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백두산, 남북한 주민 모두에게 아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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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밖 북조선 29] 백두산이 우리를 지켜본다

김정은이 백두산의 삼지연군 건설을 지시하면서, 북한 주민들은 밤낮 없이 건설 현장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삼지연으로 향하는 길 위에 돌격대들이 생활하는 임시 거처가 세워지고, ‘백두산이 우리를 지켜본다’는 선전구호가 놓였습니다.

당의 숭고한 뜻과 의도를 심장에 새기고 표준철도를 놓자며 속도전을 다그칩니다.

백두의 칼바람 정신, 백두의 혁명 정신. 백두 혈통, 정일봉의 우뢰 소리를 선전하며, 돌격대 청춘들의 꿈은 거친 산중의 공허한 메아리가 됩니다.

올해 출판된 <답사행군노래집ㅡ 가리라 백두산으로> 책을 보면, 백두산 정일봉을 형상화한 노래들이 가득합니다. 아이들은 저 노래를 부르며 천리길을 걷겠지요.

한 해에도 수만 명의 남한 사람들이 중국을 통해 백두산을 오릅니다. 그것도 백두산이 아닌 장백산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진 곳을,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고 말입니다.

분단의 백두산은 남북한 주민 모두에게 아픔입니다.

글·사진 강동완 박사

부산 동아대 교수이다. ‘문화로 여는 통일’이라는 주제로 북한에서의 한류현상, 남북한 문화, 사회통합, 탈북민 정착지원, 북한 미디어 연구에 관심이 많다. 일상생활에서 통일을 찾는 ‘당신이 통일입니다’를 진행중이다. ‘통일 크리에이티브’로 살며 북중 접경지역에서 분단의 사람들을 사진에 담고 있다.

2018년 6월부터 8월까지 북중 접경에서 찍은 999장의 사진을 담은 <평양 밖 북조선>을 펴냈다. ‘평양 밖 북한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라는 물음을 갖고 국경 지역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 <그들만의 평양>을 추가로 발간했다. 이 책에서는 2018년 9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북중 접경에서 바라본 북녘 사람들의 가을과 겨울을 찍고 기록했다.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살아가는’ 평양시민이 아닌, 오늘 또 하루를 ‘살아내는’ 북한인민들의 억센 일상을 담아낸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강 너머 망원렌즈로 보이는 북녘의 모습은 누군가의 의도로 연출된 장면이 아닐 것이 분명하다. 북중 접경 지역은 바로 북한 인민들의 삶이자 현실 그 자체의 잔상을 품었다.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두만강 칼바람은 마치 날선 분단의 칼날처럼 뼛속을 파고들었다. … 그 길 위에서 마주한 북녘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고 싶었다. 그들을 사진에라도 담는 건 진실에서 눈 돌리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몸부림이자 고백이다.”

다음은 앞서 펴낸 <평양 밖 북조선>의 머리말 중 일부이다.

“북한은 평양과 지방으로 나뉜다. 평양에 사는 특별시민이 아니라 북조선에 살고 있는 우리네 사람들을 마주하고 싶었다. 2018년 여름날, 뜨거웠지만 여전히 차가운 분단의 시간들을 기록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999장의 사진에 북중접경 2,000km 북녘 사람들을 오롯이 담았다. ‘사람, 공간, 생활, 이동, 경계, 담음’ 등 총 6장 39개 주제로 사진을 찍고 999장을 엮었다.

2018년 4월 어느 날, 두 사람이 만났다. 한반도의 운명을 바꿀 역사적 만남이라 했다. 만남 이후, 마치 모든 사람들이 이제 한 길로 갈 것처럼 여겨졌다. 세상의 외딴 섬으로 남아 있던 평양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오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발걸음은 더디며, 여전히 그들만의 세상이다. 독재자라는 사실은 변함없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거대한 감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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