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워하던 감독, ‘용서’ 위한 영화를 만들다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인터뷰] ‘용서를 위한 여행’ 이성수 감독(上)

▲이성수 감독. ⓒ김신의 기자
▲이성수 감독. ⓒ김신의 기자

지난 2013년, 원주민들의 ‘용서’를 다룬 영화 ‘뷰티풀 차일드’는 큰 반향을 일으키며 국내 300회 이상의 상영회를 넘어 일본교회 초청으로 도쿄, 요코하마, 후쿠시마, 오사카, 고베, 교토 등에서도 상영회를 갖게 됐다.

이어 2017년, 일본을 용서하기 위한 한국인들의 여행을 담은 영화 ‘용서를 위한 여행’이 제작되고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됐다. 17일 사당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성수 감독은 “저 역시 일본을 미워하던 사람”이라며 “역사는 잊지 말아야하지만, 결국은 용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를 제작한 이성수 감독은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충무로에서 영화 감독으로 활동하며 한국 연극제에서 젊은 연출인 3인에 선정되고 대종상 영화제(1991)에서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후 이전의 모든 것을 버리고 선교사가 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 다시 영화계로 돌아왔다. 수년 전부터 시작된 그의 용서와 화해를 위한 여행,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떻게 ‘용서를 위한 여행’ 제작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는 일본을 미워하던 사람인데, 전작 ‘뷰티풀 차일드’를 만들고 일본에서 계속 상영 집회를 갖게 됐어요. 일본교회를 방문하고 사람들을 만나니 ‘우리랑 같다’는 것을 느꼈고, 하나님께서 제게 뭔가 말씀을 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한국과 일본이 으르렁대고 있나?’ 그런 의문을 갖고 영화를 제작하게 됐어요.

영화를 만들 때 사람들이 보고싶어 하는 영화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고자 하시는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을 전달하는게 기독교인 영화 감독의 자세라고 생각했어요. 선교사로 10년을 살았고, ‘하나님 나라와 의를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된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어요. 지금 예수보다 민족적 감정, 이데올로기가 교회 안에 많이 들어와 있는데, 적어도 교회는 세상이 어떠하든 끊임없이 용서하고 화해하고 손을 내미는 것을 추구해야지요.”

-용서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헨리 나우웬이 ‘상처 입은 치유자’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사역으로 ‘환대’를 꼽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는데, 피해자가 완전히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 가해자 입장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거죠. 너무너무 어려운 개념입니다. 그러나 이를 거쳐야 건강함에 이를 수 있어요.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될 것인가 상처 입은 피해자가 될 것인가, 이것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크리스천들은 가해자가 용서를 구하지 않아도,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신 사건을 통해 치유가 됩니다. 저 역시 상처를 많이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저는 상처를 준 사람이 제게 사과를 하지 못하고 죽는다고 해서 제가 영원히 상처 입은 피해자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교회마저 일본을 용서하지 못하면 안타까운 일이죠.”

- 영화 개봉일이 원래 올해 봄이었던 걸로 아는데요.

“개봉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제 나름 최선을 다했고, 3월에 개봉하려 했는데, 올해 들어 분위기가 확 달라졌어요.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개봉을 하면서, 영화를 받아주는 데가 없었어요. 그래서 8월로 미뤘는데, 이번에 또 사건이 터졌죠. 조금 충격을 받긴 했지만, 틀림없이 하나님께서 원해서 만든 영화이고, 주님이 찾으시는 한 사람이 되길 원한다는 마음으로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있어요. 그래서 후회도 없고 원망도 없어요.”

- 지금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영화가 돈 버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니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어요. ‘뷰티풀 차일드’ 때도 그랬어요. 미국과 한국의 교회 목사님들게 무료로 DVD를 다 보냈죠. 지금까지 한국에서 50여 개 교회에서 상영회를 했지만 생각처럼 붐이 일지 않았어요. 또 여러 아이러니한 일들이 있었죠. 이건 제가 알 수 있는 범위를 이미 넘어갔어요.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9월부터 12월까지 일본 투어를 하려 해요.

기독교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을 넘어가야 하는 거예요. 이게 용서지요. 십자가에서 죽는 게 손해 보는 것 같지만, 주님은 그렇게 보지 않으세요. 세상에서도 자기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버리는 이들이 있는데, 하물며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위하는 사람이잖아요. 믿음은 보이지 않는 세계예요. 더 큰 상급이 기다리기 때문에, 그 나라, 면류관, 상급을 향해 달려가는 거죠. 어려운 때일수록 더욱 목소리를 내야지요. 영화의 맨 마지막 부분에 이 주제에 대한 노래가 나와요.”

-상영회를 통해 영화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일본 사람들이 보면 이 영화를 불편해합니다. 왜냐하면 역사에 대한 팩트를 이야기 하기 때문이지요. 자신들이 가해자라는 것을 반박을 못합니다. 그러나 용서를 위한 끝 없는 행위가 이어지기 때문에 일본사람들이 감동을 받았습니다. 영화가 좌우로 치우치지 않게 했어요.

한 번은 도쿄에서 일본 선교사 열다섯 분을 모시고 상영회를 가졌어요. 영화를 보고 두 분이 ‘이건 일본에서 상영하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다른 분이 ‘우리 교회에서 제일 먼저 보여줄 것’이라고 말씀을 하셨죠. 그리고 결국 그 자리에 계시던 모든 분이 ‘힘을 모아서 이 영화를 일본에 보급하자’고 결론이 났어요.

감사한 것은, 사람들이 싫어하고 개봉할 수 없는 영화지만, 영화를 보신 분들은 다 칭찬을 하세요. 언젠가 가치를 인정 받을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성경에 있는 사람들이 다 그런 사람들이죠. 양 극단에 있던 사람들을 화해시키는. 상처 입은 치유자로 거듭난 우리의 정체성은 피스 케이커가 되어야 해요. 사명감을 갖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평점심을 잃지 않고, 하나님께서 해결하신 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리고 남에게 허물을 돌리지 말아야지요.

일본교회가 그런 면에서 성숙합니다. 오야마 레이지 목사 등 일본 목사님들이 3.1운동 100주년에도 사과를 했어요. 피해자가 ‘됐다’고 할 때까지 끊임 없이 용서를 구하겠다고 했어요. 그럼 한국교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예전에 하용조 목사님은 ‘우리가 꼭 사죄를 받아야 한다고, 당신들이 우리에게 꼭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를 용서해달라’고 하셨죠. 그런 훌륭한 목사님이 양쪽에 다 있어야 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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