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진 칼럼] 군칸지마(軍艦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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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고증 심으려다 모순 빠져버린 ‘국뽕 영화’

반일(反日)인가 반한(反韓)인가
과거의 징용, 현재의 징용
진정한 평화는 어떻게 깃드는가

▲군함도. ⓒ유튜브 캡처
▲군함도. ⓒ유튜브 캡처

군함도

군함도는 현재 한일 분쟁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징용 배상’ 판결을 받은 기업 미쓰비시(Mitsubishi)사의 일제시대 생산 거점이 있던 섬의 이름이다.

나가사키에서 남서쪽으로 약 18.5km 지점에 있는 탄광 섬으로 본래 명칭은 하시마(端島) 섬이지만, 그 모양이 꼭 군함 같이 생겼다 하여 군칸지마(軍艦島, 군함도)라 불리게 된 섬이다.

영화감독 유승완이 2년 전 이 섬에서의 노동 실태를 다룬 영화 한 편을 만들었으나, 기대와 달리 큰 흥행을 거두지 못하였다.

그 원인이 흥미롭다. 플롯에 역사 고증을 심으려다, 전체 플롯이 모순에 빠져 소위 ‘국뽕 영화(국수주의의 비속어)’가 되고 만 까닭이다.

영화가 개봉되기 2년 전인 2015년, 이 섬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 우리 측에서 강제징용 관련 이의를 제기해 제동을 걸었으나, 조선인 노역이 이곳에서 일어났다는 사실만 인정받고 결국 등재되었다.

그 결과를 보고 부랴부랴 급조해 기획한 듯한 이 영화를 보면, 스토리텔링으로 역사도 뒤집고 흥행도 올리려는 국산 영화 특유의 도식과 허점들이 엿보인다.

하지만 그런 도식적인 플롯들은 작품 자체의 가치 부여는 못 얻더라도 우리 사회에는 굉장히 그릇된 영향을 끼치고 소멸한다는 데 해악이 있다.

▲영화 <군함도> 중 한 장면.
▲영화 <군함도> 중 한 장면.

반일(反日)인가 반한(反韓)인가

이를테면 이 영화에서 한 경성제국대 학생이 징병 대신 군함도행 징용을 택할 때, 그 모집책은 조선인 여성이다. 그리고 그 징용 떠나기 전날 밤 고별 파티에서 연주하는 악단을 속여 군함도에 같이 팔아먹은 형사도 조선인이고, 끌려온 탄광에서 악랄하게 작업시키는 작업반장도 조선인이며, 그리고 또 군함도 내에서 조선인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며 급료를 착복하는 독립투사도 다 조선인이다.

그 바람에 영화가 반일(反日) 영화인지, 아니면 반한(反韓) 또는 혐한(嫌韓) 영화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반일’을 명목으로 실상은 자국민 대상의 ‘혐한’을 전개하는 것은 한국인의 오랜 습성이다.

근간에는 민법을 형법처럼 이상하게 풀이하는 법학자 출신의 전 민정수석이 자기 말대로 안 따르면 모조리 친일파라는 식으로 주장한 것도, 반일보다는 오로지 자기네 종족(種族)만을 권념하여 전개하는, 일종의 다 같은 혐한 행위로 볼 때만 이해할 수 있다.

차라리 한수산 작가의 소설 <군함도>는 ‘전쟁’이라는 큰 틀 속에서 일본인 역시 비참한 생활을 영위했고, 그 가운데 조선인은 더욱 철저하게 ‘차별’받았다는 점을 적시함으로써, 탄탄한 작시(作詩)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소설 &lt;군함도&gt;.
▲소설 <군함도>.

