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에… 고향 북한 땅 언저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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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밖 북조선 28] 고향 땅을 바라보다

최근 북-중 국경을 다녀온 강동완 교수님(동아대)의 적나라한 진짜 북한 사진을 보여드립니다. 강 교수님은 2주만에 다시 접경을 찾아 담아온 북한의 실상입니다. -편집자 주

2주일만에 다시 북중 접경을 달렸다. 이번 여정에는 고향이 북쪽인 두 분과 함께 동행한 아주 특별한 시간이었다.

두 명 중 한 명은 압록강, 다른 한 명은 두만강 지역이 고향이었다.

1차 탈북 후 중국 공안에 잡혀 북송되어 모진 세월을 아픔과 슬픔으로 보냈다. 그리고 다시 탈북해서 한국민이 된지 19년만에 고향 땅 언저리에 섰다.

한 발짝만 내디디면 “처녀 시절 꽃시절 웃음도 많던” 바로 그 시절의 고향 땅이건만, 지금도 친지분들이며 함께 뛰어놀던 고향 친구들이 한걸음에 달려올 것 같은 어머니 품이건만, 더 이상 나설 수 없었다. 분명 거기까지였다.

고향 땅을 바라보며 애써 울음을 참고 덤덤하던 그녀였지만, 자신이 북송되던 그 교화소로 가는 길을 보고나서는 끝내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다른 한 명은 그나마 멀리서 바라보는 고향 땅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두만강 지역은 한국 여권을 소지한 사람은 접근이 안 되기에, 겨우 두만강 언저리에서 고향의 모습을 더듬었다.

그녀는 물이 흐르는 방향이 어느 쪽인지 알고 싶다 했다. 지금 보이는 강물이 고향 땅으로 향해 가는지, 아니면 고향 땅을지나 흘러왔는지 궁금했을 게다.

한 줄기 물조차, 나무 한 그루 조차, 강변의 돌멩이 하나도 그녀들에게는 고향이었다.

두고 온 고향, 갈 수 없는 고향, 그리고 꼭 가고픈 고향 땅이다.

남한이 고향인 우리는 북녘의 모습을 보며 밭에서 사람들이 일하는 정도라 생각했지만, 그녀들은 저 사람들이 지금 양배추 밭에서 수확을 하는 거라고 말했다. 망원렌즈로 확인해 보니, 어김없이 그 장면이었다.

그렇게 고향 땅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냄새조차 달랐다. 아스라이 보이는 두고온 고향 땅의 사람들, 우리네 어머니….

우리가 함께 이 길을 달릴 수밖에 없는 단 하나의 이유다.

▲강동완 교수는 책에서 “카메라를 들면 왜, 무엇을 찍으려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늘 앞선다. 렌즈 안에 비친 또 다른 세상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끊임없이 싸운다. 그럴 때마다 단 하나의 약속만은 지키고자 한다. 그저 하나의 선택이 진실을 가리는 외눈박이만 아니면 좋겠다는 간절한 다짐”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 제공

▲강동완 교수는 책에서 “카메라를 들면 왜, 무엇을 찍으려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늘 앞선다. 렌즈 안에 비친 또 다른 세상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끊임없이 싸운다. 그럴 때마다 단 하나의 약속만은 지키고자 한다. 그저 하나의 선택이 진실을 가리는 외눈박이만 아니면 좋겠다는 간절한 다짐”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 제공

글·사진 강동완 박사

부산 동아대 교수이다. ‘문화로 여는 통일’이라는 주제로 북한에서의 한류현상, 남북한 문화, 사회통합, 탈북민 정착지원, 북한 미디어 연구에 관심이 많다. 일상생활에서 통일을 찾는 ‘당신이 통일입니다’를 진행 중이다. ‘통일 크리에이티브’로 살며 북중 접경지역에서 분단의 사람들을 사진에 담고 있다.

2018년 6월부터 8월까지 북중 접경에서 찍은 999장의 사진을 담은 <평양 밖 북조선>을 펴냈다. ‘평양 밖 북한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라는 물음을 갖고 국경 지역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 <그들만의 평양>을 추가로 발간했다. 이 책에서는 2018년 9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북중 접경에서 바라본 북녘 사람들의 가을과 겨울을 찍고 기록했다.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살아가는’ 평양시민이 아닌, 오늘 또 하루를 ‘살아내는’ 북한인민들의 억센 일상을 담아낸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강 너머 망원렌즈로 보이는 북녘의 모습은 누군가의 의도로 연출된 장면이 아닐 것이 분명하다. 북중 접경 지역은 바로 북한 인민들의 삶이자 현실 그 자체의 잔상을 품었다.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두만강 칼바람은 마치 날선 분단의 칼날처럼 뼛속을 파고들었다. … 그 길 위에서 마주한 북녘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고 싶었다. 그들을 사진에라도 담는 건 진실에서 눈 돌리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몸부림이자 고백이다.”

▲강동완 교수의 국경 사진첩 &lt;그들만의 평양&gt;과 &lt;평양 밖 북조선&gt;.

▲강동완 교수의 국경 사진첩 <그들만의 평양>과 <평양 밖 북조선>.

다음은 앞서 펴낸 <평양 밖 북조선>의 머리말 중 일부이다.

“북한은 평양과 지방으로 나뉜다. 평양에 사는 특별시민이 아니라 북조선에 살고 있는 우리네 사람들을 마주하고 싶었다. 2018년 여름날, 뜨거웠지만 여전히 차가운 분단의 시간들을 기록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999장의 사진에 북중접경 2,000km 북녘 사람들을 오롯이 담았다. ‘사람, 공간, 생활, 이동, 경계, 담음’ 등 총 6장 39개 주제로 사진을 찍고 999장을 엮었다.

2018년 4월 어느 날, 두 사람이 만났다. 한반도의 운명을 바꿀 역사적 만남이라 했다. 만남 이후, 마치 모든 사람들이 이제 한 길로 갈 것처럼 여겨졌다. 세상의 외딴 섬으로 남아 있던 평양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오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발걸음은 더디며, 여전히 그들만의 세상이다. 독재자라는 사실은 변함없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거대한 감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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