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조선 25] 폭력의 재구성
최근 북-중 국경을 다녀온 강동완 교수님(동아대)의 적나라한 진짜 북한 사진을 보여드립니다. 이번 방문길에는 적지 않은 위험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강 교수님은 “쉬운 사진이 아니라, 한 컷 한 컷 담아오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점을 사람들이 알고, 북한의 실상을 조금이나마 이해한다면 그것만으로 족하다”고 했습니다. 김정은이 美 트럼프 대통령과 ‘깜짝쇼’를 벌이는 동안, 주민들이 겪고 있는 충격적인 실상입니다. -편집자 주
처음에는 그저 강변에서 물고기를 잡는 아이들이라고만 여겼다. 최소한 사나운 어른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러했다.
무엇을 그리도 잘못했을까?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채 강변에 놓였던 소쿠리가 텅 비어서였을까?
호통을 치며 물 밖으로 아이를 불러내고 이내 어른의 손에는 몽둥이가 쥐어졌다. 몽둥이로 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발길질에 아이는 물속으로 고꾸라진다.
뺨을 맞은 아이는 한동안 얼굴을 움켜진 채 몸을 움츠렸다. 아이는 벋장대지* 못한 채 그렇게 한동안 폭력은 계속되었다.
평화로운 한반도를 외치면서 축사나 하며 행사장을 돌아다니는 누군가의 자녀들은 자유의 땅 미국에서 폭력 없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이제 방학이니 사랑하는 부모님을 찾아 고국에 잠시 들어올지도 모른다. 그들만 본다면 그 얼마나 평화롭고 풍요로운 한반도인가.
그럼 저 아이들은….
사정없이 뭇매 맞으며 저항하지도 못한 채 공포에 떠는 저 아이들의 삶은 과연 평화로운가.
폭력의 재구성이 여전히 자행되는 저 아이들을 두고 평화롭다 말한다면,
저 아이들의 꿈을 짓밟는 독재자를 향해 엉너리*나 하며 평화의 동반자라 말한다면,
내 아이는 아니니 상관 없다 방관하면,
그건 또 다른 범죄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의 정의가 결코 그들의 거짓과 위선을 방관하지 않으리라.
하늘까지는 아니더라도, 저 아이들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
벋장대다: 쉬이 따르지 않고 고집스럽게 버티다
엉너리: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어벌쩡하게 서두르는 짓
글·사진 강동완 박사
부산 동아대 교수이다. ‘문화로 여는 통일’이라는 주제로 북한에서의 한류현상, 남북한 문화, 사회통합, 탈북민 정착지원, 북한 미디어 연구에 관심이 많다. 일상생활에서 통일을 찾는 ‘당신이 통일입니다’를 진행중이다. ‘통일 크리에이티브’로 살며 북중 접경지역에서 분단의 사람들을 사진에 담고 있다.
2018년 6월부터 8월까지 북중 접경에서 찍은 999장의 사진을 담은 <평양 밖 북조선>을 펴냈다. ‘평양 밖 북한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라는 물음을 갖고 국경 지역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 <그들만의 평양>을 추가로 발간했다. 이 책에서는 2018년 9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북중 접경에서 바라본 북녘 사람들의 가을과 겨울을 찍고 기록했다.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살아가는’ 평양시민이 아닌, 오늘 또 하루를 ‘살아내는’ 북한인민들의 억센 일상을 담아낸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강 너머 망원렌즈로 보이는 북녘의 모습은 누군가의 의도로 연출된 장면이 아닐 것이 분명하다. 북중 접경 지역은 바로 북한 인민들의 삶이자 현실 그 자체의 잔상을 품었다.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두만강 칼바람은 마치 날선 분단의 칼날처럼 뼛속을 파고들었다. … 그 길 위에서 마주한 북녘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고 싶었다. 그들을 사진에라도 담는 건 진실에서 눈 돌리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몸부림이자 고백이다.”
다음은 앞서 펴낸 <평양 밖 북조선>의 머리말 중 일부이다.
“북한은 평양과 지방으로 나뉜다. 평양에 사는 특별시민이 아니라 북조선에 살고 있는 우리네 사람들을 마주하고 싶었다. 2018년 여름날, 뜨거웠지만 여전히 차가운 분단의 시간들을 기록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999장의 사진에 북중접경 2,000km 북녘 사람들을 오롯이 담았다. ‘사람, 공간, 생활, 이동, 경계, 담음’ 등 총 6장 39개 주제로 사진을 찍고 999장을 엮었다.
2018년 4월 어느 날, 두 사람이 만났다. 한반도의 운명을 바꿀 역사적 만남이라 했다. 만남 이후, 마치 모든 사람들이 이제 한 길로 갈 것처럼 여겨졌다. 세상의 외딴 섬으로 남아 있던 평양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오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발걸음은 더디며, 여전히 그들만의 세상이다. 독재자라는 사실은 변함없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거대한 감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