하지만 이 영화는 근래에 국산 영화가 다 그렇듯이 ‘묻지마’ 종족이념에 대한 호소, 즉 국민들의 관념 속에 박힌 반일 정서에만 의존하다 보니 영화의 내용과 우리 의식 속에 있는 ‘강제징용=한인 노예’라는 도식에 전혀 들어맞지 않는 플롯이 장착되고 만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영화는 일본인 고용자와 징용 피해자가 맺은 ‘근로 계약’ 관계를 지나치게 부각하고 묘사하다가 그만 그 계약들이 꼼꼼한 ‘근로 계약’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런가 하면 가짜 독립군 윤학철(이경영 분)과 일본인 소장이 맺은 ‘서면 계약’ 따위도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묘사한 나머지, 그 계약 관계의 중요성이 오히려 부각되고 만다.

이때 관객들은 혼돈에 빠지고 마는데, 어려서부터 ‘반일’이라는 관념이 자리하고 있을 대개의 한국인이라면 이런 의문에 봉착하고 마는 것이다.

‘노예처럼 마구잡이로 잡혀간 징용에 저 꼼꼼한 계약서들은 뭐고, 왜 저리 강조하지?’

애국심과 위자료

현재의 한국에 대한 수출 관련 일본의 제한 조치를 불러온 한일 관계 악화의 씨앗은 지금으로부터 7년 전에 있었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서 비롯되었다.

실제 강제징용의 피해자인 이모 씨 등은 1997년 12월 일본의 전범 기업을 대상으로 일본 오사카재판소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바 있다. 강제노동으로 혹사당하고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해당 일본 기업에 위자료 지급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은 2003년 일본에서 패소했다. 그러자 2005년 국내 법원에 같은 소송을 내서 1심과 2심에서는 패소하였으나 2012년 5월 대법원(1부 주심 김능환 대법관)이 처음으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현재 한국에 있는 해당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집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화 &lt;군함도&gt; 중 한 장면.
▲영화 <군함도> 중 한 장면.

그러나 문제의 쟁점은 징용 피해자 개인과 일본(국가 또는 기업)과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과 일본 간의 외교 문제로 직결된다는데 있었다.

1960년대 개발시대를 준비하던 우리나라는 우리 모두가 알듯이 많은 경제적인 난관에 봉착해 있었는데, 1965년 일본과의 청구권 협정을 통해 어느 정도의 난관을 돌파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2년 당시 대법원은 “과거 한일 청구권협정을 통해서 일본이 지급한 3억달러는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금 성격이 아니다”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한 명 한 명에게 저마다 위자료 청구권이 남아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한 일본의 반응은 당연히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식민지 지배에 대한 모든 책임이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청구권 협정(제2조)에서 “두 나라와 그 국민(법인 포함)의 재산 권리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다는 것을 확인한다”는 문구가 있으므로, 대법원 판결과는 맞지 않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국내 일부 법조인들은 이런 경우 일반적인 국제적 관례에 따라 자국 국가가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여 피해자에게 선배상을 하고 국가와 국가 간의 분쟁은 외교적으로 푸는 것이 온건한 방법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1965년 청구권 협정은 일본 지배의 불법성을 명시하지 못한 불완전한 협정이며, 이 협정에서 포기한 청구권은 ‘한국인 미수금, 보상금 및 기타 청구권’을 뜻하여 밀린 임금이나 채무는 포기하지만, 불법 행위에 따른 위자료까지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는 시민단체와의 입장을 정부가 같이 하는 바람에 한일 분쟁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일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악화일로(惡化一路)는 영화 <군함도>가 주었던 혼돈을 현실의 우리에게 고스란히 안겨준다.

‘노예처럼 마구잡이로 잡혀간 징용에 밀린 임금, 미수금은 뭐지? 우리가 어려서부터 배운 일본에 대한 분노의 애국심은 과연 위자료 때문이었나?’

▲영화 &lt;군함도&gt; 포스터.
▲영화 <군함도> 포스터.

과거의 징용, 현재의 징용

우리의 짙은 애국심이 빚는 이와 같은 난맥상은 이 영화에서의 플롯의 허점, 곧 너무도 지나치게 묘사함으로 그것이 오히려 ‘부당한 계약’이라는 사실에 종사하기보다는, ‘계약’이 갖는 신실성에 더 의미를 부여하고 만다는 역설이다.

