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운의 경제와 기독교: 소유] 상속(相續)을 강조한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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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기독교는 출발부터 소유를 강조한 종교다. 소유를 강조한 기독교는 당연히 상속도 강조했다. 소유를 허용하지 않은 사회주의는 상속할 자산이 없기 때문에 상속세가 없다. 기독교가 상속을 얼마나 강조했는가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우리말 성경에 등장하는 '기업'이라는 용어부터 언급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히브리어 지식이 전혀 없기 때문에 우리말 성경과 영어 성경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영어성경 NIV는 '기업'을 'property, possession, family land, inheritance, field' 등으로 표현한다. 우리말 성경은 '기업'을 '소유, 땅, 밭, 유산, 상속, 하나님의 백성' 등으로 표현한다. 여기서는 '기업'을 주로 '상속'이란 용어로 사용한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이 99세 때 '존귀한 아버지' 뜻을 가진 '아브람'을 '많은 사람의 아버지' 뜻을 가진 '아브라함'으로 바꿔주신 후에 가나안 땅 소유와 상속을 약속하셨다.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다. .... 나와 너 사이에 내가 몸소 언약을 세워서 너를 크게 번성하게 하겠다. .... 내가 너와 세우는 언약은 나와 너 사이에 맺는 것일 뿐 아니라 너의 뒤에 오는 너의 자손과도 대대로 세우는 영원한 언약이다. .... 네가 지금 나그네로 사는 이 가나안 땅을, 너와 네 뒤에 오는 자손에게 영원한 소유로 모두 주고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될 것이다."(창17:1-8)

기독교는 상속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하나님이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또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렇게 일러두어라. '어떤 사람이 아들이 없이 죽으면, 그 유산을 딸에게 상속시켜라. 만일 딸이 없으면, 그 유산을 고인의 형제들에게 주어라. 그에게 형제마저도 없으면, 그 유산을 아버지의 형제들에게 상속시켜라. 아버지의 형제들마저도 없으면, 그 유산을 그의 가문에서 그와 가장 가까운 친족에게 주어서, 그가 그것을 물려받게 하여라."(민 27:8-11)

<룻기>의 이야기가 이를 입증한다. 사사(士師)시대(주: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을 점령한 후 왕국 설립 때까지의 기간)에 기근이 들었다. 나오미는 남편 엘리멜렉과 두 아들을 이끌고 모압 지방으로 가서 10년쯤 살았다. 남편과 두 아들이 모두 죽어 살길이 막막해지자 나오미는 며느리 룻과 함께 고향 베들레헴으로 돌아왔다. 룻은 이삭을 주우면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어느 날 나오미가 룻에게 말했다.

나오미: "우리의 친족 가운데 보아스라는 사람이 있지 아니하냐? 오늘 밤에 그가 타작마당에서 보리를 까부를 것이다. 너는 목욕을 하고, 향수를 바르고, 고운 옷으로 단장하고, 그가 잠자리에 들 때 그가 눕는 자리를 잘 보아 두었다가 다가가서 그의 발치를 들치고 누워라. 그러면 그가 너의 할 일을 일러줄 것이다."(룻3:2-4)

룻은 시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했다. 보아스가 발치께에 누워 있는 룻을 보았다.

보아스: "이봐요, 룻, 그대는 주께 복 받을 여인이오. 가난하든 부유하든 젊은 남자를 따라감직한데 그렇게 하지 않으니, ... 그대를 맡아야 할 사람으로 나보다 더 가까운 친족이 한 사람 있소. ... 그가 그대를 맡겠다면, 좋소.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하지 않겠다면, 그 때에는 내가 그대를 맡겠소. 아침까지 여기 누워 있으시오."(룻3:10-13)

보아스는 집안간으로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을 만나자 성읍 원로 열 사람을 초청해 자리를 마련했다.(룻4:1-10)

보아스: "모압 지방에서 돌아온 나오미가 친족 엘리멜렉이 가지고 있던 밭을 팔려고 내놓았소. 나는 당신이 그 밭을 사라고 말씀드리오. 당신이 집안간으로서 책임을 지겠다면, 그렇게 하시오. 그러나 책임을 지지 않겠다면 분명히 말하여 주시오. 당신이 책임이 있는 첫째 친척이오. 나는 그 다음이오."
친척: "내가 책임을 지겠소."
보아스: "그렇다면 나오미의 손에서 그 밭을 사는 날로 고인의 아내인 모압 여인 룻도 아내로 맞아들여야 하오. 그렇게 해야만 그가 물려받은 유산이 고인의 이름으로 남게 될 것이오."
친척: "잘못하다가는 내 재산만 축나겠소." 그는 집안간으로서의 책임을 포기했다.
보아스: "여러분은 오늘 이 일의 증인입니다. 나는 엘리멜렉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과 기룐과 말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나오미의 손에서 사겠습니다. 나는 말론의 아내인 모압 여인 룻도 아내로 맞아들여 그 유산이 고인의 이름으로 남아있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이 일의 증인입니다."

이렇게 해서 나오미의 남편 엘리멜렉과 아들 기룐과 말론의 유산은 그들의 가문에서 가장 가까운 친족이 물려받아 그들의 가문에 상속되었고, 그 친족은 "말론의 아내인 모압 여인 룻도 아내로 맞아들여서 그 유산이 고인의 이름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룻4:10)

(보아스가 룻을 아내로 맞이했다. 룻이 아기를 낳았다. 그 아기가 바로 이새의 아버지요, 다윗의 할아버지요, 예수의 31대 조상이다. 룻은 예수 계보에 등장하는 네 여자 가운데 하나다.)

기독교가 이처럼 '땅 무르는 것을 허용하면서까지' 상속 관련 소유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니 세계종교가 되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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