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역사적 ‘민주 시위’ 주도하는 기독교인들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복음성가가 공식 합창곡… 비폭력 시위 주도”

▲거리에 나선 시위대들의 모습.  ⓒVox 영상화면 캡쳐

▲거리에 나선 시위대들의 모습. ⓒVox 영상화면 캡쳐

지난 6월 9일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이른바 송환법 개정을 두고 발생한 대규모 항의 시위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독교인들이 민주적인 방법으로 시위를 주도하는 등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2월 대만에서 한 홍콩인 남성이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피한 사건이었다. 대만 당국이 홍콩 정부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자 홍콩 정부는 범죄 용의자의 신병 인도 절차를 간소화하고, 현재 맺고 있는 20개국 이외 다른 나라들로 범죄인 인도조약을 확대한다는 내용의 개정안 통과를 추진했다.

이에 따라 중국을 비롯한 마카오와 대만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으로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게 되면서, 중국이 이 법안을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 등을 송환하는데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결국 홍콩 시민들이 이 법안이 홍콩의 민주주의와 법치를 지배할 수 있다고 반발하며 거리로 나선 것이다.

첫 시위에 참여한 인원은 주최측 추산으로 103만 명에 달했으며, 이는 홍콩이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후 발생한 최대 규모였다.

2003년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던 ‘우산혁명’ 당시는 각각 최대 50만 명 정도였다.

이런 대규모 시위가 발발한 것에 대해, 영국 가디언지는 “홍콩은 권리와 자유의 도시인데 (중국으로부터) 이같은 정체성이 끊임없이 위협을 받게 되자 시위로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목할 것은 이 같은 홍콩 시위에서 기독교인들의 역할이 두드러지게 보도됐다는 점이다.

한창 시위가 진행 중이던 지난 6월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홍콩 시위대들이 복음성가인 ‘싱 할렐루야 투 더 로드’(Sing Hallelujah to the Lord)를 합창할 정도로 기독교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 기독교인들은 시위대에 음식과 쉼터를 제공하고, 시위대를 해산시키려는 경찰을 비난하고 있다. 시위에 참석한 홍콩인들이 종교의 유무를 떠나 송환법을 비판하는 교회와 신자들의 메시지와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NYT는 “이들은 모일 때마다 복음성가 ‘싱 할렐루야 투 더 로드’를 불렀고, 이 노래가 시위대에 영향을 주면서 공식 ‘합창곡’이 되었다. 이번 시위에 청년들의 참가도 두드려졌는데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정치의 회복과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기독교협의회 회장 등 21개 종단 지도자들은 지난달 송환법안의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정부가 오로지 법 개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면서 “시민들을 상대로 한 경찰의 무력 진압과 충돌 사건에 관해서도 독립적인 조사를 시작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시위 현장 인근에서 미사와 밤샘기도 등으로 송환법의 조속한 철회와 정부의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다.

NYT는 “750만 홍콩 인구 중 개신교인과 가톨릭 신자는 전체 9분의 1에 해당되지만, 비폭력 시위를 주도하며 시위대에 위로와 격려, 영감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는 지난 주말에도 이어졌다.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저항에 6월 12일 예정됐던 법안 심사를 연기하고, 캐리 람 행정장관이 7월 9일 마침내 범죄인 인도법를 폐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

1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약 11만 5,000명의 시위대가 이날 송환법에 반대하며 사틴버스터미널까지 행진을 벌였다. 시위대는 이제 캐리 람 행정장관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다.

AP통신은 “홍콩의 청년들은 시진핑 주석이 홍콩을 베이징 같은 도시처럼 만들려는 시도를 포기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전한길 선관위

전한길 강사의 외침 “대한민국 혼란, 선관위가 초래”

이 글은 전한길 강사가 2025년 1월 19일 유튜브 채널 ‘꽃보다 전한길’에서 ‘대한민국 혼란, 선관위가 초래했다’라는 주제로 열변을 토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칼럼이다. 최근 많은 분들이 내가 왜 이처럼 목소리를 내는지, 그리고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궁금…

갑바도기아 토칼리 동굴 교회

갑바도기아 동굴 교회 성화들, 눈이나 얼굴 벗겨진 이유

동굴 교회들, 어디든 성화로 가득 비둘기 알과 물 섞어 사용해 그려 붉은색은 포도, 노란색은 샤프란 갑바도기아, 화산 활동 지형 변화 동굴에서 박해 피하며 성화 그려 무슬림, 성화 눈 빼고 얼굴 지워 오전 8시가 지나자 ‘록타운(Rock Town)’ 여행사 안내직원…

예장 개혁 정서영 총회장 “자유는 공짜로 주어지지 않아”

한기총 “사랑의교회, WEA 재정 지원 중단해야”

재정 지원 급급, 매관매직 우려 봉사 경력 2-3년에 부총무 임명 종교다원주의 의혹 해소가 먼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이하 한기총)에서 ‘사랑의교회는 WEA에 대한 재정지원을 즉각 중단하라: 친이슬람, 친중 인사인 사무엘 창 부총무는 사…

뭉크

<절규> 에드바르트 뭉크가 그린 <골고다>

십자가 그리스도 주위 군상들 기독교 없는 고통과 갈등 초점 사적 감정 토로할 이미지일 뿐 현대 예술, 문화적 자살인가?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 1863-1944)를 말할 때 떠오르는 것은 (1893)라는 작품이다.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주었는지 이 작품은 뭉크의 대…

조명가게

<조명가게> 구원 서사, 감동 있지만 효능감 없는 이유

OTT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 이곳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배우 주지훈과 박보영을 비롯해 김설현, 배성우, 엄태구, 이정은, 김민하, 박혁권, 김대명, 신은…

33차 복음통일 컨퍼런스 넷째 날

“복음 없는 통일은 재앙… 性오염 세력에 北 내주면 안 돼”

제33차 복음통일 컨퍼런스(북한구원 금식성회) 넷째 날 성회가 에스더기도운동(대표 이용희) 주최로 경기 파주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에서 1월 16일 진행됐다. ‘분단 80년, 내 민족을 내게 주소서(에 7:3)’라는 주제로 전국과 해외에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으…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