신실성이란 기독교에서 배우고 가르치는 언약의 속성이자 덕목인 한결같음(아만)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영화가 ‘계약 관계’라는 고증에는 성공했지만, 그 바람에 항상 관제 친일파 몰이에 희생당하는 국민 정서와는 헛도는 모순이 발생하고 만 것이다.

영화에서 유출되는 이러한 모순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영웅이 되어버린 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들에게는 모독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영화가 역사와 사실 고증에 주력했다면 과거만이 아니라 현재의 맥락도 살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점이 있다. 가령 군함도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논할 때는 현재의 우리 사회 모순도 같이 돌아보아야 했는데, ‘사회복무요원’ 제도가 그 단적인 예다.

영화 속 경성제국 대학교 학생이 군입대를 대신해 노역을 택한 것처럼, 21세기를 사는 우리 사회에도 병역 대체복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는 이러한 현대 사회의 징용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모순이 다 군함도의 세계유산 지정을 저지하는데 실력행사를 할 수 없었던 원인이다.

그뿐 아니라, 3D 즉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산업현장 기피로 인한 외국인 노동자의 대거 수입은, 우리 현실 사회에서 목격할 수 있는 21세기 종족(種族) 용역 행위이다.

자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급료를 받는 대신 그들은 3D에 고스란히 노출되지만, 가끔 우리 주변에서 인권 문제로 둔갑하기도 한다.

▲미쓰비시와 삼성의 로고 변화.
▲미쓰비시와 삼성의 로고 변화.

일본기업 혐오에서 한국기업 혐오로

이러한 연유로 이 일관되게 작동하는 ‘반일’에 숨은 지극히 정치적이면서도 집요한 ‘혐한’의 코드는, 사실 ‘일본 기업’이 아닌 모든 ‘기업’, 구체적으로는 ‘한국 기업’에 대한 혐오로 언제든지 옮아가 갈아탄다는 사실이 실존의 해악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겪는 분쟁의 실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인 삼성 같은 제조업들이 모순된 이 종족 코드 행위의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지만, 미쓰비시를 처단하듯 한국의 기업들을 처단하려는 그릇된 세력들은 어느새, 삼성 같은 기업들이 이 분쟁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며 등떠밀고 있다. 무책임한 종족 코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아래 미쓰비시와 삼성의 로고 이미지와 그 변천사는 이런 모순의 역사를 잘 반영한다.

미쓰비시의 한자 독음 ‘삼릉’은 삼성과 비슷한데, 삼성의 옛날 로고는 미쓰비시 창업자 이와사키(Iwasaki) 가문의 표장인 세 개의 마름과 유사했다.

이와 같은 유사는 로고만이 아니라 업종과 생산품에 있어서도 모방의 형식을 벗어날 수 없었던 해방과 전후 시대의 자원 없는 우리 기업 상황을 반영한다. 모방만이 창조의 어머니였던 것이다. 이를 두고서 선비/이념가들은 친일이라 불렀다.

하지만 이를 기반으로 한 경제 성장은 일본 기업을 능가하는 위상을 갖게 됨으로써 비로소 일제 시대의 트라우마를 극복했고, 또 지금의 환골탈태 한 삼성의 로고는 이 변천사와 위상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이 로고를 해외 나갔을 때 각 나라에서 보고서도 뿌듯하지 않을 사람은, 삼성을 미쓰비시 대하듯 하는 일부의 한인 종족 외에는 없을 것이다.

이 영화 <군함도>의 여주인공이 당시 인터뷰에서 철없는 소리를 해서 뭇매를 맞았다.

“보통 위안부 피해자를 떠올리면 슬픈데요, <군함도>의 위안부 오말년은 원더우먼 같아요” 라고 말한 것이다.

