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불합치’ 이후… “낙태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로”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낙태죄 헌재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 정책토론회 열려

▲‘낙태죄 헌재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를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 현장. ⓒ김신의 기자

▲‘낙태죄 헌재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를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 현장. ⓒ김신의 기자

성산생명윤리연구소·(사)한국가족보건협회 주관, 박인숙 국회의원 주최의 ‘낙태죄 헌재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 정책토론회가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본격 발제에 앞서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은 “의학계, 법조계, 여성계 발제와 각 계의 토론자의 의견을 수렴해 생명을 죽이면서 행복을 찾기보다 생명을 살리면서 행복을 찾아가는 모든 방법을 찾으려 한다”고 인사했다.

이어 김지연 (사)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가 “상당수의 장년층이 낙태를 경험했고, 낙태에 동의하거나종용한 적이 있어 낙태가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 있지만, 반성과 회개를 하고 돌이켜 차세대를 태중부터 잘 지켜내고 사랑하는 교육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우리는 무결점, 무균질의 온전한 사람이 아니라 실수투성이에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약한 존재임을 알고, 인생의 중요한 가이드라인 중 중요한 위치의 ‘법’이 생명 존중과 사랑의 법이 되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낙태 당하는 아이의 영상을 시청하고 흐르는 눈물을 닦는 김지연 (사)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 ⓒ김신의 기자

▲낙태 당하는 아이의 영상을 시청하고 흐르는 눈물을 닦는 김지연 (사)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 ⓒ김신의 기자

박인숙 의원(자유한국당 송파 갑)은 “이명진 소장님과 의료 윤리,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다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헌재 결정에 따라 관련 법, 제도를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지, 그 안에서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소중한 가치를 어떻게 지켜나갈지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논의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배정순 교수(프로라이프 여성회 대표, 한국청소년상담학회 국가정책개발위원장, 경북대 외래교수)는 “낙태 허용 또한 예의주시 해야하는 문제이지만, 헌재의 판결은 윤리와 상식마저 흔드는 것으로 우리의 인식 변화가 더 큰 문제”라며 “낙태를 했다 하더라도 미안함과 죄책감,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것임을 부정하지 않아왔는데, 기업조차 윤리가 존재하는 이 시대에 낙태를 대놓고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낙태찬성론자들은 태아가 여성의 몸과 독립된 생명체라는 과학적 사실을 수용하면 태아 생명에 대한 선택권을 가질 수 없게 되니, 태아를 여성의 세포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생각의 기저에는 더 무서운 인식이 존재하고 있다”며 “개인의 ‘선택’에 어떠한 강제적 제한을 거부한다는 말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것처럼 보이나 ‘생명’이 나의 ‘선택’에 반영된다는 것은 매우 파괴적이면서 폭력적일 수밖에 없다. 개인에게 마음대로 무한 자유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따라서 “낙태죄 개정안의 방향 못지 않게 낙태 일부 합법화가 가져올 윤리나 도덕적 가치판단의 변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연구에 따르면 낙태 시술의 98%가 사회경제적 사유인데, 헌재의 헌법불합치 판결 후 4일만에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사실상 모든 낙태를 허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낙태에 대한 사실적인 이해가 동반되어야 한다”며 “낙태는 여성의 몸과 마음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외상으로, 여성에게 낙태를 강요하거나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모는 것은 오히려 범죄적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낙태 허용 주수의 결정, 낙태 허용 사유의 제한, 사회경제적 사유의 낙태시술의 급여화 허용여부, 합법적 낙태시술의 급여적용 관리, 낙태를 위한 상담절차를 위한 기관 운영, 낙태상담을 위한 기간의 고려, 낙태시술전문소 설치, 의사의 낙태시술 거부권보장, 낙태 이후의 여성건강관리 등 다각적인 부분에서 전문적인 관점이 수렴되어야 할 것”이라며 “주요선진국의 낙태법 개정 시기가 1970년대에서 80년대, 혹은 90년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늘날 한국의 낙태법 개정안은 구시대의 기준을 가져오기보다 새로운 관점과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배정순 교수, 홍순철 교수, 신동일 교수, 이상원 교수, 김지연 대표, 차희제 원장, 고영일 변호사, 백상현 기자, 주요셉 목사. ⓒ김신의 기자

▲(왼쪽부터) 배정순 교수, 홍순철 교수, 신동일 교수, 이상원 교수, 김지연 대표, 차희제 원장, 고영일 변호사, 백상현 기자, 주요셉 목사. ⓒ김신의 기자

