없이 서원을 못 지키게 된 것을 죄로 여겨 벌을 주실 그런 무자비한 분이 아닙니다. 나아가 예수님은 오히려 어떤 맹세라도 하지 말라고까지 명했습니다. 장래 일을 인간이 절대로 통제는 물론 예측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인용하신 경우는 미숙한 믿음에서 기인된 잘못된 서원입니다. 우선 특정 직업을 선택하고 오직 그 직업을 통해서만 하나님의 일을 행하겠다고 서원했다는 자체가 하나님의 신자를 향한 뜻을 그분이 아직 잘 모르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하나님이 신자에게 가장 원하는 것은 당신의 자녀답게 변하고 자라나가는 것입니다. 가치관이 신본주의로 완전히 새롭게 바뀌고 성품은 그리스도를 닮아가며 세속적 방식이 아닌 하나님의 뜻과 방식대로 살아가는 "구별된 존재(being)" 즉, 성도(聖徒, saint)가 되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무슨 일(doing)"- 직업(職業, vocation)을 행할 것인지는 신자 본인의 자의적 선택에 따라 하나님이 합력하여 선으로 인도하실 뿐입니다. 신자는 어떤 직업을 택해도 되는 자유를 이미 받았습니다.

소명과 직업

많은 신자들이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소명과 평생의 직업의 관계에 대해서도 제대로 정리가 안 되어 있습니다. 특정한 직업을 택하는 것을 소명이라고 오해합니다. 직업은 소명을 이루는 수단일 뿐입니다. 거기다 목회자를 포함한 모든 신자에게 공통된 소명을 예수님이 이미 다 주셨습니다. 바로 당신께서 승천하기 직전에 제자들에게 명한 지상대명입니다.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찌어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28:18-20)

그분은 신자가 가는 땅 끝까지, 세상 끝 날까지 함께 하십니다. 말하자면 신자가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조폭이나 사기꾼 같이 악하지 않고 정상적인 직업인 이상, 주님이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갖고 보호 인도해주신다는 것입니다. 신자는 현재 직업과 여건 안에서 다른 이들을 제자로 삼아 복음을 전하고 주님을 영접하여 세례 받게 하고 주님의 뜻을 가르쳐 실천하게 만들면 됩니다.

그러려면 단순히 말로 복음 전하는 전도만으론 부족합니다. 다른 이를 내 몸처럼 사랑하고 사회의 소금과 빛이 되어서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참되고도 실제적인 유익과 번영을 위해 기여해야 합니다. 정말로 그리스도의 빛이 자신의 존재와 삶과 인생을 통해 다른 이에게 비춰져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한 알의 썩는 밀알이 기꺼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는 중에 기회가 되는 대로 십자가 구원의 진리를 말로 풀어서 설명하고 가르쳐야 합니다.

전임 사역자는 상기의 소명 자체를 직업으로 삼는 자입니다. 목사, 선교사, 찬양사역자, 기도원, 신학자, 기독상담가, 기독교기관 종사자 등등입니다. 오직 복음전파에만 모든 시간과 노력을 경주하는 직업입니다. 직업이기에 마땅히 그 일로 생계까지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럴 형편이 안 되면 개별적 헌금과 후원을 받든지 당분간 이중 직업을 가져야 합니다.

직업을 택함에 이 전임사역자의 경우만은 자발적 서원이 필수적 전제조건이 됩니다. 분명히 구별되는 확정적이고 공식적인 서원은 하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그런 열망과 헌신은 있어야 합니다. 그 위에 반드시 하나님의 인격적인 부르심(calling)이 있어야 합니다. 개인적인 대면을 통해 하나님이 나를 당신의 종으로 부르시고 특정한 사역을 맡기셨다는 체험적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질문에서 예를 든 분은 전임 사역자로 서원하지 않았습니다. 일반 신자로써 소명은 이미 주님께로부터 받았습니다. 어떤 직업을 통해 그 소명을 실천할지 여부만 결정해야합니다. 그리고 직업은 일시적 감정이나 직관에 흔들려 서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자신에게 이미 주신 재능과 은사를 잘 분별하여 그에 적합한 직업을 스스로 선택하면 됩니다.

