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교수의 아가서 강해(18)] 8장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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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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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에필로그(끝맺음): 사랑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8:8-14)

아가서 8장의 마지막 내용인 세 번째 부분은 술람미 여인에게 그렇게 소중한 사랑이 어떻게 주어졌는가를 설명하는 에필로그(끝맺음)이다. 그 내용은 다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1. 술람미가 어렸을 적에 오라버니로부터 보호를 받았다(8:8-10).
2. 솔로몬과 처음 만났을 때의 상황을 회상한다(8:11-12).
3. 사랑은 결코 퇴색되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강렬하게 유지된다(8:13-14).

1. 술람미가 어렸을 때의 회상(8:8-9)

화자는 술람미의 오라버니들이다. 화두는 누이동생인 술람미가 청혼받는 날에 오라버니로서 자신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이다(8절). 고대시대 근동지역에서는 누이동생의 결혼에 오라버니들이 개입하는 것이 잘 알려진 사회관습이었다. 그런 예는 성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라 반 이 리브가의 결혼문제에 깊이 관여한 점이나 야곱의 아들들이 누이동생 디나의 결혼문제에 개입한 것이 대표적이다(창 24:29-60; 34:6-17).

본문에서 오라버니들은 술람미가 유방이 없는 작은 누이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여기에서 유방이 없다는 것은 성적으로 미성숙하여 아직은 결혼적령기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작은 누이에게 결혼문제가 생길 때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들이 내놓은 방책은 성벽에 은 망대를 세우고 문에 백향목 판자를 두르겠다는 것이다(9절).

여기에서 술람미는 성벽과 문에 비유되고 있다. 성벽은 도시를 외적으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이라고 한다면, 문은 성안으로의 통행을 의미한다. 전자가 방어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면, 후자는 수용을 의미한다. 술람미는 인격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견고성을 지니고 있었다. 오라버니들은 그런 그녀의 성벽에 은 망대를 세워주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견고한 인격과 도덕성 위에 고귀함을 더해주겠다는 의미이다. 더구나 망대는 은으로 되어 있어서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기도 하다. 술람미에게는 견고한 성벽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출입을 가능하게 하는 문이 있다. 견고함 속에 담긴 부드러움이다. 그런 유연함이 혹시라도 나약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오라버니들은 그 문에 백향목 판자를 둘러주겠다는 것이다. 당시 백향목은 가장 강하면서 가장 비싼 재목이었다. 그렇듯 술람미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견고함을 지니고 있으면서 또한 부드러운 수용성을 지니고 있었다.

오라버니들의 자상한 배려에 대하여 술람미는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상태를 고백하면서 배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다(10절). 그 내용은 "나는 성벽이요 내 유방은 망대 같다"이다. 오라버니들은 술람미가 유방이 없는 작은 누이라고 생각하였지만, 자신은 오히려 성벽같은 당당함과 망대 같은 유방의 성숙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곧 결혼하기에 적합도록 성숙한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런 자신의 모습은 "그가 보기에 화평을 얻은 자같다"고 고백한다. 곧 신랑인 솔로몬의 마음을 그가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2. 솔로몬을 처음 만났을 때의 회상(8:11-12)

솔로몬이 술람미를 만났던 곳은 포도원이었다(1:6; 2:15). 아가서는 마지막 부분에서 그때의 상황을 회상하고 있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솔로몬은 바알하몬에 포도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포도원을 지키는 자 곧 소작인들에게 맡겨두었다. 포도원을 지키는 소작인들은 주인인 솔로몬에게 은 천을 바쳤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소득으로 이백을 얻었다. '다수의 주인'이라는 뜻의 '바알하몬'이 어디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술람미의 고향인 수넴 근처 어느 곳일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솔로몬의 포도원을 지키는 자들은 다름 아닌 술람미의 오라버니들일 수도 있다.

본문에서 강조하는 점은 술람미 개인에게 속한 포도원이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포도원은 솔롬몬이나 솔로몬의 포도원을 지키는 자들의 범위를 벗어나 있다. 곧 그들이 지켜줄 필요가 없는 포도원이다. 이것은 술람미의 인격이나 재능이나 미모가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사랑 안에서 사랑하는 자와 하나가 되었지만, 그런 사랑 안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자신만의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그곳은 "잠근 동산이요 덮은 우물이요 봉한 샘"(아 4:12)이며, 그녀만이 그곳을 돌보며 가꾸는 주체이다.

3. 결코 퇴색되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력하게 유지되는 사랑(8:13-14)

앞부분에서 강조되었던 포도원은 이제 동산으로 자리를 내주었다. 그러면서 술람미는 '동산에 거주하는 자'로 명명된다. 동산은 다양한 종류의 과수들이 자라는 과수원이면서 노루와 어린 사슴들이 뛰노는 풀밭 언덕이기도 하다. 술람미가 그런 동산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살뿐 아니라 그런 자연의 한 부분으로 참여하고 있다.

솔로몬은 그의 동료들도 술람미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있다고 말한다. 곧 자신의 동료들마저도 술람미의 목소리에 매료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그만큼 술람미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열망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소리'로 번역된 히브리어 '콜'은 '목소리'로서 그 속에 담긴 의미가 아니라 소리 그 자체를 의미한다. 무슨 소리라도 그것은 술람미의 존재 자체이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사랑의 고백이다.

아가서의 마지막 절은 솔로몬의 사랑 고백에 대한 술람미의 응답이다. 술람미는 솔로몬을 '내 사랑하는 자'라고 지칭하면서 그녀에게 빨리 달려오라고 요청한다. 그 모습은 향기로운 산 위 풀밭을 달리는 노루나 어린 사슴과도 같다. 그것은 나이가 든 뒤에도 여전히 사랑의 열정이 시들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긴장감은 사라지고 사랑의 즐거움을 맘껏 즐기는 두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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