홍순철 교수(고대의대 산부인과 의사,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총무)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받는 합리적인 사회로 넘어가는 시험대에 있는데 이것이 낙태의 증가로 이어지면 우리 사회의 실험은 실패한 것”이라며 “사회는 사라져가는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낙태 사유에 태아와 기형은 포함 되어선 안된다”며 “과거에는 입술 갈림증, 손가락 기형, 심장 기형 등 선천성 이상이 낙태사유였지만, 현재 의학기술의 발달로 대부분 태아 기형이 치료 가능하게 되었고, 다양한 사회 복지 제도로 장애인도 함께 사는 사회가 구현되고 있다. 비록 무뇌아라 할지라도 아이와 산모의 육체, 정신적 건강을 고려해 분만 후 정상적 사회 관계를 통한 이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낙태의 허용 기간’에 대해서는 “임신 10주 이내로 제한되어야 한다”며 “의학적으로 임신 4주 3일 이전을 착상전기, 임신 4주 3일을 기관형성기, 임신 10주 이후를 태아기로 분류하고 있고, 또 여성의 건강 측면에서 골반염, 자궁내막염, 난임, 자궁 외 임신, 다음 임신에서의 전치 태반, 태반 유착, 고위험 임신 증가 등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그마나 여성의 건강에 덜 부담되는 임신 8~10주 이전에 낙태 수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또한 “분만을 담당하는 많은 산부인과 의사는 임신 18주, 20주, 29주 임산부의 태아 생존 가능 주수까지 임신을 최대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생명을 살리는 것을 본업으로 하는 의사에게 정체성을 혼란을 줘서는 안된다”며 ‘낙태 시술 기관 지정’을 강조했다.

이밖에 낙태 시술 전에 숙려 기간과 상담 제도, 낙태를 원하는 여성의 상담 의무화, 시술 기관과 별도의 제3기관에서의 상담, 임신 유지에 대한 보상 등을 통한 임신, 출산을 장려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신동일 교수(국립한경대학교 법학과)는 “헌재의 결정은 ‘사회적 갈등을 조절하는 시스템’의 근대법 개념이 아닌 ‘인간의 행위를 법이 판단하고 조정할 수 있다’고 믿은 고전법적 결정을 한 오만한 판단으로, 사회적 주요 갈등을 해결하기는 커녕 갈등의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하면서 “법학은 한 지점의 문제만 보아선 안되고, 연관되는 문제를 충분히 보아야 한다”며 “낙태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사실 자발적 성매매, 마약 등 많은 사회 문제와 연결된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학은 과학”이라며 “사실 낙태가 범죄화 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태아를 사람으로 인지하지 못하다가 1821년, 심장 박동이 인지되면서 태아를 사람으로 인식했고, 미국의 거의 모든 주가 낙태를 금지시켰다. 낙태가 범죄가 된 것은 과학적 판단이었다. 현재 사망을 심장이 멈추는 시점으로 보기 때문에, 생명의 시작 또한 심장이 뛸 때부터 보아야 한다. 6주 이후의 생명에 개입하는 것은 범죄”라고 했다.

차희제 원장(프로라이프 의사회 대표)은 “생명은 수정의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지만, 낙태찬성론자들과 대화를 해서 내년 말까지 입법을 해야하기 때문에 단계적 접근을 해야한다”며 “소위 급진 여성주의자, 낙태찬성론자들은 ‘낙태’가 여성을 행복하게 만들것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강요 당해서 낙태를 하는 경우나 스스로 원해서 낙태를 하는 경우나 낙태 후 증후군이 똑같이 나타난다”고 했다.

또 “낙태찬성론자들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14주를 말하는데, 이것 또한 아무 근거 없는 거짓말”이라며 “유산과 낙태의 수술방법은 똑같지만, 너무 다르다. 임신 9주 수술을 처음 했을 때 5~10분이면 수술이 끝날 거라 생각했다. 20~30분이 되도록 아무리 잡아내고 뜯어내도 아이가 나오지 않는다. 특히 12주를 기점으로 합병증, 후유증이 너무 달라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판단 기준으로 태아의 생존 가능성을 이야기했는데, 임진 22주 생존률이 1990년도에는 10~20%, 그 후 일본 보고에는 40%로 올랐다. 일부러 아이를 빼내서 아이의 생존가능성을 따진다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2019년도에는 의학이 더욱 발달해 22주는 낙태가 아닌 조산의 개념”이라고 했다.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이 성산생명윤리연구소와 한국가족보견협회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이 성산생명윤리연구소와 한국가족보견협회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끝으로 성산생명윤리연구소와 한국가족보건협회는 자리에 함께한 참석자들과 “어떤 생명도 보호받아야만 하며 모든 낙태는 반대한다”면서 △낙태를 하지 않도록 성윤리가 바탕이 된 성교육을 실시할 것 △낙태를 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할 것(비밀출산제 도입, 별도의 학습시설, 직업교육, 생계지원 등 미혼모 지원, 출산과 육아를 위한 직접 지원비 책정, 낙태 시술 전 상담 및 숙려기간 지정) △남성 책임법 제정(Hit&Run 방지법)할 것 △안전한 낙태시술을 위한 별도의 전문시술의료기관 지정 △낙태시술에 대한 국가 관리와 생명존중 캠페인을 실시할 것 △낙태 허용 사유 중 사회경제적 사유를 제외할 것 △낙태 기준을 벗어난 낙태에 대한 강력한 형사처벌 기준 마련과 법을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좌장을 맡은 이상원 교수(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는 “미국에서는 임신주수 전체에서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법안에 대한 제안이 나오지 않는 것은 유감”이라며 “성경적으로는 생명의 시작이 수정의 순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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