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바꾸려면 인권 문제 계속 제기해야”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국내 1호 탈북민 감독, 김규민 감독을 만나다(下)

▲김규민 감독. ⓒ김신의 기자

▲김규민 감독. ⓒ김신의 기자

영화 ‘사랑의 선물’을 제작한 김규민 감독은 ‘국내 1호 탈북민 감독’으로 불린다. 더욱이 그는 ‘종교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북한에서 청소년과 청년 시절을 보냈음에도 하나님을 만나 신앙을 갖게된 기독교인이다. 북한에서 그가 겪은 일에 대해 들어봤다.

-북한에서 한국 방송을 접하신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방송을 듣게 된 건, 80년대 중반쯤이었어요. 북한 당국에서 라디오 주파수를 중앙 방송 하나만 들을 수 있게 했었는데, 그때는 버튼식이 아니라 돌리는 게 많았어요. 주파수를 세게 돌리면 안 된다고 했지만, 궁금해서 버튼을 세게 돌렸는데, 그러다 한국 라디오를 듣게 된 거죠.”

-북한에서 한국은 어떤 이미지인가요?

“사실 제가 라디오를 들었지만, 한국 방송이라는 걸 몰랐어요. 한국이라고도 안 하니까요. 당시 저는 그냥 사춘기 때라 아나운서 목소리가 너무 예쁘니까 들었어요. 북한 대부분의 방송은 역동적이고 강한데, 한국 라디오는 부드러웠어요. '여긴 뭔가 우리랑은 다르다'는 걸 느꼈죠.

그리고 북한은 사건, 사고를 알려주지 않는데 한국 방송은 그걸 알려주는 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입소문을 타고 실제로도 그런 사건과 사고가 있었다는 게 확인이 되니까 믿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대학을 가고 나니 사회 현상이 보이기 시작한 거예요. 이 말이 왜 맞는지 틀리는지 생각하게 되었고요. 그러면서 한국 사회의 이미지라기보다는, 이 방송이 거짓말을 안 한다는 믿음이 생긴 정도죠. 그래서 북한에서 못 듣게 막는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월남하셨나요?

“말씀드렸듯이 라디오를 들으면서 제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어요. 수업을 듣는데 논리적으로 맞지 않으니까요. 개념과 논리가 틀린 거예요. 그래서 대학을 자퇴했어요. 당시 식량난이 시작됐는데,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보면서 잘못된 사회라는 개념이 확실하게 박히게 된 거죠.

그때는 민주주의 사회에 대한 개념까지는 아직 없으니 ‘이건 진정한 공산주의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나서 좋게 말하면 ‘혁명’, 나쁘게 말하면 ‘테러’를 했죠. 북한에 큰 회사들에 가면 김일성 김정일을 쭉 그려 놓은 게 있는데, 들어가서 부셨어요. 그 다음으로는 김일성 김정일 생일 때 춤출 무대 장치를 파괴했고요. 그런데도 안 잡히더라고요. 그래서 신나 가지고 1999년 3월 9일, 전국지방자치단체 선거 투표소를 망가뜨렸는데, 그건 다른 문제더라고요. 김정일이 ‘무조건 잡으라’고 지시를 해서, 중앙국가보위부에서 내려와서 4월 6일에 잡혔어요. 한 달 못 돼서 잡힌 거죠. 제 친구들이 ‘공개처형일이 확정됐다’고 전해줬죠. 그래서 못을 먹었어요. 못을 먹으면 병원에서 수술해야 하니까, 생존을 위해 도망치려고 못을 먹었어요. 북한 구치소 안에는 병원이 없으니까 수술하려면 외부에 나가야 되거든요. 그래서 외부에 나가서 실밥 뽑을 때 밖에 있다가 그사이 도망을 친 겁니다.”

-기독교 신앙은 어떻게 갖게 되셨는지.

“북한에서 라디오 들을 때 하나님이 사람인 줄 알았어요. 게스트로 출연한 사람들이 하나님한테 기도하면 응답해 준다고 했거든요. 하나님이 어떤 큰 사람이고 그 사람한테 부탁하면 들어준다는 얘기인 줄 알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물론 저와 맞닥뜨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죠. 북한은 신이라는 존재 자체가 무시되는 사회이고 김일성이 신이니까요. 그 후 중국에 한인을 모아 성경을 읽는 장로교단의 학교가 있었는데, 거기 들어가서 하나님을 만났어요.”

-북한에서 교회를 접한 적이 있나요?

“북한에서는 교회를 접한 적이 없어요.”

-북한에서는 왜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나요?

“절대 신이 존재하게 되면 김정일이나 김일성은 신의 위치에 가지 못해요. 사람이 신을 믿겠어요, 사람을 믿겠어요? 그 차이 때문에 그런 거예요. 그래서 북한에서는 절대적으로 김일성, 김정일을 믿게 하려고 신을 못 믿게 하는 거죠. 독재자가 신이 돼야 사람들이 절대 충성을 하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 어떻게 해야 북한 인권 상황이 바뀔 수 있을지.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부각되면, 김정은 입장에서는 체제 안정을 위해서라도 풀어줄 수밖에 없어요. 보여줘야 하거든요. 그럼 표면적인 게 하나, 둘 바뀌게 돼요. 그러면 주민이 자기 발로 해외에도 나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바뀌지 말라고 해도 바뀔 수밖에 없어요. 북한 인권 문제가 해결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선 북한 정권의 붕괴가 중요하겠죠. 비록 붕괴는 안 돼도 북한이 바꿀 수밖에 없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영화를 많이 봐주었으면 좋겠어요. 말로 하는 것보다 한 번의 행동이 더 힘들어요. 개인적으로는 한번 행동해 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영화 보는 것 자체도 자신의 시간과 돈을 포기하는 건데 그 정도 행동도 못 하는데 죽어가는 사람의 인권을 말한다는 건 잘못된 겁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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