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운의 경제와 기독교: 소유] 손해배상(損害賠償)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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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부(富)나 재산은 '소유' 못지않게 '소유권'도 중요하다. 소유권이란 재산상의 피해를 당할 때 이를 배상받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하기도 한다. 기독교는 출발부터 십계명을 중심으로 소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듯이, 재산상의 피해를 당할 때 배상받을 수 있는 소유권도 강조했다. 출애굽기 21∼22장은 소유자의 책임과 배상에 관한 법 등을 소상하게 보여준다. 그 내용의 일부를 옮긴다.

"소가 남종이나 여종을 받아 죽게 하였으면 소 임자는 그 종의 주인에게 은 삼십 세겔을 주고, 그 소는 돌로 쳐서 죽여야 한다."(출21:32)

"어떤 사람이 구덩이를 열어 놓거나 구덩이를 파고 그것을 덮지 않아서 소나 나귀가 거기에 빠졌을 경우에는 그 구덩이의 임자는 짐승의 임자에게 그것을 돈으로 배상하여야 한다. 그러나 죽은 짐승은 구덩이 임자의 것이 된다."(출21:33-34)

"어떤 사람의 소가 이웃의 소를 받아서 죽게 하였을 경우에는 살아 있는 소는 팔아서 그 돈을 나누어 가지고, 죽은 소는 고기를 나누어 가진다. 그 소에게 받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임자가 단속하지 않았으면, 그는 반드시 살아 있는 소로 배상하고, 자기는 죽은 소를 가져야 한다.(출21:35-36)"

"어떤 사람이 소나 양을 도둑질하여 그것을 잡거나 팔면 그는 소 한 마리에는 소 다섯 마리로, 양 한 마리에는 양 네 마리로 갚아야 한다."(출22:1)

"밤에 도둑이 몰래 들어온 것을 알고서 그를 때려서 죽였을 경우에는 죽인 사람에게 살인죄가 없다. 그러나 해가 뜬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기면 그에게 살인죄가 있다. (훔친 것은 반드시 물어내야 한다. 그가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으면 자기 몸을 종으로 팔아서라도 훔친 것은 물어내야 한다.)"(출22:2-3)

"부러뜨린 것은 부러뜨린 것으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아라. 상처를 입힌 사람은 자기도 그만큼 상처를 받아야 한다."(레24:20)

이처럼 성경은 마치 현대판 판례(判例)처럼 낱낱이 사례를 들어가면서 재산상의 피해를 당할 때 어떻게 배상이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밝혀준다.

그런데 국가가 생기기 이전에는 '법' 대신 '관습'이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규제했다. 성경에 명시된 '관습'은 역사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예를 들면, "훔친 것은 반드시 물어내야 한다"라는 '손해배상'에 관한 성경 말씀은 관습법의 기초가 된 것이다. 관습은 국가가 생기면서 법체계로 정비되었는데, 성경에 명시된 '관습'이 '관습법'이 된 것이다.

법체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영국 중심의 영미법(英美法, Anglo-American law)으로, 이는 관습법(慣習法), 보통법(普通法, common law) 불문법(不文法)으로도 불린다. 또 하나는 독일 중심의 대륙법(大陸法)으로, 이는 '성문법'(成文法)으로도 불린다. 영미법은 성경에 명시된 관습이 모체(母體)가 된 것으로, 영국에서 발생해 영어를 쓰는 나라와 영국 식민지 국가로 퍼져 나간 법체계다. 영미법은 판례가 구속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대륙법 체계와 구별된다.

하이에크는 관습이 바탕이 되어 발전된 계약법, 상법, 민법, 기업법 등 불문법 또는 사법(私法)이 좋은 법이라고 밝혔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공정성과 형평성에 근거한 관습법이 바탕이 된 영국 헌법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며, 자유, 번영, 그리고 사실상 모든 좋은 것은 법의 지배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이처럼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수많은 법은 후에 관습법의 모체가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기독교는 법치를 강조했기 때문에 세계종교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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