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상 칼럼] ‘투잡스(Two Jobs) 시대’, 교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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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상 교회건강연구원장.

▲이효상 교회건강연구원장.

‘투잡스(Two Jobs) 시대’가 오고 있다. 아직 일반화되기엔 여러 사회적 어려움이 있으나, 투잡스는 불가피한 시대적 요구이자 흐름이다.

‘주 5일제’라는 근무환경 변화와 더불어, IT산업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한 사람이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직업을 갖는 ‘투잡스 시대’를 필연적으로 불러오게 하였다.

세상의 환경이 변하고 있다. ‘한 우물만 파라!’, ‘두 마리 토끼를 좇지 마라!’는 이야기는 전설이 되고 있다.

한 사람이 이중의 직업을 소비하는 행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과, 한 우물 파기 정신을 성공의 미덕쯤으로 여기던 기존의 가치관 또한 이제는 서서히 바뀌고 있다.

종로5가의 어느 꽃집은 부부가 꽃만 팔아서는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고, 꽃과 더불어 마시는 차를 판매하는 카페를 겸하는 이중적 사역을 접목해 경제적 문제와 더불어 고객을 확대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렇듯 점차 주위에서 본업과 부업을 절충하는 형식으로 ‘투잡스’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있다.

유럽에서도 ‘투잡스’를 준비하거나 혹은 이미 하고 있는 사람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두 가지 이상의 직업을 갖는 사람들 숫자가 850만명을 넘어 섰다.

이들 나라에 비하면 조금 늦게 형성된 감이 있으나, 한국 역시 샐러리맨들의 퇴근 시간이 빨라지고 주 52시간 근무로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투잡스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그들은 여유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다른 일을 병행함으로써 부수입을 얻는 한편, 제2의 인생을 위한 기반으로 삼고 있다. 이렇게 이미 ‘투잡스’가 우리 생활 속에서 새로운 직업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사실 ‘100세 시대’라는 고령화 추세에서, 50대에 은퇴한 직장인이 살아있을 100세 무렵까지 50여년간을 놀 수만은 없는 것이다.

노인대학 수준이나 야유회를 뛰어넘는 ‘인재 재활용’ 측면에서, 실버 세대를 향한 교회의 ‘실버 인력뱅크’도 ‘투잡스 시대’라는 새로운 환경 조성 기회이다.

이제는 일자리가 곧 인권이다. 경기 불황과 더불어 실업 대란으로 우리 사회는 가장 밑부분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우리 사회가 건강한 사회로 나가려면 젊은이가 새로운 일을 배우고, 나이든 이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여 수입을 낼 수 있는 곳으로 변모해야 한다.

‘투잡스 현상’을 이해하고 들여다보는 것은 일터사역의 미래를 보다 더 자세히 전망하는 데 도움이 된다. 머지 않아 찾아올 본격적인 ‘투잡스 세상’에서 이를 철저히 대비하는 사람은 주류로서 생존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사회활동 측면에서 외곽으로 밀려나는 처지에 놓일 것이다.

그러니 준비해야 한다. 자신의 직업적·사역적 성공을 이루어가려면 ‘투잡스 시대’를 이해하고 대비해야 한다. 제대로 준비하면 ‘투잡스 환경’은 기회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난관이 될 수 있다.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일터사역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교회 안 성도들의 관리가 전부가 아니라, 교회 밖 삶의 ‘일터’가 선교적 현장이기 때문이다.

바울의 ‘텐트 사역’은 그동안 일부에 한해 적용됐지만, 현대적 시각에서 볼 때 ‘이중직 사역’은 자생적 선교라는 측면에서 확대와 함께 필수로 바뀌어가야 한다.

가령 목회자가 65세나 70세에 은퇴하지 않고 자꾸 정년을 연장하려 하는 것도, 노후에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준비되지 않은 노후에 대한 불안감은 교회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나타나곤 한다.

그런 점에서 어느 목회자는 커피숍을 열기 위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고 준비를 한 후, 은퇴와 함께 커피숍을 차려 노후를 선교하며 존경을 받고 있다. 새벽기도 후 벌꿀 양봉을 하는 어느 농촌 목회자 박 목사님이나 해외에서 돌아와 어려운 교회를 돕는 인테리어 목공사역을 하는 김 목사님의 경우, 경제적 이유가 최우선이 되어 ‘투잡스’를 시작한 것이라기보다 본인에게 주어진 은사와 재능을 취미생활 수준에서 발전시켜 두 번째 직업으로 삼은 경우였다.

이제 더 이상 직업과 근로를 돈 버는 수단쯤으로만 여겨서는 안된다. 이중직이든 아니든, 직업은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고 자신을 계발하는 수단이며, 동시에 사회를 움직이는 연료와 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본업에 충실해야 할 시간에 일하지 않고 부업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하나의 낭비가 될 수 있다. 단순히 부자가 되기 위한, 더 큰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직업이라면, 자신의 삶을 내걸 진정한 사역이라고 말하긴 힘들다.

기자가 선교사로, 선교사가 기자로 일할 수 있는 것처럼, 목회자의 이중직과 더불어 ‘투잡스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투잡스’의 구체적 개념에서부터 ‘투잡스’의 흐름 속 이면에 서린 현상,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투잡스’ 구상, ‘투잡스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시각적 전략을 가져야 한다.

AI 인공지능으로 달라진 시대 상황을 기회로 삼아 사역적이든, 직업적이든 이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고자 한다면, 먼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준비해야 한다.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임상을 통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시시각각 밀려오는 지구촌의 ‘투잡스 구조’를 파악하면서 그들과 함께 하는 교회, ‘투잡스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체계적인 항해를 계속하자. 여기에 한국교회의 미래가 달려 있다.

이효상 원장
한국교회건강연구원
www.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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