하나님이 이미 주신 재능과 은사

하나님이 주신 자신의 은사와 재능을 판별하는 법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자신이 남들보다 잘 하는 일을 찾으면 됩니다. 열렬히 하고 싶고, 하면 할수록 신이 나며, 무엇보다 평균 이상의 실적을 쌓을 수 있어야만 합니다. 평생을 바쳐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자기 소망과 열정만으로 선택해선 안 됩니다. 음치인데다 아무 개성과 끼도 없으면서 마냥 가수가 되고 싶다고 고집하면 누구라도 도시락 싸들고 말리지 않겠습니까? 한마디로 자기 실력이 뛰어난 것이, 최소한 조금만 연습 훈련하면 금방 남들보다 뛰어날 자신과 끈기가 생기는 분야가 재능입니다.

은사는 교회 안에서 성도와 교회의 덕을 세우는데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측면입니다. 예컨대 어려운 자를 위한 눈물의 기도가 저절로 나오면 중보기도팀에 합류하고, 남들 앞에 나서기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낯선 자와 말하기를 좋아하면 전도부를 맡는다든지 하는 것입니다. 성령의 외적으로 드러나는 은사는 이런 일을 잘하도록 각자에 맞게 성령이 나눠주시는 것입니다.

모든 신자는 이미 하나님께 받은 자기만의 재능과 은사를 갖고 있습니다. 본인이 조금만 자신을 점검하면 쉽게 알 수 있고 조금 모호해도 가까운 사람들에게 객관적인 자문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질문하신 경우는 본인의 재능과 은사도 따지지 않고 직업을 일시적 감동과 생각에 따라 정하고는 무작정 서원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선택과 결심인데도, 그것도 일시적으로 종교적 감정이 흥분된 상태에서 행한, 서원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셈입니다.

민수기에 여성의 서원을 아버지와 남편이 무효화 시킬 수 있다고 규정했듯이 미숙한 신앙에 따른 잘못된 서원인지라 스스로 취소하면 됩니다. 아니 당장 취소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도 그분의 재능과 은사를 객관적으로 논리적으로 잘 설명해주든지 최소한 본인더러 스스로 점검해서 진지하게 재고해보라고 충고해주어야 합니다.

요컨대 재능과 은사와 무관하게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하나님이 결코 바라는 일이 아닙니다. 재능과 은사를 주신 이유가 바로 그것에 적합한 일을 하라는 뜻이지 않습니까? 다시 강조하지만 모든 신자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던 그분의 자녀답게 서있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땅 끝까지 모든 족속에게 가라

그분이 교도소 사역을 소망하는 것까지는 좋습니다. 그렇다고 꼭 교도관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 정말로 죄수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다른 직업을 갖고서 교도소사역 전문기관과 연결해서 동참하면 됩니다. 또 교도소 사역을 위해선 정말로 그에 걸 맞는 담대하고도 특별한 재능과 은사가 요구될 터인데 그런 측면에서도 자신을 냉정하게 다시 점검해 보셔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이 신자에게 특정 직업군에게만 복음을 전하라고 명한 적이 없습니다. 누구나 특정 직업을 가져야 하고 또 필연적 결과적으로 그에 연관된 사람들 중심으로 전도하게 될 뿐입니다. 주님은 모든 신자더러 유대와 사마리아를 넘어 땅 끝까지 모든 족속을 찾아가라고 했습니다. 인종, 문화, 종교, 민족, 나라, 지역, 어떤 사회적 계층도 구분하지 말고 만나는 사람마다 때를 얻든 못 얻든 복음을 전하라는 뜻입니다. 바울이 유대인에게 유대인처럼, 헬라인에게 헬라인처럼 대응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죄송한 말이지만 하나님이 언제 불러갈지 모르는데 계속해서 교도관 될 준비만 하면서 시간만 보내면 제대로 주님 일도 못해보고 천국 갈지도 모릅니다. 또 하나님으로부터 인생을 허비했다는 꾸지람을 듣는 부끄러운 구원이 될 것입니다. 혹시라도 서원을 어기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묶여 있다면 너무나 십자가 복음을, 성경을, 성삼위 하나님을 모르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복음을 온전히 모르면서 복음을 전하다면 그 사역도 잘못입니다.

