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를 배경으로 읽는 시편 23편 이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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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승 칼럼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A. 시편 23편의 접근방법: '삶으로 읽는 성경'

여섯 절로 되어 있는 시편 23편은 시편 중에서 가장 많이 애송되는 시이다. 이 시편의 언어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늘 사용되는 단순한 것들이지만 그 안에 심오한 신앙 내용이 담겨있다. 언어의 일상성 및 단순성은 누구에게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친근감을 주면서도 복잡한 논리적 추론 없이도 삶의 깊은 내면세계들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시편 23편의 내용은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확신의 고백이다. 그러나 이 시편을 통하여 나타난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확신은 험난한 인생사의 별다른 경험 없이 곱게 자란 사람의 추상적인 고백이 아니라 어려운 삶의 역경을 겪으면서 하나님의 인도와 보호하심을 직접 경험한 성숙한 인격자의 신앙고백이다.

성경을 연구하는 가장 우선적이고도 올바른 방법은 당시 사람들이 살았던 삶의 정황을 살펴보는 일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성경시대와 오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와의 간격을 극복할 수 있다. 시편 23편은 광야라는 지리적 배경과 유목민들의 목축문화를 그 배경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시편 23편은 이들 유목민이 살아가고 있는 광야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세분하여 야외 들판과 생활 거주 공간인 천막으로 나누고 있다. 이러한 구분은 곧 하나님과 하나님 백성들 사이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를 더욱 명확하게 밝혀 주는 요소가 되고 있다.

B. 목자와 집주인의 대조적 이미지

시편 23편은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성을 두 가지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1절에서 4절까지는 양떼를 보호하시며 인도하시는 목자로서의 하나님을 보여주고 있으며, 5절과 6절은 손님을 집안으로 따뜻하게 영접하는 집주인으로서의 하나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 두 가지 모습은 상호 대조적인 이미지를 이루면서 하나님과의 관계가 얼마나 포괄적인 가를 보여준다. 목자가 양들을 돌보는 장소는 메마르고 거친 광야 들판이지만, 집주인이 손님을 맞이하는 장소는 모든 것이 정돈되고 온화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정겨운 집안이다. 양떼들을 돌보는 목자의 이미지에서는 광야라는 환경적 위험과 목자의 보호가 절대적이라는 긴박감을 이루고 있다. 반면에 손님을 영접하는 집주인 이미지에서는 아늑한 집안 분위기 속에서 잔칫상이 풍성하게 차려지는 삶의 풍요성과 안전성이 부각 되어 있다. 시편 23편은 이러한 양면성과 대조적 이미지를 한 분 하나님이라는 신앙 안에서 아름답게 조화시키고 있다.

비록 시편 23편이 두 가지의 상반된 하나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은 동일 지역 안에서 이루어지는 동일 생활권이라는 점에서 통일성을 지니고 있다. 목자들이 양들을 돌보는 곳과 그들의 거주 지역은 모두가 같은 광야 사막 안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점에서, 양들을 돌보는 목자로서의 하나님과 손님을 맞이하는 집주인으로서의 하나님은 모두가 광야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 목축문화의 과점으로 조명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손님을 영접하는 유목민의 집은 도시 속의 고급 아파트가 아니라 거친 들판에 세워진 유목민들의 허름한 천막일 뿐이다.

C. 광야에서 양떼를 돌보시는 목자로서의 여호와

1. 이스라엘의 광야와 목축문화

하나님과의 관계를 목자로 고백하고 있는 시편 23편의 지리적 배경은 광야이다. 이스라엘에서의 광야는 연간 강우량이 300mm 이하가 되는 건조한 지역이다. 그곳은 농경문화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물질적 번영과는 거리가 먼 문명의 외곽 지대이다. 그러나 그러한 광야에서도 겨울 우기 동안에는 제한적으로 비가 내려 풀들이 자라게 되고, 그러한 초지를 중심으로 목축생활을 하는 유목민들이 살고 있다.

시편 23편의 전반부(1-4절)는 여호와께서 우리들의 참 목자가 되신다는 것이 중심주제이다. 여기에서 여호와를 우리들의 목자로 고백하는 것은 단순히 사변적 논리나 명상에 의한 것이 아니고 광야라는 삶의 현장 속에서 구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님께 드리는 신앙고백이다. 광야에서 자라는 양들에게 목자는 그들 삶의 모든 것이 되듯이, 하나님께서 우리들의 목자가 되신다는 것은 그분이 우리의 모든 것이 되신다는 고백이다. 시편 저자는 여호와께서 목자가 되심을 '내게 부족함이 없다'라는 표현으로 노래하고 있다. 모든 결핍된 광야에서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는 신앙고백은 하나님께서 가지고 계신 능력이 얼마나 큰가를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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