철없는 여배우의 이 인터뷰 소회는 사실 종족주의 정서에 박힌 이중성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미 심청전 시대로부터 가난한 집안의 딸들은 인당수로 내던져졌는데, 이 종족은 21세기 삼성 반도체 갤럭시 시대에도 그들을 흔들어 깨워 ‘원더우먼’이 되어주기를 부추기고 있다.

심봉사로 대변된 무능한 선비의 사회, 공양미 삼백석의 승려로 대변되는 이 시대 종교 지도자(기독교 포함)까지도 나서서 혹세무민하며, 우리의 이 가엾은 여성들에게 ‘원더우먼’이 되라며 강물에 던지고 있는 것이다. 무책임하고 종족 근성이 아닐 수 없다.

삼성과 같은 자국의 기업에 생명력이 넘칠 때에만 우리 종족을 우리가 지킬 수 있는 법이다.

<군함도>가 영화로 개봉되었을 당시, 공교롭게도 삼성 그룹 총수는 감옥에 들어가 있었다. 일각에서는 미쓰비시 그룹 총수라도 들어간 양 보는 시각이 있었다.

평화는 어떻게 깃드는가

현직 부장판사가 앞서 언급한 2012년 일제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정면 반박한 논거를 보면 적어도 우리 기독교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어 잠깐 소개하고 마칠까 한다.

부산지법 부장판사인 김태규 판사는 2012년과 지난해 최종 확정된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나라면 2012년 대법원 파기환송하기 전의 1심, 2심 판단(원고 패소)대로 했을 것”이라고 말문을 열면서, “외교 분쟁은 양국 정부 간 충돌에서 발생하는데, 법원의 판단이 일부 원인 제공을 했다”고 설명했다.

본래 대법원이 1, 2심의 장벽을 넘으려면소멸시효, 법인격 법리, 일본 판결의 기판력(동일한 판결에 대해 다시 재판을 하지 못하도록 생기는 효력)을 넘어야 하는데, 청구권은 일본과 국교가 회복된 1965년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40년의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민법 제766조에서 정하는 불법행위의 소멸시효 기간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게다가 신일본제철은 후지제철 등과 합병한 회사로서 구 일본제철(전범 기업)과 다른 회사인 만큼 당사자성이 인정되지 않고, 이 사건 소송은 일본에서 확정돼 기판력이 생긴 상태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김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이 세 가지 장벽을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공서양속위반 금지 원칙 등 보충적인 원칙들로 쉽게 넘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 판결문 하나를 인용했다.

역시 전쟁포로 수용소 피해자였던 미군 병사가 일본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냈는데 미국 법정은 기각하면서 이런 판결문을 냈다 한다.

“원고가 받아야 할 충분한 보상은 앞으로 올 평화와 교환됐다.”

이 의미심장한 판결문은 우리가 가치로 여겨온 신앙과 연결되는데, 사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면서 마땅히 받아야 할 보상을 받지 못 한 게 얼마나 많던가. 그렇지만 내가 미처 갚지 못한 것들은 또한 얼마나 많은가. 이리하여 마침내 호리라도 소멸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성경에서는 이소테스(ἰσότη&sigmaf), 곧 황금률이라 부른다. 평화의 원리인 셈이다. 예수께서도 자신이 취해 마땅한 보상을 앞으로 올 평화와 맞바꾸셨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일본기독교협의회(NCCJ)의 성명을 적시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 일본 기독교와 한국 기독교는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영진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 신학과 주임교수. '기호와 해석의 몽타주(홍성사)', '영혼사용설명서(샘솟는기쁨)', '철학과 신학의 몽타주(홍성사)', '자본적 교회(대장간)' 등의 저서가 있다.

▲이영진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 신학과 주임교수. '기호와 해석의 몽타주(홍성사)', '영혼사용설명서(샘솟는기쁨)', '철학과 신학의 몽타주(홍성사)', '자본적 교회(대장간)'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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