물론 특정 직업을 하고 싶다고 서원할 수는 있습니다. 자발적이어야 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재능과 은사를 맘껏 활용할 수 있는 직업 종류여야 합니다. 그러나 다시 강조하지만 무슨 직업을 가졌든 그 직업을 통해 주님의 지상대명을 실현하면 되는 것이지 직업의 종류가 소명이나 서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에게 참된 효도란?

제가 개인적으로 상담한 두 경우를 들어보겠습니다. 신학교의 한 동급생은 한국의 대기업에서 장래가 보장된 직업을 그만두고 전임사역자가 되고 싶어 진로를 바꾸고 미국으로 유학 왔습니다. 그런데 공부하는 과정 중에 목사 직분이 자신과 아무래도 맞지 않고 제대로 해낼 자신이 없다고 실토를 하며 가장 연장자인 나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습니다. 그럼 당장 그만 두고 세속의 직업으로 돌아가라고 했고 실제로 그대로 행했습니다. 그 이유는 상기에 설명한 대로입니다. 재능과 은사에 맞지 않는 자라면 목사가 되겠다고 서원하여 신학교에 왔더라도 그만 두는 것이 본인과 하나님을 위해서 좋은 길입니다. 하나님은 일군이 부족해서 서원하는 자가 많아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신자 본인이 영적으로 충만해지고 신자다워지는 것을 그 본인보다 더 열렬히 또 가장 원하십니다.

둘째는 미국유학 와서 박사 과정을 거의 다 마쳐가는 중에 목회자가 될 소명을 받은 것 같다고 자문을 요청했습니다. 박사논문이 아주 우수해서 한국 유수대학의 교수직이 보장되어 있는데도 말입니다. 저는 일단 신학교에 가보라, 가서 안 맞으면 다시 교수하라고 권했습니다. 저는 기도해서 다른 이의 진로까지 응답받을 정도로 신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 결정적인 이유로는 목회자가 되고 싶은데 시도도 해보지도 않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신학을 해보고 더 확실한 부르심과 헌신이 생기면 그 때 확정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반대로 공부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 그만두라고 권했습니다.

▲박진호 목사

▲박진호 목사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해보십시오. 아들이 장래 어떤 직업을 택해 돈을 잘 벌어서 효도 잘하겠다고 부모에게 약속했는데 그렇게 되지 못했다고 부모가 야단치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지금 질문하신 상황은 자식이 약속대로 못했는데 부모가 야단치고 미워할 것이라고 지레 확신하고서 현실적으로 도무지 불가능한 일을 붙들고 허송세월하면서 부모는 전혀 찾아뵙지 않는 꼴입니다. 부모는 당장에 무슨 일이든 제 밥벌이라도 하길, 신자가 신자다워지기만, 정작 원하는데도 그러지 않고 있으니 부모가 얼마나 속이 더 타겠습니까?

하나님은 서원을 지키지 못한 신자를 안타까이 여기지 벌부터 주지 않습니다. 서원에 묶여 제대로 다른 일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벌을 줄 것입니다. 아니 그렇게 묶여 있는 것 자체가 스스로 자초한 벌입니다. 또 아무리 노력해도 계속해서 불가능한 일이라면 이미 하나님의 뜻이 아닐 뿐 아니라 지금 하나님은 새로운 여건으로 인도하고 계신데도 본인이 이전 서원에 묶여 그 새로운 인도와 간섭을 전혀 눈치도 못 채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분이 지금 주위의 선한 의도의 객관적 합리적 충고에 귀를 닫고 있는 것이 그 단적 예입니다.

신자가 복음 전파를 위해서 평생을 바치겠다는 서원을 할 정도의 믿음이 있다면 하나님을 깊이 사랑하고 보통 이상의 헌신이 되어 있습니다. 못 지킬 서원이란 단순히 잘못 판단했거나, 일시적 감정에 흔들렸거나, 종교적 소원을 미숙하게 확대해석한 것뿐입니다. 주님이 이미 모든 신자에게 공통적으로 주신 소명을 내가 현재 하고 있고 가장 잘하고 있는 일을 통해 이름 없이 가장 적은 자들에게 가장 적은 일을 통해 묵묵히 실현하면 됩니다. 그 이상을 넘어서면 주님 말씀대로 악한 일이 됩니다. 신자는 주님이 지금 맡긴 일과 여건에 '예' 또는 '아니오.'로만 반응하면 됩니다.

201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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