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행군… 사람 죽는 게 큰일이 아니었어요”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국내 1호 탈북민 감독, 김규민 감독을 만나다(上)

▲영화 ‘사랑의 선물’ 스틸컷.

▲영화 ‘사랑의 선물’ 스틸컷.

북한 인권 영화 ‘사랑의 선물’이 국내 개봉됐다.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사회·정의·해방 특별상’과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 받은 ‘사랑의 선물’은 ‘고난의 행군’ 당시 북한 상이군인 아내가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자식을 위해 몸을 팔고 빚을 지는 실화(實話)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특별히 영화를 제작한 김규민 감독은, 탈북민으로 ‘고난의 행군’을 몸소 체험한 사람이기도 하다.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영화가 실화인 게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어디까지가 실화인가요?

“제가 실제로 본 것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나머지는 그 당시 있었던 이야기들이고요.”

-고난의 행군 당시 상황을 말씀해주신다면.

“시체가 많았어요. 밖에 나가서 죽은 시체를 못 보면 그게 비정상이었어요. 시체가 있으면 장례를 치러주고 땅 파고 묻고 그래야 하는데, 다 돈인 거지요. 처음엔 행정 기관에서 그걸 해줬는데, 시체가 너무 많아지니까 치울 여력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웅덩이를 크게 파서 묻을 정도로 심각했어요. 지금은 이제 다 잡아가서 없다는데, 옛날에는 시장 같은데 보면 시체가 우글우글했어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사람 죽는 게 큰일이 아니었어요.”

-영화감독의 길은 어떻게 걷게 되셨나요?

“원래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북한에선 2년에 한 번 전국적으로 오디션이 열려요. 그때 최종 결승까지 갔어요. 그런데 한국에 오니까 제 얼굴로 안 되겠더라고요. 대학교에서 상담하면서, ‘스타가 돼서 북한의 처참한 상황을 얘기하고 싶다’고 했더니 ‘그럼 차라리 감독을 하라’는 말을 듣고 이 길을 갔어요. 그런데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어요. 그게 약 17년이 됐네요. 10년까지는 스태프로 생활했고 2010년에 ‘겨울나비’가 나왔어요. ‘11월 9일’과 ‘퍼스트 스텝’까지 쉴 새 없이 달려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화배급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압니다.

“영화 ‘겨울나비’ 때는 배급사가 있었고 사회적 분위기도 좋았어요. 전국 26개 관에서 개봉을 했습니다. 그 다음 작품도 어렵긴 해도 무난히 개봉했었는데, 11월 9일 북한에서 해킹을 당해 노트북과 하드를 다 날려서 한 번 상영하고 없어졌어요. 참 고통스러운 영화에요. 지금도 생각하면 화가 납니다. 이번 영화도 지금 사회 분위기 자체가 북한 인권 문제를 말하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늦게 배급하더라도 해외 영화제에서 인정받아 보겠다고 해외로 나갔는데, 많은 성과가 있었어요. 그건 작품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뜻이잖아요. 국제사회에서 반응한 거죠. 다행히 한국에서도 상영을 하겠다는 곳이 있어서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인민의 낙원’이라는 영화를 제작하셨는데, 북한에서 인민의 낙원이란 무엇인가요?

“북한은 지금까지도 ‘인민의 낙원’이라는 말을 쓰고 ‘사람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홍보하고 있어요. 말이 안 되는 소리죠. 지금 그 말을 어떤 사람을 믿나요? 그게 참 화가 나고 그 속에서 죽어간 사람들을 생각할 때 원통해요.”

-이번 영화의 제목을 ‘사랑의 선물’이라고 지은 이유가 있나요?

“가장 기본적인 의미는 북한 주민들이 고통받는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북한에서는 개인과 개인이 주고받는 것에 대해 ‘선물’이라는 말을 못 쓰거든요. 특히 ‘사랑의 선물’은 더욱 더 쓸 수 없습니다. 김일성 부자가 백성에게 하사한 것만 ‘사랑의 선물’이라고 쓸 수 있어요. 죽어간 수많은 사람이 김일성 김정일 때문에 죽어간 거잖아요. 그래서 제목을 그렇게 했습니다. 역설적이고 반어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 특별히 어떤 부분을 고발하고 싶으셨나요?

“고발하려 한 것은 아니고 보아온 것을 담았을 뿐입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생일이 되면 전국에서 희귀한 것을 선물로 마련해 보내는 운동이 있어요. 충성의 선물로 올리는데, 그때 김정은이 잘 받았다고 사인 한 번 해주면 그 사인 받은 사람의 인생이 바뀝니다. 고속 승진은 둘째 치고 정말 모든 게 바뀌어요. 또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접견자’라는 말이 있어요. 김씨 가문을 직접 만나는 사람을 말하는 건데요. 일반인이 접견자가 되는 순간 인생이 바뀝니다. 그를 통해 백성에게 선전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는 다 진짜입니다. 접견자가 되면 인생이 뒤바뀝니다. 그러다 보니 간부들 속에서 그 기회를 얻으려는 일이 많이 벌어집니다. 그게 공산권 국가가 몰락하기 직전에 일어나는 일들이지요. 비리가 엄청납니다. 그 속에서 죽어가는 건 백성이고요.”

-영화에서도 잘 드러나긴 합니다만, 북한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은 어떤 존재입니까?

“유치원 아이들이 김일성 김정일 사진에 인사하고 밥을 먹어요. 인사를 해야 밥을 줘요. 식전 기도랑 똑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훈련받았고 TV에서 계속 말하니 세뇌가 안될 수가 없습니다. 그게 정상적인 것이 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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