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주년 광복절을 맞아 복음주의 원로로 불리던 목회자들이 반일 감정의 지나친 고조를 우려하면서, 우리의 지난 역사를 긍정하는 설교를 전했다.
기윤실 직전 이사장이자 북한돕기에 앞장서온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 원로)는 11일 광복기념주일 설교에서 “올해 8월 15일은 광복절이면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건국 71돌을 맞는 날, 정말 축하하고 기뻐해야 할 날”이라며 “그러나 이 영광스러운 날에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의 증오가 기쁜 날을 슬프고 두려운 느낌으로 맞이하게 한다”고 우려했다.
3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하야하십시오”라고 외쳤던 홍 목사는 이날 작심한 듯 “이는 집권자들이 ‘지난 100년의 역사는 반칙과 특권의 역사, 가진 자가 갖지 않은 자를 수탈하고 핍박한 역사’로 규정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집권 세력의 역사관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100년 역사, 특히 해방부터 지금까지는 세계에서 유례 없는 기적의 역사”라고 밝혔다.
홍 목사와 함께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원로)도 “역사에 대한 가장 미성숙한 반응이 있다면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돌리는 것, 나뉘어서 우리끼리 싸우는 것”이라며 “이 땅에서 친일파와 반일파로 나뉘어 정쟁을 통한 국력 소모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전했다.
이 목사는 “궁극적으로 우리 민족이 이런 수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반일 가지고는 안 된다. 극일을 해야 한다”며 “일본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해야 한다"고도 했다.
두 목회자의 설교에는 혼탁한 이 시대에 적절하고 필요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우리는 나라를 지키지 못했고, 빼앗긴 나라를 어렵사리 되찾자마자 반으로 쪼개졌다. 그것도 모자라, 3년간 피 터지게 싸우는 통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헤어졌으며, 국토는 처절하게 파괴됐다. 그 폐허 속에서 반세기만에 우리는 기적적으로 다시 일어섰다. 이 기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로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다.
놀라운 것은, 이들의 고언(苦言)에 반감을 가진 이들이 뱉어내는 반응들이다.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소리를 할 땐 “어르신의 충정”으로 칭송하던 이들이, 금세 돌아서서 “그럴 줄 알았다”, “원래 그랬다”는 식의 선 긋기와 냉소, 나아가 비난과 조롱을 일삼고 있다.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의 편협한 홍위병식 감탄고토(甘呑苦吐)에 쓴웃음이 나온다.
심지어 ‘1970-80년대 교회의 폭발적 성장을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발언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이들이 발 딛고 선 역사관이 홍 목사가 비판한 그것과 같고, 나아가 이들의 구원관까지 의심스럽게 만드는 대목이다. 개인 구원을 통한 하나님 나라 건설의 거대한 드라마가 ‘막장’ 또는 저주’라도 된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